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호란 가수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의 노래들을 <사랑해 누나>부터 다 찾아 들어봤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역쩐인생> <읽씹 안읽씹> <대박날테다>는 나올 때부터 즐겨 들었고, 노래들이 신나 운동하면서 자주 듣는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 곳도 갈 수 없어 줄기차게 밖에 나가 조깅만 하면서 많이 들었다.

<7번국도>는 장민호의 노래 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 경쾌한 리듬의 곡이라 운전하고 가면서 들으면 졸음도 쫓아낼 것 같다. 1966년 지정된 7번 국도는 노래 가사에도 나오듯 ‘해 뜨는 정동진에서’부터 부산까지 잇는 한반도의 등뼈라 불리는 도로이다.

노래 가사에서 정동진이라고 하니 그런 줄 알고 들었는데 실은 남측 군사분계선까지 간다고 한다. 또 한 가지 1966년 7번 국도를 지정할 때부터 함경북도 온성군까지 잇는 도로로 설계 하였다. 물론 북한 구간은 실사를 하고 설계를 한 것이 아니고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닦아놓은 길을 참고해 설계했다.

언젠가 통일이 되고 7번 국도가 온성군까지 완공이 되는 날 그 축하 공연에 장민호가 나와 <7번국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때는 ‘해 뜨는 정동진에서’가 아니라 ‘함경북도 온성군에서’로 가사를 바꿔 불러야 할 것 같다.

 

내 이름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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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사랑의 콜센타》 인스타그램

2020년에 처음 들은 노래 중에 인상에 남는 노래를 꼽으라면 단연코 장민호의 <내 이름 아시죠>를 꼽겠다.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사랑의 콜센타》에서 부를 때까지 그런 노래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사회자 김성주조차 모르고 오직 영탁만이 ‘어, 그거 민호 형 노랜데’라고 했다. 어떤 노래일까 궁금해 하며 듣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빨려 들어갔다.

늙어 약해지는 부모를 돌봐드리며 가장 힘든 것은 그런 부모의 모습이 너무 싫다는 것이다. 여태 부모가 나에게 해줬던 것을 이제 내가 부모에게 해야 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힘들다. 그런 부모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부모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것도 괴롭다. 그러나 그걸 뛰어 넘어야 효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노래 속에 절절히 묻어나는 장민호의 마음을 새기면서 많이 반성했다. ‘넘어지면 안돼요’ ‘길 잃으면 안돼요’ 부모가 된 심정으로 애절하게 먼저 가신 아버지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나에게 전해졌다.

어둡고 먼 길 어떻게든 아버지를 지키고 싶은 이 효자의 마음은 ‘꿈에 한 번 오세요. 잘 도착했다 말해요’에서 더 이상 절절해 질 수 없을 정도로 절절하다. 꿈에 한 번 오셨다고 그 헛헛함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장민호는 아버지가 편안한 곳에서 아들의 성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계시리라 마음 한구석 위안을 삼을 것이다.

 

미스터 트롯 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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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나온 김에 나머지 탑6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한 마디씩 해야겠다.

임영웅 노래 잘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다 아는 이야기라 내가 굳이 설명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첫 소절의 장인’이라는 별명이 딱 맞다.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을 부를 때 첫 소절에서 ‘어쩌면 우리는’ 하며 진짜 문득 생각이 스친 듯 노래한다.

가사의 의미에 따라 같은 곡 안에서도 목소리의 색깔을 그때그때 팔색조처럼 바꾸는 능력은 가히 달인의 경지라 하겠다. 축구를 해서 폐활량이 큰지 호흡이 길고, 긴 호흡을 바탕으로 자유자재로 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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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TV조선

영탁은 <막걸리> <추억으로 가는 당신> 등을 부를 때 이미 음악성을 알아봤다. 노래의 전체를 파악하고 흙으로 그릇을 빚듯 나만의 음악을 밑바닥에서부터 조형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가수이다. 조덕배의 <꿈에>는 조덕배 말고 아무도 ‘이거다’ 싶게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영탁이 부르는 것을 듣기 전까지의 일이다. 그 개성 강한 곡을 모두 비우고 자신의 개성으로 가득 채워 부르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조덕배의 버전이 환상적이고 애절하다면 영탁의 <꿈에>는 관능적이었다. 자신이 맘껏 노래를 만들지만 흔들리지 않는 박자가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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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 ©TV조선

