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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크루 ‘알로그(R-log)’ 김유진·장남영·장선웅·최승민

“함께 달리면 더 멀리 가요!”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러닝크루(running crew)는 같은 코스를 함께 달리는 모임이다.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정기적으로 만나 달리면서 모임을 갖는다. 지역별로 크고 작은 크루가 많이 생겨 그 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포기하고 싶을 때 같이 달리는 크루는 힘이 되어준다. 달리기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다 보니 친분도 더 돈독해진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러닝크루 ‘알로그’ 멤버들을 만났다.

#R-log #치킨런 #다이어트효과 #친구도생기고 #생각보다할만하네 #보던서울이경험한서울로
평일 저녁 9시, 어둠이 짙게 깔린 한강공원에 기분 좋은 강바람이 불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는 사람, 야경을 즐기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사람, 운동복을 입고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 등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어우러져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달리는 젊은 세대가 적잖게 눈에 띄었다. 러닝크루였다.

러닝크루 ‘알로그(R-log)’에서 활동하는 대장 장선웅 씨와 직장인 김유진·장남영 씨는 퇴근 후 달리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대학생 최승민 씨는 땀이 흥건한 모습이었다. 벌써 두 시간 동안 달리고 왔단다.

알로그는 지난해 11월에 결성돼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 일주일에 한 번 10~20명이 모여 서울 시내 곳곳을 5~7km 코스로 달린다. 조금 더 실력 있는 멤버가 리드 페이서를 담당하고, 뒤에서 후미 페이서가 힘을 실어주며 함께 목표 지점으로 향한다. 현재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모임을 자제하는 중이다.


알로그에는 흥미로운 기획이 많다. 홍대나 남산 같은 경치 좋고 달리기 좋은 코스를 짜는 것은 물론 초보자를 위해 ‘치킨런’ ‘와인런’ 등도 운영한다. 치킨런은 미리 치킨을 주문해서 치킨 도착 시간에 맞춰 크루가 먹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유인책이다. 와인런 역시 분위기 좋은 루프탑을 예약해 멤버들과 와인을 마시며 그날의 달리기를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장선웅 대장은 “달리기나 사람을 만나는 데 허들을 낮추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며 “알로그는 러닝을 처음 시도하려는 사람이 입문하기 좋은 모임”이라고 했다. 함께 모여 달리면 힘들고 땀 냄새도 나고 재미없을 거란 생각에 거부감을 가졌던 멤버들도 크루를 통해 달리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알로그 멤버들이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이에요.
대학생·직장인 신분으로 러닝크루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야구를 오래 했는데 손목 부상을 입었어요. 손을 쓰는 운동을 할 수 없어 다른 운동을 찾다가 달리기에 꽂혔습니다. 오랫동안 편하게, 여럿이 또는 혼자서도 할 수 있더라고요. 혼자 달리다가 크루를 알게 되어 합류했어요. 달린 기간은 2년 정도 됐습니다.” (최승민)

“직장 생활을 3년 정도 하니까 무료함이 찾아오더라고요. 회사와 집을 오가며 똑같은 일을 반복하던 중에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도 못 만나고 답답했어요. 6개월 전 학교 선배가 러닝크루를 권유했는데 운동에 관심도 없고 귀찮았지만 한번 해보니 의외로 재밌더라고요.” (김유진)

“평소 운동을 좋아해요. 그룹 운동 서비스 ‘버핏서울’에 참가 중인데 원데이 클래스로 달리기 이벤트를 하더라고요.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힘들어도 재밌었어요. 이후 혼자 조금씩 뛰다가 크루를 찾아 같이 뛰게 됐죠. 벌써 1년이 됐네요.” (장남영)

“5년 전 다이어트를 하려고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한두 달 하다 보니까 살도 빠지고 습관도 붙더군요. 야외에서도 뛸 기회를 갖기 위해 크루 활동을 시작했고요. 멤버로 참여하다가 지금은 알로그를 만들어 함께 뛰고 있습니다.” (장선웅)


달리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잖아요.
굳이 팀을 꾸려 달리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 친분을 쌓을 수 있어요. 크루에 참가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앱을 쓰고, 러닝화는 뭘 신고, 어디를 뛰면 좋은지 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장남영)

“혼자 뛰면 잘 안 나가게 되잖아요. 작심삼일로 끝나기도 하고. 크루는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이니까 귀찮아도 그걸 지키려고 나가게 되더라고요.” (김유진)

“저는 네 개의 러닝크루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크루에 참가하면 확실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대학생이나 직장인은 자기 분야에 한정된 사람만 만나게 되잖아요. 크루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 정말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러닝과 별개로 이것저것 알게 되는 것도 많고요.” (최승민)

“‘러닝머신으로 3km 뛸래,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5km 뛸래’라고 묻는다면 후자가 훨씬 쉽고 재밌어요. 혼자 달릴 때와 함께 달릴 때의 체감 난이도가 다르죠. 함께 달리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달리게 돼요. 마라톤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크루 멤버들이 함께 응원해줬어요. ‘나를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더라고요.” (장선웅)



멤버들마다 실력이 천차만별일 텐데, 같이 달리는 게 어렵지 않나요?

