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가 <신데렐라>와 <심청전>을 싫어하는 이유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봉태규 에세이

유슬기 기자

 

봉태규5.jpg

도서출판 길벗 제공

책을 펴고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었다.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를 알게 된 건 우연히 출판사에서 만든 만화를 보고서다. SNS를 통해 보게 된 짧은 만화에는 한 남편이 등장한다. 아내의 진통이 시작된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의 이야기다. 보통 팔이 떨어져 나가는 정도의 고통을 10이라고 한다면 진통은 6에서 10사이를 오간다고 한다. 두번째 그 고통을 견디는 아내 옆에서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가만히 옆에 있어주고 아이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잠시라도 고통을 잊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이제 막 태어난 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아내와 같은 산모들이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혹여 주변에 피해가 갈까봐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는 풍경에서 그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임신은 아내와 남편이 함께한 일인데, 이렇게 아내만 홀로 고통을 겪어도 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큰 울음소리와 함께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이제 막 태어난 딸아이에게, 아빠인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라는 게 만화의 마무리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만화의 주인공, 남편이자 아빠는 배우 봉태규였다.

봉태규2.jpg

아내 하시시박과 큰 아이 시하_봉태규 인스타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와 아들 시하의 이야기를 본 적은 있지만, 그의 깊은 속내를 본 것은 처음이라 흥미가 갔다. 그는 임신한 아내의 커리어가 자연스레 줄어드는 걸 보면서 "워킹맘은 직장에서는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집에서는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가 볼 때 아내의 사진은 임신 후 더 담백하고 간결하며 명확해졌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상황을 의연하게 내색없이 헤쳐가는 아내와 그와 비슷할 워킹맘들을 생각했다.

한편 아빠 봉태규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신데렐라> 이야기와 <심청전>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먼저, 왕자가 마을 사람들의 삶을 보았다면 파티에서 함께 춤 출 여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그 마을 주민들의 핍절한 삶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을의 살림살이에는 무관심한 채, 오직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온 마을 여성에게 위험한 유리 구두를 신게 하는 왕자는 결코 좋은 남자가 아니다. 봉태규는 말한다. 그런 남자는 피해야 한다고.

봉태규.jpg

더 퀘스트, 4월 2일 발간

<심청전>도 그렇다.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딸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동화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는 기겁한다. 행여 부모를 위해 네 삶을 버리는 일은 하지 말라고 봉태규는 당부한다. 자식이 행복한 게 부모의 행복이니 말이다.

 

아빠의 진지한 성찰 속에 자라는 아이들      

책을 읽다보면 처음엔 육아기로 읽혔다가 나중엔 성장담으로 읽힌다. 봉태규라는 한 남자가 하시시박이라는 한 여자를 만나 어떻게 바뀌었는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왜 우주가 변하는 일인지를 그는 자신의 일상다반사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낳은 시하와 본비는, 이 진지한 아빠의 성찰과 성장 속에 자라난다. 아이를 통해어릴 적 자신의 결핍을 깨닫고, 아이의 부족함을 채우면서 자신의 결핍도 함께 채운다.

bong.jpg

봉태규 인스타그램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랑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서야 깨닫는다아버지의 무뚝뚝한 진심과 그 작은 행동들이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는 3대가 시간을 넘어 화해하는 과정은, 어떤 가족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역시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무게를. 그리고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달라진 세상을.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5

201905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5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