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남북미 정상의 동상이몽, 한반도 운명은 누가 결정하나

선수현 기자 |  2020.07.30

결말부터 궁금했다. 양우석 감독이 그린 남북미 정상회담은 어떤 모습일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양 감독의 <강철비>가 떠올라서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이 29일 개봉 첫날 22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강철비2: 정상회담>은 2017년 개봉한 <강철비>의 후속작이다.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끈 데는 전작에 대한 여파가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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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롯데엔터테인먼트

 
상호보완적 시리즈의 묘미

두 영화는 닮은 듯 닮지 않았다. 큰 틀에서 한반도를 다루지만 줄거리는 다르다. 1편의 강철비(스틸레인)가 개성공단에 비처럼 쏟아진 무기였지만, 2편의 강철비는 한반도 일대를 덮친 태풍으로 묘사됐다. 즉 1편이 남북 중심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2편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야기를 암시했다.

그러면서도 상호보완적 구조를 이뤄 시리즈물의 맛을 살렸다. 그 묘미는 배역에 진하게 묻어난다. 전작에 출연한 배우들이 진영을 서로 바꾼 것. 1편에서 북한 특수요원 엄철우로 등장한 정우성은 2편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맡았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의 곽도원은 북한의 쿠데타를 주도하는 호위총국장으로, 북한 장성을 연기했던 이재용은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변신했다.

여기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남북이 서로 입장을 바꿔본들, 한반도 문제가 우리 의지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란 현실이다. 동시에 관객에게 묻는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해온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본 적 있냐고. 탈냉전 시기를 지나왔지만 한반도만 냉전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음에도 상대의 도발에 내성이 생겼다. 전쟁 위기 상황을 두고도 ‘또?’라며 무뎌졌고, 당사자가 방관자로 변해버린 지금이 괜찮냐고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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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속 (왼쪽부터 시계방향)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북한 최고 지도자 조선사(유연석),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의 모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강철비2: 정상회담>의 배경은 2021년 8월.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한의 최고 지도자 조선사(유연석),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가 북한 원산에 모인다. 북미 사이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의 쿠데타가 발생한다.

팽팽한 긴장감이 지배하는 핵잠수함에선 납치된 세 정상의 민낯이 드러난다. 세계 최강의 패권국임에도 공고한 팍스 아메리카를 꿈꾸는 미국 스무트 대통령과 핵과 미국 중 어떤 것도 놓칠 수 없는 조선사 위원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다. 그 너머로 북미 정상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있다. 정상회담에 초대는 받았지만 정작 서명할 자리 없는 평화협정서는 현실과 꼭 닮아 보는 이의 심경을 복잡하게 한다. 현실의 특정 인물들이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국가의 이익 앞에서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관계의 철칙은 영화에서도 통용된다. 모두 각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행동할 뿐이다. 중국과 북한 쿠데타 세력의 내통, 일본과 미국의 사전 결탁 등 더러 ‘내 손은 더럽히지 않은 채 이익을 취하려는 자세’도 나타난다. 공식 회담장에서 몰랐던 사실이 핵전쟁 위기로 번지자 영화 속 세 정상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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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의 문제에 마주할 준비가 됐는가

한반도 외교는 고차방정식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미래를 전쟁, 북의 내부 붕괴, 평화적인 비핵화, 한국의 핵무장으로 인한 핵 균형 평화 등 크게 네 가지로 전망했지만, 당사자들에겐 복잡다단하기만 하다. 그 어떤 결과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수십 년째 공전 중이다. 상대를 설득하고 중재하는 한경재 대통령을 응원하다가도 이내 답답함이 치밀어 오르는 건 지극히 우리의 현실이 떠올라서다.

한반도의 미래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 아직 모른다. 그 길 위에 놓인 수천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양우석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한 갈래, 한 갈래 풀어냈다. 1호를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북한이 가진 핵의 절반을 얻어낸 1편의 결말. 불완전한 평화에 찜찜함은 남았지만, 결국 통쾌하게 우리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했다. 2편은 결코 쉽지 않은 질문과 함께 마무리된다. 이제 우리의 문제에 우리가 마주할 준비가 됐는지,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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