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눈을 감으면 잠이 든다. 수면의 입구가 눈꺼풀과 거의 맞닿아 있다. “나 간다하면 정말 꿈나라로 떠나고 때론 그 말을 미처 맺기도 전에 여기에 없다. 신혼 때는 많이 놀랐다. 깨있음과 잠의 중간단계 없이 마치 가게가 셔터를 내리듯 눈꺼풀이 내려오면 바로 숙면에 들 수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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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잠을 자야겠다고 다짐한 시간부터 실제로 잠이 들기까지의 시차가 꽤나 크다. 잠의 입구가 아득히 멀고 가는 길이 험난해서 몇 번은 이따금 길을 잃고, 헤매다 잠의 세계에 진입하기를 포기할까 싶기도 했다. 남편은 순간이동을 하듯 KTX를 타고 떠나는 숙면의 여정을, 나는 비둘기호를 타고 입석으로 가는 느낌.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막막한 느낌. 그러다보면 뭐든 다른 걸 하는 게 잠과 접속하려 애쓰는 것보다는 나을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든다.

물론 이 역시 아이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아이를 재우는 일, 아이와 함께 꿈나라까지 다다르는 일은 이인삼각처럼 난도가 더 높다. 일단 잠들기 전에 씻기고 로션 바르고 입히고 양치시키고 더 놀고 싶다는 걸 진정시키고 모두 꿈나라로 떠나는 동화책을 읽고 온방과 거실을 소등하고 침대에 눕히는 게 1단계다.

침대에 뒹굴던 아이는 점점 동작이 느려지면서 가만히 등을 대고 누워있는다. 나 역시 잠든 척 눈을 감고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자면 아이가 훅 내 눈앞에 나타나 우유! 를 외친다. 그래 배고플 만도 하지 싶어 우유를 가져오면 아 차(가워. 전자레인지) 찡찡을 외친다. 그럼 레인지에 30초 정도 우유를 데운다. 따뜻한 우유는 숙면에도 도움을 주니까.

남편은 어느새 먼 나라로 떠났고 아이는 아빠의 복부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것, 코에서 미세한 드릴 소리 같은 게 나는 것 등을 유심히 지켜본다. 아빠의 코나 볼을 만져보기도 한다. 다행히 남편의 의식은 그만한 일로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들릴락 말락 아빠 잘 쟈하고 다시 침대에 누운 아이는 이번에는 어디가 아프다고 한다. ‘어디가?’ 물으면 희미하게 남은 모기에 물린 자국을 가리킨다. ‘모기가 앙 물었어라며 약 약을 찾는다. 벌레에 물렸을 때 붙여준 버물리와 뽀로로 스티커를 찾는 것이다. 나는 손에 닿는 로션을 조금 짜서 여기 약~’ 하고 발라준다. 아이는 안심한 듯 다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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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정적과 몇 번의 소란이 지나면 아이는 정말로 잠이 든다. 최근에 아이는 잠들기 전에 박력 있게 내 목덜미를 끌어당기며 하앙해요 엄마하기도 한다. 사랑한다고? 물으면 그렇단다. 그리곤 할 일을 다 한 듯 훌쩍 떠난다. 나는 아이 기저귀가 젖지 않았는지 바지가 얇지는 않은지 살핀다. 이불은 쉽게 차 버리기 때문에 수면 조끼를 가져다가 입히기도 한다. 잠든 뒤에는 머리 위로 씌워야 하는 조끼형보다는 단추가 달린 게 입히기 편하다.

남편도 아이도 모두 잠의 세계로 들어간 뒤에도 나는 한참이나 이곳에 남아 서성인다. 아깝고 아쉬운 정적 속에 가만히 멈추어 있는다. 아이가 헝클어놓은 퍼즐을 맞추기도 하고 장난감 자동차의 오와 열을 맞춰 주차를 하기도 한다. 나 홀로 깨어있는 똘망똘망한 시간이 사뭇 소중하다. 불면증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아이가 세상에 온 뒤 대부분의 시간이 이전과 달라졌는데 홀로 깨어있는 새벽의 고요와 정적은 달라지지 않은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몇 시간 후 아침이 되고 에너지를 풀로 충전한 아이가 깨어나면 머리를 쥐어 뜯으며 후회하겠지만.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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