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를 빼고 대화를 해 보자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그만큼 한국인들은 아니로 대화를 여는 경우가 많다도대체 왜 발화의 시작에 아니라는 말을 붙이는 것일까?

우선 아니가 사용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주위에 아니로 문장을 시작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대부분은 반박하기 위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물론 아니근데 그건 아니지 않나?’라는 식으로 어떤 말을 반박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그러나 아니저거 너무 귀엽다라는 식의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있지 않은 문장에서도 아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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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아니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부사와 감탄사라는 두 가지 품사의 동음이의어가 나온다. 부사 아니는 용언 앞에서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 그리고 명사와 명사 또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쓰여 어떤 사실을 더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감탄사 아니아랫사람이나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묻는 말에 부정하여 대답할 때 쓰는 말’. 또는 놀라거나 감탄스러울 때, 또는 의아스러울 때 하는 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정의 상황이나 반박하는 상황에 아니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부정의 대답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미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문장에서는, ‘아니가 놀라거나 감탄스러울 때, 또는 의아스러울 때 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사전에서 나온 의미만으로 한국인의 이 이상한 말버릇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었다. ‘아니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서 더 포괄적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니라는 말이 담화 표지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담화 표지, ‘주로 구어에서, 문장의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대화의 최종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문장 간의 응집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지이다. 따라서 어떤 단어가 담화 표지로 쓰인다면, 본래의 단어 의미에만 한정되어 쓰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은화(2020)에 따르면, 담화 표지 아니놀라움 표시’, ‘말차례 가져오기’, ‘반박’, ‘부연설명’, ‘화제 전환’, ‘주의 끌기’, ‘다른 의견 제시’, ‘자기 방어’, ‘자기 수정의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말뭉치를 분석한 결과, ‘반박’, ‘부연설명’, ‘화제 전환의 순서로 자주 쓰이며, 함께 사용된 언어로는 근데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아니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단어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담화 표지로도 기능하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 속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이었다. 이 마법의 단어는 반박과 부연 설명, 화제 전환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두 음절로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ani], 이제는 의미를 알고 쓰면 어떨까?

 

김파랑(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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