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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채용 과정 보니...학벌·전공·학점 여전히 중요

면접단계에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선수현 기자 |  2020.12.04

취업 5종 세트란 말이 있다. 취업을 하기 위해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등 5종이 필요하단 의미다. 이 용어가 나온 지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이 용어는 힘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오히려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사회봉사, 성형 수술 등까지 더해지며 진화해갔다. 그만큼 어려운 취업 현실이 개선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했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최근 진행한 ‘대기업의 채용 실태를 살핀다’ 포럼 내용에서도 어김없이 이러한 내용이 지적됐다. 스펙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단 어학 능력, 각종 자격증으로 이력을 화려하게 채우는 것보다 졸업 시점, 출신학교, 전공, 학점 등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요소들이 중요하게 거론됐다. 취업준비생들이 각종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현실과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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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면접 단계에서 중요한 평가 항목은 다르다 

우리나라 500대 기업의 채용에서 스펙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으로 나타났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대기업의 실태를 살핀다'를 주제로 주최한 포럼 현장.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장균 선임연구위원은 500대 기업의 1차 서류 통과 요소로 졸업 시점, 출신학교, 전공, 학점을 언급했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경우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진다는 것.

서류단계에서 졸업 예정자나 졸업 후 1년까지의 구직자를 선호하며 3년이 지나면 기업의 선호도는 급감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졸업 유예 현상이 자리 잡은 배경이다. 대기업은 졸업 시점 다음으로 졸업 평점, 전공의 직무 적합성, 출신학교 등의 순으로 평가의 중요성을 부여했다.

반면 어학 능력, 각종 자격증 등은 직무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중요도가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들이 각종 스펙을 쌓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과 괴리 있는 결과다.

채 연구위원은 “서류단계와 면접단계에서 대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 다르다”고 했다. 서류단계에서 능력 위주로 평가했다면 면접단계부터는 도덕성과 인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성과 인성이 부족한 경우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팀워크, 문제해결 능력, 인내력 등도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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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 시 스펙별 중요도(500대 기업 기준 , 100점 만점)


어렵게 취업해도 신입 1년차 퇴사율은 48.6%

한편 높은 경쟁률을 뚫고 막상 취업에 성공한 신입 인력의 중도 퇴사율이 높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19년 57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 1년차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48.6%에 달했다. 취업과 채용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게 손해인 상황인 것이다.

기업이 구체적인 직무와 업무를 자세히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역설되는 상황. 공공기관에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채용이나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중도 퇴사율이 줄었다는 연구도 이러한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또 중도 퇴사율이 높은 현실은 기업 채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했다. 

이에 전민홍 화승 R&A 팀장은 “지원자의 최종 입사 결정이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때가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병철 시너지컨설팅 대표는 “지원자들의 직무능력과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래 1인당 90분이 확보돼야 하는데 실제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면접시간은 12분정도에 불과하다”며 이유를 분석하며 면접 프로세스의 개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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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박람회에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조선DB

또 다른 이유로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한국 대기업의 경직된 문화 사이의 부조화가 제기됐다.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EU 기업이 기업가적 역량, 혁신성, 창조성 등을 중요시하는 반면 한국의 대기업은 개인 역량이나 개성보다 대인관계를 더 중요시한다”며 “한국기업은 튀는 사람보다 무탈하게 잘 어울려서 일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4차 산업의 대두로 채용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채 폐지와 수시채용 확대로 대기업 채용 규모는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팬데민 사태가 대기업 채용 규모 축소를 심화시킨 꼴이다. 마민형 위포트 강사는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BBIG)이 4차 산업 시대를 이끌어갈 성장 산업인데, 주로 이공계열과 관련되어있어 향후 인문계열 학생들의 구직난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 채용 과정에서 취업준비생에 비해 기업 인사담당자가 부족한 현실은 학벌 문제와 스펙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교육의봄은 “기업과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국가와 대학이 채용시장에서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급변하는 산업 구조에 맞춰 대학이 전공별 인원을 조절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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