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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아 베이스이즈나이스 대표

채소 친화 식공간의 ‘회복의 맛’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베이스이즈나이스 

#엄마밥상을닮은 #채식한끼 #채소맛의재발견 #구하기쉽고편안한
#채소가주인공 #가족과다시오는곳

따뜻한 봄날이 오면 뭉근하게 끓인 엄마의 된장국이 생각난다. 엄마의 요리는 특별할 게 없었다. 채소 우린 물에 된장을 풀고 텃밭에서 따온 봄동을 뚝뚝 손으로 떼어 넣어 바글바글 끓이는데, 그 맛이 어찌나 달곰하면서도 속이 편안하고 든든한지. 엄마의 푸성귀 나물은 또 어떤가. 소금, 참기름, 된장과 간장이 밑간의 전부인데도 맛과 향, 풍미가 근사하다. 재료 본연의 향과 식감이 주는 자연밥상의 참맛이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적한 골목, 채소 친화 식공간 ‘베이스이즈나이스’에 들어서면 엄마의 밥상이 떠오른다. 나무틀의 커다란 통유리창, 볕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공간은 엄마의 부엌처럼 포근하다.



채소는 자투리 음식 아닌 메인 식재료

“한국인의 밥상 위 채소는 자투리 음식처럼 소비되곤 해요. 애호박은 된장찌개나 전으로, 시금치는 나물반찬으로 나오죠. 육류를 좋아하니 고기반찬이 메인인 경우가 많고 채소는 곁들임 정도고요. 그래서 맛있는 채소를 주 요리로 꾸며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채소의 수분이나 당분, 향미나 질감을 돋보이게 하는 상차림이죠.”

베이스이즈나이스는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장진아 대표가 2019년 3월 문을 연 채식 친화 식공간이다. “채식을 기본으로 식생활을 연구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식공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베이스이즈나이스는 말 그대로 ‘기본이 좋은 것’이란 뜻이다.

“제 안에 켜켜이 쌓아온 음식에 관한 저만의 ‘베이스’를 기반으로 무엇이든 ‘나이스’한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뜻을 공간 이름에 담았고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장진아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일본 도쿄에서 식공간 연출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 외식업계에서 기획과 마케팅 일을 하다 자연스럽게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국내 토종 브랜드인 카페베네의 해외 지점 론칭팀에 합류하며 뉴욕으로 떠났다. 2012년 카페베네를 그만두고 뉴욕 현지에서 친구와 외식 사업을 하며 한식당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수년 동안 뉴요커들에게 한식을 알렸다. 10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그가 눈을 돌린 건 채식이다. 한국 채소의 단맛과 자연스러운 식생활에 매료되면서 채소가 메인이 되는 식사를 제안하고 있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데, 그중에서도 채소를 무척 좋아해요. 한국에 돌아와 매일 채소를 먹다 보니 그 본연의 맛을 다시 느끼게 됐어요. 채소가 얼마나 보드랍고 달고 향긋하던지요. 고기나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외식 공간은 차고 넘치지만, 채소를 주인공으로 하는 곳은 거의 없어요.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라는 틀을 벗어나 그저 채소 자체가 주인공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무쟁반 위에 가리런히 놓인 채소밥. 채소 본연의 색이 상차림에 생동감을 더한다.
‘비건’ 아닌 ‘채소 친화’ 식단

베이스이즈나이스에는 ‘비건’ 대신 ‘채소 친화’라는 설명이 붙는다. 강박적으로 채식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무조건 채식을 하자”가 아닌 “채소의 맛이 이렇게 다양해요”를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최소한의 조리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채식 한 끼가 이곳의 콘셉트다.

