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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시간이 날 때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본다. 하루는 폐경 직전 여성의 월경 주기를 통해 여성의 건강상태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해당 기사에서 폐경대신 완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완경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언제부터, 왜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기준으로 완경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기사는 5 회 월경 페스티벌을 홍보하는 20038월의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는 이전 월경 페스티벌에서 폐경완경으로 재해석했다는 내용이 있다. 월경 페스티벌이 1년 단위로 열리는 행사였음을 고려하면, 늦어도 2002년부터 폐경완경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경 페스티벌에 관한 기사에 폐경을 완경으로 재해석한 이유까지는 나오지 않아서, 다른 기사와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폐경가 주는 부정적인 인상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폐경의 닫을 폐()’지만, 한자 상관없이 폐기, 폐품처럼 버릴 폐()’를 사용한 단어와, 폐업처럼 닫을 폐()’를 사용한 단어 모두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폐경이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인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앞서 나왔듯이 폐경닫을 폐()’. 그렇다면 무엇을 닫는 것일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자 그대로 월경을 닫는다로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월경을 닫는다는 표현은 매우 생소하고 어색하다.

다음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폐경 때 여성의 생식기관 중 어딘가가 물리적으로 닫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아니다. 난소에서 난자를 내보내는 길인 나팔관은 폐경 이후에도 막히지 않는다. 단지 난소의 노화로 인해 여성호르몬이 부족하여 난자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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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닫을 폐()’를 왜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폐경 전 생식기관에서 나오던 것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생식기관의 어딘가가 닫혀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닫는다'라는 의미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폐경을 대체할 표현의 필요성을 알았다면, 그 대체어로 완경이 적합한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완경()’완전하다라는 뜻이다. 기존에 폐경가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폐경을 대체하려고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완전하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발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에 굳이 긍정이나 부정의 의미가 들어가야 하는지다. 영어의 경우 폐경을 의학적으로는 ‘menopause’라 하고, 일상적으로는 ‘stop menstruating’이나 ‘period ends’라고 표현한다. 핵심은 멈추다라는 뜻의 ‘pause’‘stop’, ‘끝나다라는 뜻의 ‘end’처럼 중립적인 뜻을 가진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완경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완경이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도 설명한다. 완경 덕에 월경으로 인한 고통이나 불편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경을 해방과 동일시하는 것은 완경 이전의 삶을 억압적이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완경 이전이나 이후의 삶, 둘 중 하나를 좋은 것, 그리고 다른 하나를 나쁜 것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가치중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영어에서처럼 멈춘다는 의미로 정경(停經)’이라 해도 좋겠다. 완경 이전과 이후의 삶은 모두 소중하고,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적 논리는 삶의 절반이나 되는 기간을 담기에 부족하다.

 

도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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