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워지는 영화 <이웃사촌>

<7번방의 기적> 이환경 감독 힘, 또 한번 통할까?

선수현 기자 |  2020.11.25

사람의 온기가 어느 때보다 그리운 요즘, 따스한 영화가 찾아왔다.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의 신작 <이웃사촌>이다.

<이웃사촌>은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 격리된 정치인 이의식(오달수)을 24시간 감시하는 도청팀장 유대권(정우)의 미션을 다뤘다. 도청팀원들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의식 가족의 모든 소리와 행동을 감시하며 긴장감을 조이지만, 신분과 계급, 정치색마저 정반대의 인물 유대권과 이의식은 어느새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단지 이웃이란 이유만으로 통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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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사촌> 11월 25일 개봉.

영화의 배경은 1985년. 골목길의 간판, 차량, 우유병, 재래식 변소 등은 관객을 35년 전으로 소환한다. 또 이웃 사이에는 그 골목에서처럼 많은 것이 오간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전하고 옥상에서 담뱃불 나누는 모습은 요즘 도시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직접 만든 음식 냄새가 담벼락을 타고 먼저 이웃의 문을 두드리면, 이웃이 정성스레 담은 음식을 갖고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도 그렇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보여주면서도 우리 모두 별반 다르지 않은 이웃사촌이란 간결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가족과 친구, 이웃을 향한 이환경 감독의 따스함이 배어 있다. 등장인물 이름부터 그렇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이환경 감독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이름에서 빌려왔다.

 

아버지·아들·친구 이름 총동원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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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사촌> ⓒ리틀빅픽쳐스

 

영화 엔딩크레딧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 故 유대권. 영화에 도움을 주신 분이라고 되어 있는, 이환경 감독의 고인이 된 친구다. 배우 정우가 맡은 주인공 그 유대권이기도 하다. 유대권은 출세를 위해 임무를 맡지만 이웃의 정에 감화돼 소신을 우선하는 행동으로 변화를 그리는 인물이다. 정우는 “감독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녹여둬서 동기부여가 됐다”며 “유대권이란 캐릭터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유대권에게 변화의 싹을 심는 인물은 이의식. 자택 격리된 정치인으로 누구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다. 극중에서 배우 오달수가 분했다. 이의식은 이환경 감독의 아버지 존함이다. 폐부종으로 한때 호흡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빠졌던 아버지를 위한 마음이 담겼다.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놓칠 부분이 있을 새라 끊임없이 편집하고 녹음했단 후문이다.

<7번방의 선물>에서 아역배우 갈소원이 맡은 ‘예승이’는 이 감독의 친딸 이름이다. 이번에는 이의식의 아들로 나오는 아역배우 정현준에게 아들 이름 ‘예준이’를 붙였다. 정현준은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조여정 부부의 아들로 나왔던 ‘다송’이다. <이웃사촌>에서도 귀엽고 엉뚱한 매력으로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등장인물의 면모를 보면 가족에 대한 이 감독의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개인적 서사를 지나치게 담은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그동안 말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 “이런 마음으로 만든 영화가 많은 관객과 소통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 속 이의식은 이웃을 만날 때면 “식사는 하셨는가”라고 묻는다. 매년 이맘때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과 친구에게 어렵지 않게 건넸던 그 말. 지금은 만남조차 자유롭지 않아 이 말이 더 깊이 다가온다. 영화 곳곳에는 다소 클리셰적 요소들이 묻어나지만, 따뜻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일상을 그립게 만드는 <이웃사촌>의 힘만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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