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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감수성

“혹 안 드시는 음식 재료가 있나요?”

얼마 전 대안대학 미지행 설립자 함돈균·함은세 부녀와 점심 약속을 하면서 물었습니다. 두 분 모두 《topclass》 인터뷰이였죠. (함돈균 선생은 ‘새로운 세상 디자인하는 문학평론가’로, 함은세는 ‘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서핑에서 인생을 배우는 18세’로 담겼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급적 육식은 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먼저 물어봐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최근 만난 꽤 많은 분들이 채식주의자였습니다. 김탁환 작가, 《topclass》에 ‘강이슬의 커피코피해피’를 연재 중인 강이슬 작가는 채식만 하는 비건이고, 이번 달 커버 인터뷰 때 만난 요조, ‘시인 부부가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재 중인 박연준 시인은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입니다. ‘채식 인구가 눈에 띄게 많아지는구나!’를 하루가 다르게 절감합니다. 위암 투병 후 10여 년 넘게 비건으로 살아온 파버카스텔의 이봉기 대표는 “요즘 맛있는 비건 식당이 많아져서 너무 즐겁다”며 콧노래를 부른답니다.

비거니즘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그 모든 소비를 지양하는 삶의 태도를 일컫는데요.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중 채식주의자들이 특히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함은세 씨는 음료수를 주문하면서 “빨대는 빼고요”라고 덧붙이더군요. 다회용 빨대를 가지고 다닌다면서요. 매년 여름마다 서핑을 하며 바닷가에 나뒹구는 쓰레기들, 인간이 내다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을 마주하면서 바뀐 삶의 태도입니다. 또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와선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매일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함은세 씨처럼 생명 감수성이 예민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생명 감수성은 SNS를 타고 윤리적 소비를 종용하는 각종 캠페인으로 이어집니다. 그것도 즉각적으로. 거대하며 까다롭고 강력한 MZ세대의 이런 소비 패턴을 시장에서 놓칠 리 없죠. 작은 카페와 스타트업은 물론, 국내외 대기업과 명품 브랜드에서도 비거니즘 소비를 위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동물 가죽 대신 선인장, 파인애플, 야자수, 한지, 버섯을 이용해 가죽을 만듭니다. 저 역시 한지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요, 가볍고 튼튼한 데다 방수 효과도 탁월합니다. 무엇보다 한지 특유의 아련한 질감이 미학적으로 더없이 아름답고요. 이제 모피코트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구찌, 샤넬, 버버리,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 상당수가 모피 사용 중단에 동참을 선언했다죠. 고급 가죽가방 브랜드의 대명사인 에르메스도 버섯으로 만든 비건 가죽가방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말 다 했습니다.

이번 달 《topclass》 스페셜 이슈에서는 ‘비거니즘’을 다뤘습니다. 의·식·생활용품 곳곳에 비건이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동네 편의점만 가봐도 비건 맥주·라면·떡볶이·도시락을 만날 수 있고, 옷·콘돔·그릇·학용품도 비건이 있답니다. 확실히 세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비건 소재로 의류를 만드는 낫아워스 박진영 대표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식물성 대체 소재가 널리 쓰이는 날이 올 겁니다. 안 변하는 것 같아도 또 변하는 게 세상이잖아요.”
  •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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