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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은의 아이 그림 토크
아이 그림을 통해 아이와는 물론 어른과도 소통하고 싶은 권정은입니다.
아이들의 그림은 단순히 보여지는 그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명화 뒷이야기만큼이나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어른들과 나누어 그 순수함의 힘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소리가 들리는 그림 열다섯 박시원의 '마트안의 사람들'과 열여덟 소진호의 '소음이 음악이 될 때'
입력 : 2019.06.21

열다섯살 박시원 군이 그린 '마트안의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 그림이 있다. 그림을 보면 이미지가 눈에 다 들어오기도 전에 소리부터 들린다. 15세 시원이가 그린 그림도 그랬다. 장 보는 사람들을 세부 묘사는 생략하고, 검정 잉크로 거칠고 투박하게 그린 그림은 그래서 더 강하고 마트에 꽉 차 있는 군중의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군중의 이미지로 인해, 그림은 웅성웅성 많은 사람의 소리부터 듣도록 한다. 대형 마트의 현장음의 영상을 오디오 볼륨 크게 틀어놓고 보는 것만 같다.

"시원아! 난 이 그림을 보면 신기하게도 자꾸 소리가 들려. 마트에 사람들이 잔뜩 있을 때 나는 웅성거리는 소리 있잖아. 그 소리 때문에 그림을 다 보게 되지 않고, 그냥 소리를 들어."
“음... 사실 저도 그런 의도로 그린 게 맞아요. 사람들이 많은 걸 그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많으면 좀 시끄럽고 그런 웅성거리는 소리가 차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좀 나게 그리고 싶었어요.”
“정말이야? 와~! 그럼 너 의도가 제대로 표현이 된 거네. 맞아! 그런 소리가 들려, 이 그림에서!”

시각 이미지는 청각 이미지가 되고, 청각 이미지는 시각 이미지로 반복되며 서로 자리바꿈하는 그림. 어릴 적 국어 시간에 배웠던 ‘공감각적 표현’이란 말이 생각난다. 시의 시구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공감각적 표현을 배우던 날, 그 표현의 풍요로움에 참으로 행복했던 내가 생각난다. 그래서 입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며 ‘공감각적...’이라고 되뇌던 순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많은 이미지는 그렇게 서로의 자리를 내주고 다른 자리로 들어가며 서로를 더 끌어올리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우리가 있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우리의 마음과 감성이 그렇게 많은 다른 이미지를 교차시키고 있다. 우리 인간의 마음이 공감각적이기 때문이리라. 

 

열여덟살 소진호 군이 그린 '소음이 음악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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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하나의 그림이 있다. 열여덟살 진호가 그린 그림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 진호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보니, 속도가 주는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고, 그것은 시간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또 그것은 시간을 기본으로 해야만 하는 음악, 리듬에까지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진호는 어느 날,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고 있는데, 그 안을 메운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하나의 리듬과 음악처럼 들렸다고 한다. 이건 마치, 현대 음악계의 거장, 존 케이지 (John Cage)가 그의 작곡의 바탕이 되는 ‘소음을 음악처럼 여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존 케이지는 자동차 경적을 비롯한 소음이 심한 뉴욕의 아파트에서 처음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으나, 그것을 음악으로 여기는 순간 편안히 잠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진호의 소음에 대한 시선은 그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진호의 그림은 치킨집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대충 단순하게 묘사해서 음표처럼 나타내려 한 작품이다.

커피 원두 가루를 이용해 그린 이 그림은 악보도 그림에 찢어 붙이고 길게 그은 바탕 같은 선들은 오선지를 나타낸 것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소음들은 리듬이 되고, 음악이 되어 하나의 악보가 되고, 그것은 다시 그림이 된다. 시원이와 달리, 이번에는 청각 이미지가 시각 이미지로 되는 순간이다.

공감각적 그림, 공감각적 세상, 공감각적 마음. 세상을 즐기는 또 하나의 풍류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권정은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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