“알로그는 초보자도 많아 난이도를 낮추는 편이에요.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잖아요.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죠.” (최승민)

“크루마다 목적이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으면 돼요. 재밌게 칼로리만 태우는 곳, 장거리로 달리는 곳 등 다양해요. 규모가 큰 크루는 실력별로 그룹을 나눠 달려요. 알로그는 그룹 하나만 운영하고 있는데 초보자에 맞춰 리드 페이서와 후미 페이서가 앞뒤에서 끌고 가니 끝까지 함께 달릴 수 있어요.” (장선웅)


계속 달리게 하는 달리기의 매력은 뭔가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탁 트인 곳에 나오는 자체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저는 러닝 앱을 쓰는데 기록하는 재미도 있고요.” (장남영)

“뛸수록 체력이 좋아지는 기분이에요. 처음에는 3km도 겨우 뛰었는데 지금은 5km도 거뜬해요. 또 아무 생각 없이 뛰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되고요.” (김유진)

“달리기는 정직해요. 내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에 따라 기록이 달라지잖아요. 일은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리니까 투입 대비 보상이 힘들지만 운동은 그게 가능해요. 앱에 그동안 달려온 기록이 누적되니까 1000km, 2000km 돌파하려는 욕심도 생기고요. 또 서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멀게 생각했던 거리가 막상 달려보면 얼마 안 되더라고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며 눈으로 봤던 장소가 경험한 공간으로 인식되고요.” (장선웅)

“야구를 할 때는 단체전이다 보니 제 성취와 관계없이 팀이 패배하면 진다는 사실이 아쉬웠어요. 그런데 러닝 앱을 켜고 달리면서 작게는 ‘축하합니다’ 응원도 받고, 크게는 사은품도 받아요. 뭔가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최승민)


뛰기 싫을 때도 있겠죠? 그럴 땐 어떻게 해요?

“뛰고 나면 항상 잘했다는 마음이 들던데요.” (장남영)

“전 아니에요. 뛰기 싫으면 그냥 안 뛰어요. 다른 운동을 하죠. 기분이 안 좋은데 억지로 달리면 꼭 다치더라고요.” (최승민)

“뛰기 싫을 때가 많아 크루를 하는 거죠. 혼자 달리기보다 덜 힘들고 뛰고 나면 뿌듯하거든요.” (김유진)


러닝크루 알로그 멤버 (왼쪽부터) 최승민·장남영·장선웅·김유진. 이들은 각각 경력 2년·1년·5년·6개월 차 러너다.
좋아하는 코스를 꼽는다면.

“우리 크루는 대장이 준비를 참 많이 해요. 콘셉트를 잡고 서울 중심지를 많이 달리는데 코스를 보면 거의 여행사 수준이에요. 서울역에서 출발해서 남산도서관으로 달린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중간중간 쉬면서 퀴즈도 맞혔는데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지식도 쌓게 돼서 그런가 봐요.” (김유진)

“회사가 강남 쪽인데 퇴근길에 지하철 보관함에 짐을 넣어두고 달린 뒤 집에 가요. 옥수역 인근 한강공원이 몸 풀기도 좋고 정비도 잘돼 있더라고요.” (장남영)

“한강에서 인천까지 연결된 아라뱃길을 좋아해요. 길이 일자로 길게 이어져 있거든요. 생각 없이 달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18km를 달리고 있더라고요.” (최승민)

“이 친구는 평소 운동량이 많아 몸이 버티지만 일반인은 위험해요. 뭐든 적당히 해야 좋습니다. 러닝 끝나고 몸도 잘 풀어줘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피로가 빚처럼 쌓여 한 번에 부상으로 와요.” (장선웅)


달리기를 하면서 ‘일상에서도 뜻밖에 이런 점이 바뀌었다’ 하는 점이 있나요?

“초·중·고 시절에는 운동과 담쌓고 살았는데 달리기로 운동의 맛을 알아버렸어요. 5km, 10km가 마라톤 하프코스, 풀코스로 이어졌고 철인삼종 경기까지 도전했죠. 예전에는 ‘9시부터 6시까지 일해야 하니까 피곤하면 안 돼’라고 생각했는데 일하면서도 운동하는 게 ‘할 만하네’로 바뀌더라고요. 또 러닝크루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등산, 스쿠버다이빙까지 입문했어요. 항상 도전하는 마음이 생기나 봐요.” (장선웅)

“회사에 다니면서 살이 8kg 정도 쪘어요. 그런데 하루 5km씩 한두 달 뛰었더니 6개월 만에 다 빠지더라고요. 달리기가 유산소 운동이라 살이 잘 빠져요. 그때 보디 프로필도 찍었네요. 그전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는데 운동 습관이 잡히니까 밖에서 활동하는 날이 늘었어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는 점도 긍정적이고요.” (김유진)

“처음에는 1분 뛰고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 싶더라고요. 조금씩 따라가다 보니 혼자서도 5km를 뛸 수 있게 됐어요. 먼 거리도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됐고요. 운동은 즐거운 활동이라 재미도 붙고 자신감도 생기는데 그렇다고 일에 적용되진 않던데요. 일은 일이니까.” (장남영)

“평소 저를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러닝을 하며 자신감이 생겼어요. 페이서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몸 푸는 법이나 달리는 방법을 설명하는 일이 많아요. 다른 사람들도 잘한다고 격려해주고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SNS도 시작했는데 기록으로 남기는 재미도 있어요.” (최승민)


나만의 러닝 팁이 있다면.

“음악감상이요. 제 페이스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모아둬요. 요즘은 저스틴 비버의 ‘peaches’를 즐겨 듣습니다.” (장남영)

“최대한 가볍게 뛰자! 나중에는 옷도 짐이에요.” (장선웅)

“직사광선 피해 달리기? 덥잖아요, 눈에도 안 좋고.” (최승민)

“달렸다가 쉬었다가, 무리하지 않고 속도 조절해가며 내 페이스대로 달리는 게 중요해요.”(김유진)
  •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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