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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
민편의 촉후감
인터뷰는 누군가의 결정적 순간을 깊숙이 간접체험하는 신비한 시간입니다. 《topclass》 김민희 편집장이 지면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때론 인터뷰 후기를, 때론 후속 인터뷰를 담습니다.
열네 살 신민주, 학교 대신 책방 가는 아이 최초 인터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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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05

최인아책방의 책방마님 최인아 대표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 책방에 자주 오는 아이가 있어요. 신민주라고 열네 살인데, 이 친구 얘기 좀 들어볼래요?”

전해들은 민주 이야기는 놀라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엄마 손을 잡고 책방에서 살다시피하는 아이,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매주 찾아다니며 눈 동그랗게 뜨고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하는 아이, 토론 수업에서도 밀리지 않는 아이, 그 어려운 책을 꼬박꼬박 읽고 가는 아이.

이 아이를 눈여겨본 최인아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민주에게 제안을 했다. “책방에 오시는 어른들 앞에서 강연 한 번 해볼래?” 민주는 그 자리에서 씩씩하게 !” 했고, 50명의 어른들 앞에서 똑 부러지게 해냈다. 주제는 ‘흔들려도 내 길을 가겠어.

최 대표는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책읽기 수업 해볼래?” 이번에도 민주는 망설임 없이 ! 재밌겠어요답했다. 지금 민주는 최인아책방의 인기 강사가 돼 있다. 자기보다 너댓 살 어린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던지고, 인생 상담도 해주며, 책읽기 수업이 끝나면 다같이 마당에 나가 얼음 땡놀이를 한다.

최 대표가 전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민주의 나이 열네 살. 원래대로라면 중학교에 입학해야 했지만, 민주는 언스쿨링을 택했다. 임하영 군이 택한 길을 보며 저렇게 살아도 괜찮겠는걸!’ 여겼다 한다. 학교 대신 책방에 와서 책을 읽고, 듣고 싶은 강연을 찾아 신청하고, 해당 저자의 책을 미리 읽고 강연장을 찾는 삶. 학원 대신 박물관과 미술관고궁을 다니며 일상에서 열린 공부를 하는 삶.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우리 시대 아이들  

민주가 최인아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만든 책을 보았다. 제목은 동물원의 호랑이’. 일본 동물원에서 본 비쩍 마른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광활한 야생 초원을 누비며 마음껏 질주해야 하는 호랑이가 좁디좁은 동물원 창살 속에 갇혀 비쩍 말라가는 슬픈 이야기다. 호랑이는 은유였다. 대한민국 또래 학생들에 대한 은유. 잘못된 교육제도 때문에 학원과 집을 오가며 생기를 잃어가는 아이들과 동물원 호랑이는 꼭 닮아있다고 여겼다.

민주는 말한다. 시선은 어른들을 향해 있다.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라고. 다들 알고 있는 비참한 교육 현실을 할 수 없지 뭐라는 체념 어린 무한반복의 언어로 제발 덮어버리지 말아 달라고. 색맹인 척 하지 말아 달라고.

민주를 만났다. 꽤 깊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역시 좋았다. 불편한 진실을 까발리는 민주의 순수한 시선에 몇 번 울컥했고, 불안해하면서도 외로운 길을 당당하게 선택한 용기에 감동도 받았다. (민주 엄마는 민주의 한 걸음 뒤에 따라다니면서 등대처럼 비추기만 한다. 늘 민주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준다. 이날 인터뷰에도 동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민이 깊다. 최인아 대표가 1년 가까이 했다는 고민을 나 역시 하고 있다. 과연 민주를 언론에 노출 시켜도 괜찮은 걸까.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민주의 삶의 결은 달라질 것이다. 언론과 방송사의 추가 취재 요청이 뒤따를 것이고,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며, 책 출간 제안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과 이후의 삶은 같을 수 없다.

우리는 너무 일찍 주목받은 아이들의 말로를 많이 보아왔다. 영재 혹은 천재라는 타이틀로 노출된 아이의 경우 장단점이 분명하다. 주변인들에게 민주의 언론 노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열에 일곱은 반대했다. “아직 눈에 보이는 성취가 없는데 너무 띄워주는 것 아니냐” “이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모험 아니냐” “가만히 놔두는 게 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에 싣기로 했다. 그간의 인터뷰이(이어령 교수, 정용실 아나운서, 조승연 작가)에 비한다면 인지도 면에서는 한참 낮다. 하지만 이 꼭지의 취지는‘자기만의 삶의 철학이 분명한 사람들’ ‘그 철학이 독자들로 하여금 균열을 일으킬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는 최상의 인터뷰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민주를 다루는 건, 이 아이가 똑똑해서가 아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도 아니고, 책을 내서도 아니며, 어른 못지않은 지식을 가져서도 아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보여준 그 용기 때문이다. 99.9999%의 절대다수가 가는 길을 마다하고 외롭디외로운 길을 과감하게 택한 용기. 그 용기를 높이 사고, 응원해주고픈 마음 때문이다.

누구나 교육 현실을 개탄하면서 홈스쿨링, 언스쿨링을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천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 불평불만을 안고 절대다수의 길을 따라간다. 불안 때문이다. 그 불안을 안고 과감히 중학교조차 가지 않는 삶을 택한 용기의 강도는 도대체 얼마나 순도 높은 것일까.

한편으론 믿음도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민주 같은 아이에게 박수쳐 주고, 응원해주고, 품어 줄만한 성숙도는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 흔들리면서 자기 길을 용기 있게 내딛는 민주의 첫 걸음을 힘찬 박수로 다 같이 격려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너 그러다가 커서 후회한다는 영양가 없는 협박 대신, 그래도 괜찮아” “너의 길을 응원할게라는 긍정의 언어를 민주에게 아낌없이 보내주면 좋겠다.

 

김민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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