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BS 연예대상 유감

매년 되풀이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아쉬움

유슬기 기자 |  2020.12.23

연말 시상식을 보는 건, 한 해가 이렇게 가고 있다는 일종의 의식이다. 연예대상 시상식을 보면서는 ‘맞아, 저 때 재밌었지’, 연기대상을 보면서는 ‘응, 저 작품 좋았어’, 가요대상을 통해서는 ‘올해의 노래는 이 노래였다’는 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한 해의 정리가 된다. 2020 연말 시상식의 포문을 연 건 SBS 연예대상이었다. 지난 주말 방송된 이 시상식은 SBS 창사 30주년이라는 의미와 맞물려 코로나 중에도 꽤나 성대하게 치러졌다.

천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기록되는 시기, 연말 시상식은 어떻게 치러질 수 있을까. SBS는 나름의 묘안을 냈다. 마스크 제작비에만 시상식 비용이 크게 쓰였다는 MC 신동엽의 농반진반처럼 시상식에 참여한 예능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된 특수제작 마스크를 쓰고 자리를 채웠다. 절묘하고도 기묘한 장면이었다. 이들은 3부로 진행되는 시상식 내내 변하지 않는 얼굴로 자리를 지켰다.


마스크를 쓴듯 쓰지 않은듯 기묘했던 시상식

하지만 수상자로 호명되어 시상대에 오를 데나,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를 때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MC 들은 틈날 때마다 철저한 방역과 마이크 소독 등을 강조했지만 정작 밀착된 거리에서 진행을 하던 신동엽, 이승기, 차은우도 마스크나 가림막, 거리두기 없이 3시간 가량의 방송을 소화했다.

언급한대로 시상식은 신동엽과 이승기, 차은우가 나란히 서서 맡았는데 베테랑인 신동엽과 이승기 못지 않게 차은우도 안정적인 진행 실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남성예능인으로만 이루어진 MC석은 아쉬웠다. 이들은 SBS 간판 프로그램인 미운 우리 새끼>와 집사부일체>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는 다시말해 여전히 SBS의 예능은 남성 위주의 구성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프로그램과 연관이 없는, 당시의 핫하고 아름다운 여성 연예인이 구색을 맞춰 진행을 맡는 것 역시 아쉽지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남성으로만 대표 선수를 내세운 것 역시 아쉽긴 마찬가지다. 현재 SBS의 예능프로그램인 동상이몽>,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정글의 법칙>, 런닝맨>, 집사부일체>, 미운우리새끼>를 통틀어도 눈에 띄는 여성 예능인은 동상이몽>의 김숙과 런닝맨>의 송지효, 전소민 정도다.


몇 년 동안 대상후보가 대동소이 하다는 건

최근 SBS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스브스채널 을 진행하며 연반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PD 재재이지만, 그는 대상 후보를 인터뷰하는데만 활용됐을 뿐이었다. 이번에 신설된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대표적) 부분 핫스타상은, 상의 제정 의도대로라면 재재가 받아야했겠지만, OTT의 의미조차 생경해하던 이승기에게 돌아갔다. 아마 멤버가 바뀌는 혼선 중에도 를 이끌어온 대상 후보 이승기에 대한 예우였으리라.

또 요즘 대세인 박나래와 장도연이 박장데소>라는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론칭했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1999년에 방영된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만남>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보이는 비련의 프로다. 시청률 역시 그렇다.

때문에 수상자 역시 남성 예능인으로 채워졌고, 대상도 마찬가지였다. 후보군부터가 그랬다. 신동엽, 김구라, 유재석, 백종원, 양세형, 김종국, 이승기 등이 후보였는데 2019년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화제가 된 ‘김구라의 연예대상 구색론’에도 불구하고, 구색을 맞춘 후보들이 쏟아졌고 대상은 결국 10년 동안 런닝맨>을 개근하고 미우새>에도 고정출연하고 있는 김종국에게 돌아갔다.


이제 시상식은 정말 그들만의 잔치가 될까

유재석, 신동엽이 ‘롱런의 아이콘’으로 시상식을 빛내고 있는 것도 연말마다 새삼 느끼는 대단한 일이지만 이는 그만큼 신진들이 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동엽은 무려 SBS의 개국 때부터 ‘안녕하시렵니까’로 인기를 모으고 30주년 시상식에서는 MC를 맡을 정도로 롱롱롱런 중이다. 그에게 이번 시상식에서 ‘레전드 공로상’이 주어지지 않은 건, 그가 여전히 왕성한 현역이어서일 것이다.

유재석은 이제 몇 번의 대상을 받았는지 새어보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정상을 평지처럼 딛고 있다. 그가 대상을 받지 않는 건, 지난 해 받아서지 올해 이전보다 못해서가 아니다. 그는 거기다 대상을 시상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 중의 프로다. 그런 중에 신동엽도, 유재석도, 백종원도 아닌 김종국이 대상을 받았다. SBS 역시 30주년 연예대상의 주인공을 가리는데 고심했을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공감도 챙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게 또 한 번의 시상식이 끝났다. 지금은 지상파보다 더 많은 채널에서 예능이 만들어지고 화제성과 시청률이 지상파를 능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들은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한다. 지상파 시상식은 점점 더 그들만의 잔치가 된다. 우리는 앞으로 몇번의 시상식을 더 보게 될까. ‘연말이 왔구나’ 라는 걸 실감하는 것 외에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던, 한 해가 가는 것만큼이나 아쉬운 시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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