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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이모티콘을 쓸 때 주로 ^^ / ><와 같이 눈을 묘사한 기호를 자주 쓴다. 반면 서양에서는 :) / :( 와 같이 입모양을 위주로 표현한다. 이에 대해 서양 문화권은 눈보다는 얼굴 전체의 표정이나 손동작으로 비언어적 표현을 사용하고, 동양 문화권은 주로 눈에서 많은 걸 읽고 감정을 알아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글을 보았다. 그래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헬로키티는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와 노란 코를 가진 캐릭터이다. 하지만 헬로키티에는 입이 그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서양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캐릭터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서양에서 헬로키티의 마케팅이 실패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굴 표정 중 눈에서 많은 것을 읽는다. 이와 관련된 사례를 들어보겠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타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표시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눈을 마주치는 것이 타인의 생각을 읽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이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눈맞춤을 통해 감정을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하니 타인이 자신의 눈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옛날 사람들은 웃어른을 너무 빤히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면 꾸중을 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나이에 따른 예법이 엄격해 장유유서, 연장자 우대의 사상이 깊게 자리했던 옛 우리나라에서 웃어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한 것은 연장자에서 아랫사람으로 수직 방향의 일방적인 소통 구조를 나타낸다.

눈에서 얼굴 전체로 확장을 해보자. 동양에서 얼굴이나 신체를 가리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함이다. 수렴청정을 하는 왕비나 마님이 발을 내리고, 또는 높은 양반들이 가마에 휘장을 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체를 가림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읽히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반면 얼굴 전체에서 표정을 파악하고 감정을 읽는 서양에서, 얼굴을 가리는 것은 소통의 차단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스크의 의미는 주로 가면무도회, KKK단, 할로윈과 같이 익명의 일탈이나 범죄를 상징한다.

사실 둘 다 소통을 차단하고 얼굴을 가림으로써 발생하는 정보불균형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정보불균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서양의 역사에서는 임금의 초상을 그리고, 단추, 장식품 등 다양한 곳에 임금의 얼굴을 그려 넣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의 초상인 어진을 함부로 노출시키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러한 전통이 코로나 상황에서 보인 서양과 우리나라의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과 반발감의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용왕(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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