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노벨상 <구름빵> 백희나 작가, <유퀴즈>에서 만나다

<구름빵> 저작권 소송의 속얘기

류버들 온라인팀 기자 |  2020.09.10

 비 오는 날 아침, 작은 구름 하나가 나뭇가지에 걸렸어요. 아이들은 구름을 따서 조심조심 엄마한테 갖다 주지요. 엄마는 솜털처럼 보드라운 구름을 반죽해서 빵을 구웠어요. 잘 구워진 구름빵을 먹은 엄마와 아이들은 구름처럼 두둥실 떠올랐지요. 아이들은 아침도 못 먹고 헐레벌떡 나가신 아빠한테 빵을 갖다 주기로 합니다. -그림책 <구름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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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온더블럭>에 등장한 <구름빵>의 한장면 ⒸtvN

 

<구름빵>2004년 한솔교육에서 나온 아동용 그림책이다. 그림책으로는 큰 성공을 거둬 40만 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2005년에는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름빵>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줄 당시 신인이었던 백희나 작가도, 출판사도 알지 못했다. 계약은 으레 신인 작가들이 그렇듯, 출판사 주도로 이루어졌고 이 계약은 지금까지도 백희나 작가가 <구름빵>의 저작권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됐다.

 2005년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신인에게는 일단 책을 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내 그림과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데 굳이 깐깐하게 굴 필요가 없다. 출판에 대해서는 출판가들이 전문가이니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희나 작가는 지금도 후배 작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최고의 작품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최고의 대우를 해주라고 말한다. 16년간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의 당부다.

 지난 99<유퀴즈>에 문과형 작가로 등장한 그는 사실 이과 출신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를 나왔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세상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옳음과 진리가 있다는 걸대학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사실 <구름빵>의 이야기도 사회의 불평등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원리원칙이 있다는 것 등 당시의 배움이 작업의 기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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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디즈니가 세운 칼아츠 학교다. 그는 2020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는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삐삐롱스타킹>을 만든 스웨덴 작가 린드그렌을 추모하며 만든 상이다. 총 상금은 6억원에 이르는데, 스웨덴 국민은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한다. 아동문학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세상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옳음이 있다

 그의 작품은 하나 하나 종이로 빚어진 입체인형과 배경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지를 채우는데 여기에 그의 문과적 감성과 이과적 정교함이 절묘히 배합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장 보엘 웨스틴은 재료와 표정, 그리고 동작에 대한 정교한 감각으로, 백희나는 고독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책 무대에서 마치 영화처럼 보여 준다. 과거를 소환하는 그녀의 미니어처 세계에서는 구름빵과 달샤베트, 장수탕 할머니와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있다. 그녀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아찔한 경이의 세계로 가는 출입문이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흔히 <구름빵>의 법적 공방을 저작권 분쟁으로, <구름빵>이 이렇게 성공하고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작가는 고작 1850만원을 번 게 전부라는 이슈로 본다. 그러나 백희나 작가가 싸운 본질은 이야기의 변질이다. 그가 <구름빵>에서 담았던 편견과 선입견이 없는 이야기는, 2차 저작물로 바뀌면서 고정관념과 관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한국의 아동문학은 어디만큼 와있나

 작가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출판사의 횡포나, 2차 저작물에 닿을 수 없는 원저작자의 손길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아동문학을 대하는 자세의 답답함이다. 한국에서 그만큼 그림책으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이가 없건만, 그조차도 척박한 현실을 살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 그와 그의 작품의 가치를 알아봐준다. 물론 그의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진즉에 그 가치를 알아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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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백희나 작가는 2017년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계약 내용에 따라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백 작가가 사후적인 사정을 들면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는 점, 계약상 저작물이 출판사에 양도·양수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백 작가는 항소했지만 2심도 패소 판결 유지라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계약 내용이 백 작가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감안해 백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계약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은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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