메뉴는 산미와 단맛, 풍미를 고려해 균형 있게 맞춘다. 기본이 되는 밥 위에 채소로 맛 낸 소스를 올린 채소밥은 이곳 메인 요리. 여기에 식초에 절인 붉은 래디시와 버섯, 노릇하게 잘 구운 옥수수와 연근, 애호박을 올리면 건강한 밥상이 차려진다. 음식은 나무쟁반 위에 올린 앙증맞은 찬합과 장 대표가 해외에서 직접 사 모은 그릇에 담긴다. 우엉의 거친 질감과 래디시의 붉은 색감의 조합이 예사롭지 않다.

“푸드 스타일링이란 음식을 예뻐 보이게 하는 작업이 아니라 메시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든 컬러는 없어요. 모두 채소 본연의 색이죠. 채소의 생동감을 그릇에 담았어요.”

눈으로 먼저, 그다음 코끝에 와 닿는 은은한 채소 향을, 마지막 혀로 채소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 시간. ‘채소만으로 요리했는데 이렇게 맛있다니!’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번 다녀가고 가족과 다시 찾아오는 고객이 많아요. 따님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경우가 가장 많고요. 소중한 이와 함께하고 싶은 음식이라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감사해요. 아무래도 채소의 힘이겠죠.”

그는 자신을 ‘셰프’가 아닌 ‘푸드 디렉터’라고 칭했다. 거창한 요리가 아닌 그저 “채소 본연의 맛과 식감, 색감, 향과 풍미를 해치지 않을 만큼 간결하게 조리할 뿐”이라는 얘기다.


제철 채소로 맛을 낸 상차림. 최소한의 조리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채식 한 끼’를 지향한다.
마음이 설레는 채소 일상

장진아 대표는 “채소를 맛있게 먹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이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경험과 취향을 담아 에세이 《허 베지터블스(Her vegetables)》를 펴냈다. 시금치잼·풋호박죽·두부처트니·비트된장·고구마장조림 등 맛있고 간결하게 먹을 수 있는 스물한 가지 채소 요리 레시피를 담았다.

“차가운 샐러드 말고, 채소를 메인으로 하는 따뜻한 식사를 즐깁니다. 마트에서 매일 보던 채소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색감, 식감, 맛, 향을 좋아하게 됐어요. 담백한 시금치잼을 요거트 위에 올려 싱그러운 아침을 시작하고, 기운 없는 날에는 뜨끈하고 보드라운 풋호박죽을 끓여 먹습니다. 참나물을 넣은 두부처트니와 핫핑크색 비트된장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풍미의 레이어드를 누리죠. 때로는 우엉채수로 속을 덥히고, 가볍고 싶은 날엔 톳국수를 비빔장에 쓱쓱 비벼 먹습니다. 이렇게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채소 일상을 책에 담았어요.”

책에는 초보자들이 시도할 수 있는 레시피가 대부분이다. 장 대표는 그중 ‘루꼴라무침과 노른자밥’ ‘블루베리 두부스무디’를 추천했다. “내 삶에 채소의 비중을 조금 더 늘리기로 결심했다면,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채소를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 책에서 그는 채식주의가 아닌 채소 친화적 자세를 강조했다.

“‘호화로움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간소화할 것’, 《매거진B》 무인양품 편에서 아트디렉터 하라 켄야가 한 말이에요. 최고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는 자세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만들며, 그것을 무척 사랑해주고 또 자랑스러워하는 거죠. 저에게 채식이 그래요. 의식적으로 강박을 주는 불편한 식생활이 아닌, 채소와 조금씩 친해지고, 채소를 조금 더 가까이 하며, 그런 식생활이 즐거워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서울살이가 힘들 때면 엄마가 차려준 자연밥상이 떠오른다. 자연이 선물한 식재료를 그대로 담아낸, 평범한 밥상이 주는 위로. ‘회복의 맛’이다. 베이스이즈나이스는 일상에 치일 때 잠깐 들러 속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그런 식당이다. 자연에서 나고 자란 채소를 가지고 기본에 충실하게 차려낸 한 끼는 베이스이즈나이스가 도시인에게 건네는 위로다.
  •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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