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주제 ‘사랑’]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

글 : 이경후 인턴기자(연세대 4)  / 사진 : 김선아 

“내가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연애도 좋지만
나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인정하게 되는 연애도 참으로 좋다.

그러니까 내가 가끔
나약한 모습을 보여줄 때

너는 조금도 비난하지 않고
다만 그것에 기뻐할 줄 아는
남자이기를”

- 곽정은 《혼자의 발견》 -


한 TV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언변과 연애 전문지식으로 주목받는 곽정은. 그가 네 번째 책을 쓴 지 3년 만에 에세이집 《혼자의 발견》을 펴냈다. 이 에세이집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랐다. 연애만 주로 얘기해온 그가 ‘혼자’를 얘기하니 의아할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책을 통해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함께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진실을 얘기한다. 옥수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연애에 대한 생각과 연애칼럼니스트로 사는 삶에 대해 들었다.
연애할 때 바보가 되지 않는 방법

곽정은이 혼자 지낸 기간은 길다. 2005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고, 거의 10년을 혼자서 살았다. 더욱이 그가 처음 독립을 결심했을 때 직장과 부모님 집은 모두 서울에 있었다. 부모님은 ‘왜 나가느냐’고 의아해했다. 급작스러운 결정이었고 그는 작은 차에 옷과 컴퓨터만 싣고 나왔다.

“오빠는 3년 군 생활하고 스물여덟 살에 결혼했고 네 살 차이 나는 언니는 운동선수였는데 성인이 된 후로는 나가서 살았어요. 그런데 왜 전 스물여덟 살이 되도록 같이 사는 걸까 싶었죠. 부모님 집에서 살다가 결혼하면 인생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았어요.”

혼자 사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독립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바닥에 주저앉아 “외로워, 나 집에 갈래”라고 말하며 울기도 했다. 마트에서 산 빨래 건조대를 홀로 어깨에 메고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올 땐 묘한 서글픔을 느꼈다.

“하나도 저절로 되는 게 없는 독립의 실상을 느꼈죠. 그러나 그것을 감당하며 책임지고 씩씩해져야 하는 게 어른이란 걸 깨달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에 더 성숙해졌어요.”

책 표지에 있는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함께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란 말의 뜻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데 연애를 하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거란 생각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이야기인지는 책 몇 권 읽거나 연애 몇 번 해보면 알 거예요. 같이 있을 땐 좋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외로워지는 것처럼요. 중요한 건 혼자 있을 때도 스스로를 달랠 수 있고 자신을 충만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연애할수록 바보같이 되지 않는 연애’를 할 수 있고, 이성을 달리 볼 수 있는 눈도 생기고요.”

경제적 여건과 효도를 이유로 결혼이 곧 독립이 돼버리는 상황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도 혼자 살아보라고 그는 권한다. 자신이 누군지 알기 위해 혼자 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자신을 세우는 두 가지 기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혼자 살아보는 자신을 체험하지 못한다는 건 세계관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일례로 독립 후 6개월 동안 살이 많이 쪘어요. 외로움과 배고픔을 느끼는 뇌의 부위가 비슷한데 외로운 걸 배고픈 걸로 느꼈기 때문이었거든요. 하루는 제 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이러지 않았는데 이러는 나는 누구지?’란 생각을 했고, 제 감정을 더 깊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그 역시 아직 ‘혼자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20대 시절엔 연애 안 하면 너무 슬펐어요. 30대엔 비로소 연애를 안 하고 있어도 ‘나 꽤 행복하구나’ 하는 감정이 들었죠. 40대에는 정말로 혼자 있는 것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연애와 상처의 함수 관계


곽정은이 늘 마음속에 중요하게 품고 있는 두 단어는 ‘자존감’과 ‘치유’다. 상처는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건강한 연애’는 공존하기 힘들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상처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는 “상처를 입은 자여서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없는 척 가장하기 때문에 사랑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 역시 한때 상처가 많았던 경험을 통해 터득한 내용이다.

“가족 모두가 바쁜 탓에 어려서부터 외롭게 자랐어요. 사람들을 만났을 때 항상 정이 고파서 조금이라도 인정받고 선택되길 바랐죠. 20대 땐 만나는 이성들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다 보니 자주 상처를 받았어요. 어릴 적부터 내성적인 성격에 혼자서 삭일 때가 많았고요.”

상처받은 걸 잘 이겨내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선 “일상에서 성취의 경험을 하면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애가 아닌 걸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일이 가능하단 걸 느끼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도 쉽게 절망하지 않아요.”

지난해 3월 그는 10년간 몸담았던 〈코스모폴리탄〉의 피처에디터 직을 그만뒀다. 지금은 연애칼럼니스트로서 방송, 강연을 주로 한다. 그가 처음부터 연애칼럼니스트나 연애강사가 되기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잡지사에 근무하는 동안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섹스칼럼을 썼지만 현장취재 기사를 더 많이 써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말 많은 취재와 공부를 했고 크고 작은 연애경험이 있기 때문에 연애칼럼을 체계적으로 쓸 수 있었어요. 이건 커리어적인 기록과 여자로서의 달콤 쌉싸름한 연애경험으로 가능하게 된 지점인 것 같아요.”

사랑의 3요소로 시간, 체온, 체액을 꼽은 적이 있는 그에게 연애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연애는 자신만의 사랑을 정의하기 위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강연할 때 질문을 받아보면 어장 관리식으로 연애를 수집하려 하거나 어떻게 좋은 사람을 만나서 정답의 연애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을 많이 봐요. 저는 둘 다 아니라고 봐요. 자신은 손해 보기 싫고 상처받기 싫다는 생각에 가득 차서 인생의 좋은 시기를 다 놓치는 거죠.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전 생각이 확고해지면 헤어지자고 말하거나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 시간을 끌지 않는 편이에요. 마음이 있으면 의사를 타진하고 상대가 거절하면 ‘알겠습니다’ 하면 되죠.”

그를 처음 카페에서 만났을 땐 그에 대한 선입견으로 잔뜩 긴장했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도도해 보이던’ 그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TV에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선 연애의 달인인 것처럼 정답만 말하는 듯 비쳐 센 여자로 보일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TV 매체 특성상 라디오나 책에 비해 내면의 모습이 진하게 드러나지 않거든요. 물론 강한 건 사실이지만 나약하고 예민한 면도 많아요. 그래서 예민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일상 속 내용을 언어화해서 표현할 수 있고, 이렇게 행복하고요(웃음).”
  • 2015년 0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