이찬원에 대해서는 한 가지 먼저 고백할 것이 있다. 준결승에서 내가 응원하던 나태주에게 300:0으로 이겼기 때문에 한동안 그를 약간 얄미워했다. 그러나 때로 입조심 못해 형들 나이 들추다 혼나기도 하고 눈물도 많은 그의 인간미에 나의 마음이 녹았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목청으로 꺾고 긁을 때마다 ‘저런 사람이 새로 나와 트롯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한다. 발라드를 부르면서도 긁는데 그걸 그렇게 자연스럽게 긁을 수가 없다. 그것도 재주다. 정수라와 부른 <꿈의 대화>는 의외로 목소리 색깔이며 호흡이 잘 맞아 둘이 듀엣 녹음 한 번 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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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라와 듀엣으로 <꿈의 대화>를 열창하는 이찬원(왼쪽).©TV조선

정동원이 부른 <여백>을 즐겨 듣는다. 경연 때만해도 지금보다 목소리가 훨씬 카랑카랑한 어린아이 목소리였다. 동요를 불러도 좋을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인생을 쫓기듯 그렸다’고 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내 삶을 반성하게 된다.

정동원은 노래만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의 신동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도 있어서 훌륭한 음악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역 스타들의 슬픈 말로를 종종 보기에 그가 어른들 세계에서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성 좋은 삼촌들과 늘 함께 하니 인성도 바른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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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원. ©TV조선

김희재는 언제나 ‘노래는 잘 하는데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헌데 근래 들어 김희재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재하던 끼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새어 나오나보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노래도 트롯, 발라드, 댄스에 소찬휘의 <티얼스>까지 소화하는 것을 보며 감탄한다.

경연 중 기부금 미션에서 <옥경이>를 부르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만하면 만능 엔터테이너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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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재. ©TV조선

 

어느 오디션에서도 볼 수 없는 조합, 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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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는 비틀즈라는 그룹을 좋아하는 팬이 있었고 그들은 또다시 폴 매카트니 팬, 존 레논 팬, 링고 스타 팬, 조지 해리스 팬으로 각자 멤버 중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이 있었다. 지금의 탑6가 딱 그런 형상이다. 나처럼 두루뭉술 여섯을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탑6 공연을 보러 가도 그 중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따로 있다. 각자가 개성을 갖고 빛나지만 모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는 앞으로 그 어느 오디션에서도 다시 나올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이 탑6의 조합이다.

분명 이 시대는 가요의 재해석 시대이다. 그 중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재해석의 시대이다. 훗날 누군가가 우리의 가요사를 정리 한다면 반드시 ‘오디션의 시대’라는 챕터가 들어갈 것이다. 그 오디션의 시대를 정리함에 있어 2020년의 《내일은 미스터 트롯》 이야기는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던 유일무이한 특별한 오디션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디션 끝나고 1년 넘게 입상자들이 한 팀이 되어 자신들만의 TV 쇼를 꾸려 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 그들을 너무 부려먹는 것 같아 방송국이 얄미울 때도 있지만, 그간 수많은 곡들을 소화하며 자신들의 실력이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콘서트도 할 수 없는 이 시기에 안방으로 팬들을 매주 찾아가는 것도 다른 오디션 입상자들이 누릴 수 없는 행운이라고 여기고 계속 우리 곁에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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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보니 장민호에게 70살까지 대운이 들었다고 하던데 70살 난 장민호가 2020년 그 암울하던 코로나 정국 속에 국민에게 삶의 작은 기쁨을 주던 이 시간을 회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뽕숭아 학당》에서 탑6 멤버들이 장민호의 데뷔 10주년 기념 파티를 해주는 것을 아주 흐뭇하게 봤다. 그 우정 그대로 간직하고 세시봉 멤버들처럼 30년 후에도 동생들과 어울려 가끔 화음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

장민호는 험한 산을 넘고, 깊은 강을 건너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그는 그 중 선택 받은 소수에 속하는 사람이다. 노래 잘 하지만 결국 그저 그렇게 사라져간 주위의 동료들도 잘 챙기고 롱런하길 기원한다. 신청곡이 하나 있는데 유현상의 <여자야> 한 번만 불러주면 좋겠다.

 

 장민호의 <7번 국도>. ©여수MBC Music+ 

장민호의 <내 이름 아시죠> ©미스&미스터트롯 공식계정

 

 

이철재 미국 변호사, 《뉴욕 오디세이》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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