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ccess | 지하방 이웃 생각하며 만든 공기청정기로 세계 진출-이길순 (주)에어비타 대표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발명전에는 한국인이 대거 참여해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중 금상과 특별상을 동시에 차지하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출품작은 바로 (주)에어비타의 공기청정기였다. 전자 모기향 정도의 초소형인 이 공기청정기를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공기 정화가 되면서 조명등 역할도 한다.

평범한 주부였던 이길순 씨(43세)는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후 사업가로 변신해 (주)에어비타를 설립했다. 그를 포함, 12명이 일하고 있는 (주)에어비타의 지난해 매출은 15억 원. 올해는 목표액을 두 배로 잡고 있다. 국제발명전 수상 이후로는 세계 각국에서 제품 설명회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덕분에 그의 일정표에는 해외 출장 스케줄이 연말까지 빽빽하게 잡혀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두바이와 이집트에 다녀온 지 이틀밖에 안 됐다”는 그는 “아직 짐도 못 풀었는데, 며칠 뒤에는 다시 홍콩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피곤할 법도 한데, 오히려 행복하단다.
“미국과 일본 백화점에서 이미 판매가 시작됐어요. 요즘은 유럽, 인도, 베트남, 중동 등에서 제품 문의를 받고 있고요. 계약이 성사된 곳도 여럿 있어서 내년쯤에는 아마 세계 곳곳에서 에어비타를 만나게 될 겁니다. 주부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전 세계 주부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세계 각국을 누비며 제품 설명회를 가진 흔적들(위). 제네바 국제발명전 상장과 각종 인증서(아래).
에어비타는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 초소형인 데다 관리하기가 쉽고, 유지비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1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24시간 내내 한 달을 사용해도 100원 미만인 월 전기료, 물 세척이 가능해 필터도 따로 교환할 필요가 없다. 또 내·외부가 방수 처리되어 있어 어린아이들이 물이나 음료수를 쏟아도 안전하다고. 밤에 불을 끄면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전구를 끼우면 나이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평범한 주부인 그가 이런 획기적인 제품을 만든 것은 10년 전, 다세대 주택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던 이웃집 아기는 항상 감기와 아토피 피부염을 달고 살았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하방에서는 항상 퀴퀴한 냄새가 났다. 또 곰팡이 때문에 온 식구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그는 공기청정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공기청정기가 그렇게 흔한 물건은 아니었어요. 대부분 수입품으로 가격도 비싸고 부피도 만만치 않아서 돈 없고, 집 좁은 서민들은 엄두도 못 냈죠. 공기청정기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반지하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서민들이잖아요. 저렴하면서 필터 값 걱정 없고,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 작은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살림만 하던 그에게 새로운 물건을 개발한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이를 사업화하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이 생수를 사 먹기 시작하고, 정수기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며 ‘물’ 이후 공기와 관련된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그때 이후 그는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제품 개발하다 감전되기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기청정기 에어비타. 콘센트에 꽂으면 공기가 정화되면서 조명등 역할도 한다, (주)에어비타는 일산 테크노 타운에 위치해 있다.
한동안은 정말 막막했어요. 스물넷에 결혼해 아이 둘 낳은 후 살림하고 아이 기르는 것밖에 모르고 살았으니 전자제품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어요. 공기청정기를 사서 뜯어 보기도 하고, 혼자 청계천을 돌면서 부속품들을 사서 조립도 해 보고 별짓 다 했죠. 실험을 하다 감전된 적도 있었어요. 결국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공기청정기 전문가를 수소문했어요. 마침 뜻 맞는 분을 만나 함께 개발을 했지요. 물론,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만났지만 제품 개발까지는 쉽지 않았다.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첫 제품이 세상에 나온 것이 4년 전, 그동안 개발비만 12억 원 이상이 투입되었다. ‘집 팔고, 땅 팔고, 결혼반지까지 팔아’ 자금을 마련했지만 개발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경제적인 위기도 여러 차례 겪었다.

“개발을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지금은 대학생, 중학생이 되었는데, 늘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해 저를 우쭐하게 만들어요. 가족들 덕분에 어려울 때마다 힘을 낼 수 있었죠.”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지난해부터는 정부 지원금도 받게 되었고, 일산 테크노 타운에 90평 규모의 사무실도 마련했다. 사업 초기, 자동차 딜러로 일하는 남편의 영업소에 책상 하나 달랑 놓고 일하던 때와 비교하면 눈부신 발전을 한 셈이다.

“한창 어려울 때는 남편도 많이 말렸어요. 이제 그만하라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그런데 그럴수록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매출이 오르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였으니까 그동안은 제품을 내놓고도 계속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경험 부족으로, 몰라서 당한 일도 많았고요. 가령, 계약서를 잘못 써서 큰 손해를 본 적도 있고, 상대방 말을 순진하게 믿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어요. 특허 침해를 당한 것도 한두 건이 아니에요. 사업 몇 년 해 보니 이제는 좀 알 것 같아요.”

사업가가 된 이후 그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야간대학 법학과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는가 하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세상을 보는 눈도 넓혔다. 여성발명협회 이사가 되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주부 발명가를 지원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발명의 시작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생각만 하지 말고 곧바로 특허 등록을 해 자기 재산으로 만드세요. 제품 개발이 어려운 주부들은 아이디어 제공만으로도 충분히 수입원을 만들 수 있거든요. 특허와 관련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여성발명협회를 찾아 상담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요즘 에어비타를 가지고 세계 시장을 돌며 발명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 주부 발명가를 양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최선희 TOP CLASS 객원기자 | 사진 이창주
  • 200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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