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누르기 전 ‘샷티켓’ 좀!

내가 왜 거기서 나와?

선수현 기자 |  2020.06.02

번화가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어디 가세요?”라고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헌팅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표정이 자못 불편해 보입니다. 남성의 손에 휴대전화가 꽂힌 셀카봉이 들려 있네요.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성은 딱 부러지게 거절을 하지도, 진지하게 받아주지도 못하고 있네요.

요즘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늘어나며 이러한 콘텐츠가 아무렇지 않게 제작됩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홍대, 이태원이 주요 무대입니다. 상대의 얼굴을 모자이크하는 경우는 그나마 좀 낫죠, 라방(생중계)으로 진행되면서 상대의 얼굴이 그대로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휴대전화부터 들이대기도 하죠.

종종 자신도 모르는 사이 출연하기도 합니다. 유튜버가 촬영하는 사이 우연히 등장하는 건데요, 매장 직원이나 행인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을 걸으며 조용히 이뤄지는 촬영도 적지 않아 일반인으로서는 자신이 방송에 출연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비단 유튜브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각종 인증샷과 셀카로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찰칵’ 소리가 불편하지는 않나요? 일상에서 들려오는 ‘찰칵’ 소리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오히려 흠칫 놀란 경험,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나는 당신을 찍으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도 개운해지지 않는 건 왜일까요? 오히려 반문하고 싶습니다. “제가 왜 당신의 클라우드에 저장돼야 하나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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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알바생 2명 중 1명(45.7%)이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바 근무 중 원치 않게 손님의 사진이나 영상에 찍혀본 적이 있다’고 답한 서비스직 알바생도 34.8%나 됐죠. 카페에서 무심코 찍는 셀카나 동영상 촬영이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단 뜻입니다.

설문에 답한 알바생들은 ‘손님의 카메라 렌즈 방향이 내 쪽을 향한다고 느낄 때’ ‘손님이 셀카, 음식, 매장 사진을 찍을 때’ 등 손님이 찍는 사진에 자신이 걸려 찍힐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또한 ‘근무하는데 어디선가 셔터음이 들릴 때’ ‘유튜버·브이로거라며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밀 때’ ‘SNS에서 내 얼굴이 찍힌 사진을 발견했을 때’ ‘찍힌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았을 때’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아울러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SNS에 유포하는 건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찍는 사진이나 영상이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도록 지켜주는 게 예의 아닐까요? 어느 날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사진 중 익숙한 내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죠. 촬영에도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셔터를 누르기 전, 서로를 위한 ‘샷티켓’을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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