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모델 지젤 번천 Gisele Bundchen

글 이자연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서양 언론이 모델계의 미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 ‘넥스트 지젤’이다. ‘더 보디’(The body·위대한 몸이라는 뜻의 지젤 별명) 지젤 번천. 그를 두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슈퍼모델 지젤 캐롤라인 번천’ 같은 상세한 수식어는 이미 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다. ‘180㎝의 큰 키와 가무잡잡한 피부’ 같은 인상착의 묘사는 더더욱 불필요하다. 웬만한 언론들은 그녀를 성 없이 그저 이름만으로 부른다. 케이트(모스)와 나타리아(보디아노바) 등과 함께 지젤은 퍼스트 네임만 불러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몇 안 되는 존재다.

모델이란 태생적으로 수명이 짧은 직업. 데뷔한 지 5년만 넘어도, 20대 중반만 넘어도 ‘한 물 간’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데뷔 10년이 된 지젤 번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델료를 받는 여자’다. 최근 경제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스물다섯 살의 지젤이 2005년 6월부터 12개월간 벌어들인 수입은 매니저나 변호사에게 간 돈을 제외하고도 총 1,520만 달러(약 152억 원).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보다 많은 액수다. ‘1인 기업’으로 불릴 만하다.

지금은 섹시미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그에게도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브라질의 소도시 호리존티나 리오 그란데라에서 딸 부잣집의 쌍둥이 자매로 태어난 지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비쩍 마른 몸매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는 거의 왕따나 다름없었어요. 너무 말라서 별명이 ‘올리브’(만화 ‘뽀빠이’의 아내)였죠. 심지어 ‘해골’이라는 말도 들었어요. 다리가 남들 팔뚝보다 가늘었으니까요. 여자 아이들 그룹에도 끼지 못하고, 남자 애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죠.”

그러나 지젤의 껑충한 키와 긴 팔다리는 모델로서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라틴계와 독일계 핏줄이 섞인 그에겐 일반 브라질 소녀들과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키 크고 매력적인 그의 집 여섯 자매는 모두 모델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지젤은 날카로운 턱 선과 검푸른 눈동자로 유독 눈에 띄는 존재였다. 15세인 1995년 상파울루 쇼핑몰에서 햄버거를 먹다 모델 에이전시 직원에게 발탁된 그는 1997년 브라질에서 열린 엘리트 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모델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성공의 길이 곧바로 열린 것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패션계는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에 위태롭게 보일 만큼 뼈가 앙상한 모델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태양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에 중성적인 이미지의 그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유럽 에이전시들을 찾아다니며 오디션을 봤지만 발탁되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리오 테스티노의 눈에 띄면서부터였다. ‘미소니’ 광고를 위해 색다른 모델을 찾던 테스티노는 브라질에서 온 소녀에게서 자신이 찾던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발견해 냈다.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 지젤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랄프 로렌’ ‘돌체 앤 가바나’ ‘로에베’ ‘베르사체’ ‘발렌티노’ ‘셀린느’ ‘지안 프랑코 페레’ ‘클로에’ 등에서 모델 제의가 쏟아져 1998년 가을/겨울 시즌 프레타 포르테와 오트 쿠튀르에선 소위 ‘지젤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였다.

시간당 7,000달러(700만 원), 1년에 500만 달러(50억 원)를 버는 그는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모델료를 많이 받는 모델’ 톱 순위에 4년째 뽑히고 있고, 알려진 재산만 1억 5,000만 달러(1,500억 원)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슈퍼모델’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패션계 최고가 계약’으로 소문 난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스 시크릿’과의 전속 계약은 그의 높은 몸값을 더욱 키워 놓았다. 2001년 브라질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구두 ‘이파네마 지젤 번천’이 1억 켤레 이상 팔렸다.


“나는 사실 평범한 사람이에요”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익힌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어 실력도 세계적인 모델로 성장하는 데 뒷받침이 됐다. 영화 〈미녀 삼총사〉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하고 〈택시 더 맥시멈〉에 출연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모델 스콧 반힐, 억만장자 호아오 파울루 디니즈, 배우 조쉬 하트넷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숱한 미남 스타들과의 화려한 로맨스는 지젤에게 할리우드 스타나 다름없는 대중적 유명세를 안겨 주었다. 특히 디캐프리오와는 4년간 결혼설과 파경설 사이를 오가며 파파라치의 인기 표적이 됐다.

지난 해 두 사람의 공식 결별은 그녀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지만, 지젤은 다시 일어섰다. 외도와 폭력사건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디캐프리오와 달리 그는 ‘돌체 앤 가바나’ ‘크리스찬 디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전속모델로 굳건함을 과시했다.

그가 이처럼 ‘장수’하는 비결은 비현실적인 몸매를 갖고 있으면서도 여느 20대 여성들과 다름없는 친근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둥이 애인 디캐프리오가 부상을 입었을 때, 그는 모든 스케줄을 제쳐 두고 그의 곁에서 정성껏 간호했다. 또한 웬만한 여행 때는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할 만큼 검소하고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 앞서 세계적인 모델로 군림하던 영국 모델 케이트 모스가 마약으로 나락에 빠졌을 때, 지젤의 건강미는 상대적으로 더욱 빛났다. 지젤은 데뷔 초기부터 동물 보호 운동과 유방암 방지 캠페인에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 왔으며, 고향 축구팀 그레미우를 나서서 응원하는 등 조국 브라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브라질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팝콘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으며 “최고 미녀”라는 찬사에 “나는 사실 평범한 사람”이라고 부인하는 그녀. 늘씬한 미녀 모델은 한 해에도 수십 수백 명씩 쏟아지지만, 10년간 식지 않는 인기까지 한 몸에 받는 ‘넥스트 지젤’이 나오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
  • 2006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