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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 소설가의 약진... 누가누가 있나

이미예·김초엽·장류진 작가가 걸어온 길

선수현 기자 |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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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미예, 김초엽, 장류진 작가


서점가에 흥미로운 특징이 엿보인다. 이공계열에 몸담은 작가들이 문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점이다. 오랜 기간 침체돼 있던 한국소설 분야가 생기를 띄는 면모도 반갑지만 덕분에 이야기 범주도 한층 풍부해졌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미예 작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작가, ≪일의 기쁨과 슬픔≫의 장류진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이공계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던 젊은 여성들이 무대를 문학계로 옮겨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는 지속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빗대어 현실감 있게 말해주기도 한다.


문학계 흙수저의 반란 ‘이미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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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잠들어야 입장할 수 있는 독특한 마을에 매일같이 성황을 이루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다. 무의식에서만 존재하는 꿈을 정말 사고 팔 수 있을까?라는 기발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꿈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지난 7월 출간해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 상위 목록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를 쓴 이미예 작가는 1990년생으로 부산대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 퇴사를 한 그는 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신춘문예나 공모전을 통한 등단 정공법은 그와 거리가 있다. 글을 쓰고 직접 표지와 편집 디자인을 하며 전자책을 발행한 것.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출판 분야에 기반도 없는 문학계 흙수저였다.

그렇지만 탄탄하고 흡입력 있는 이야기는 통했다.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받은 크라우드 펀딩은 1812% 초과 달성을 이뤘고, 10~20대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냈다. 이후 종이책을 만들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에 지난 7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발간했다. 책을 쓰고 인기를 모으는 일반적인 순서를 역행하며 ‘꿈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었다.


탄탄한 과학 지식 위에 펼쳐진 무한 상상력 ‘김초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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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출간 후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작가는 이 작품으로 바이오센서를 만들던 과학도에서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를 잇는 소설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김초엽 작가는 1993년 태어나 포스텍(포항공과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실험실에서 과학적 사실을 검증하던 그는 사실 상상과 공상을 즐기고 있었다. 현실에서 떠올릴 수 있는 과학적 소재들이 약간의 상상력으로 비틀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탄생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생애 정보 데이터를 보유한 도서관(관내분실),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가족과 생명 연명(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인간배아에서 완벽하게 태어나지 못해 차별 받는 아이들(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등이 그 예다.

김초엽 작가는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판교의 경험에서 들이댄 문제적 시선 ‘장류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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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은 판교 테크노밸리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필독서로 불린다.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 위로를 위해 쓴 글이 읽는 이의 공감을 산 게 비결이다. 그 주인공 장류진 작가는 1986년생으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이공계 전공은 아니지만 판교 IT업계에 7년간 종사한 경험을 글에 녹였다.

스타트업체를 배경으로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8편의 소설에는 장 작가를 닮은 페르소나들이 한 명씩 등장한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 잡은 판교에 장 작가는 사회학의 시선을 들이댄다. 협력과 피드백을 중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애자일 방법론’이 변질된 채 통용되는 한국의 판교, 기회의 가치를 높이 사는 스타트업에서조차 ‘을’에서 벗어날 가망 없는 청년들,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 지급한 IT 스타트업 등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준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누적 조회수 4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최근 소설은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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