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이 60억 원을 버는 회사 | 오카노 마사유키 오카노공업 대표

오카노 대표는 공장을 물려받은 1972년이나 지금이나 하루에 3~4시간밖에 안 잔다. 새벽 2~3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일이 없다.
오카노공업의 오카노 마사유키(岡野雅行?3세)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프레스겚奮?기술자다. 미국 〈타임〉지는 그의 기술에 대해 ‘현대 과학기술을 능가하는 최고의 센서를 지닌 인간이 창출한 것’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와 회계를 맡고 있는 아내, 사위 등 3명의 가족을 포함해 6명이 일하는 이곳의 연 매출은 60억 원에 달한다. 한 명이 1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꿈의 공장’이라 불리는 도쿄 스미다쿠의 오카노공업을 찾았다. 옛날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동네에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자리 잡은 두 개 건물. 한쪽은 연구개발, 한쪽은 생산을 책임지는 곳이라 했다. 가로 세로 5m도 채 안 돼 보이는 공간들이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 공장 같지 않았다. 이곳은 ‘불치병 치료소’로도 불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국방성, 소니, 히타치 등 각국 기관과 기업들이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골칫거리를 들고 오기 때문이다. 그는 비싼 치료비를 받기로 유명하다. 가격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가도 “오카노가 아니면 안 되겠군요”하고 다시 온다고 한다.

오카노공업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핸드폰과 컴퓨터에 사용되는 원피스형 리튬전지 케이스를 개발하면서부터다. 핸드폰과 노트북의 소형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개발이었다. 그동안 이 회사에서 만든 물건 중 세계 최초, 세계 1위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부지기수다. 자동차 충돌방지용 센서, 컴퓨터 압착단자 등이 대표적이다. NASA 의뢰로 만든 레이저 반사경과 미국 국방부와 공동으로 개발한 레이저 반사경용 위성 안테나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오카노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아프지 않은 주삿바늘’을 개발해 낸 것. 모기 주둥이처럼 가는 바늘이라면 모기에 물리는 정도밖에 감각이 없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2000년 이 제품 개발을 의뢰받았을 때 주변사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바깥둘레 0.2㎜, 바늘구멍의 지름 0.06㎜인 주삿바늘을 만들어 냈다. 사람 머리카락 두께(0.8㎜)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크기다. 지난해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 이 주삿바늘은 분당 350개가 생산되지만, 아직 일본 국내 수요를 맞추기도 벅차 수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오카노공업은 오카노의 아버지가 1938년 오카노 금형 제작소를 창립하면서 시작됐다. 1945년 초등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한 오카노는 가업을 도우면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괴짜’ 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그는 학교가 너무 재미없고 지루해 그만뒀다고 한다. 1972년 그는 아버지로부터 사장자리를 빼앗았다. 아버지가 일하는 방식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였다. 3D업종이라 여기던 일을 최고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영역으로 만들었으니, 결과적으로 아들의 판단은 옳았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가업 이어

학력이라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는 일하면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하나하나 독학으로 익혀 나갔다. 금형전문 기업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프레스일까지 확장하기 위해 그는 프레스 기술을 스스로 익혀 나갔다. 독일어로 된 프레스 관련 책과 독일어 사전을 분신처럼 끼고 다녔고,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손때, 기름때로 번들번들해진 이 책은 지금도 그의 최대 스승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연구개발에 진력하라’는 오카노 대표의 경영철학이자 오카노공업의 경영방침이다. 이 회사는 연 매출액의 30%를 연구개발비로 쏟아 붓는다. 제품을 의뢰한 회사로부터 초기 설비투자비로 50%를 받는데, 만약 의뢰한 제품을 완성하지 못했을 때는 출자금을 100% 반환한다고 한다.

“초기 투자비용을 받는 것은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기 위해서이고, 실패하면 전액 반환하겠다는 것은 퇴로를 막아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에서입니다.”

“처음이나 최초라는 단어가 붙는 기술은 그만큼 부가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의뢰자가 오카노공업의 기술을 높이 평가해 준 만큼 우리 장인들도 신이 나서 목숨 걸고 그 일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회사 규모를 확장하지 않는 것도 오카노의 경영 철칙이다. 거품경제 절정기인 1980년대, 다른 기업이 모두 기업 규모를 확장하고 성장에 치중했지만 오카노공업의 선택은 달랐다. 새로 공장을 지으면서도 규모는 키우지 않았다.

“그릇은 작지만 용량이 큰 회사를 추구했습니다. 이른바 명품 공장, 연구개발형 공장이지요.”

작은 회사지만 종업원에 대한 대우는 각별하다. 주 5일제 근무에 아침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으로,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잔업이 없다. 그러면서 월급은 다른 공장보다 90만 원 정도 많다. 전 직원에게 스포츠클럽 회원권을 제공하고 매년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한다고 한다.

공장 분위기에서도 종업원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 오카노 대표의 안내로 들어선 공장은 규모는 작았지만, 천장이 높아 매우 쾌적했다. 공기청정기, 방진시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고, 바닥도 왁스처리가 돼 있었다.

오카노 대표는 공장을 물려받은 1972년이나 지금이나 하루에 3~4시간밖에 안 잔다. 새벽 2~3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일이 없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제품 개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뒤척거리기 일쑤다. 그러다 지치면 벌떡 일어나 집 옆에 있는 공장으로 달려가 작업을 시작한다. 40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60%, 공작기계의 30%, 금형기계의 40%를 공급하는 기술대국 일본. 그 힘은 오카노 마사유키 같은 장인으로부터 나온다. 이 작은 공장에 도쿄도지사, 도요타자동차 회장 등 일본의 대표적인 명사들이 줄줄이 찾아온다고 한다. 지난 1월 18일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방문해 “일본 경제의 주춧돌은 이곳 같은 중소기업”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전할 메시지가 없느냐는 물음에 오카노는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의 기술은 국가경제라는 거함의 철골이자 엔진입니다. 제 경험상 중소기업이 연구개발비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습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사진제공 《목숨 걸고 일한다》(세종서적)
오카노 사장의 5대 경영 방침 1 기업 가치는 기술에 있다. 연구개발에 진력하라. 2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라.  3 회사 규모를 키우지 마라.  4 사원은 가족이다. 최고로 예우하라. 5 거래처와 대등하게 거래하라.
  • 2006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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