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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미 미미달 대표

이토록 힙한 전통 문양이라니!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와! 예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폰케이스. 단아한 색감에 학과 국화 패턴이 귀여움을 자랑하면서도 왠지 모를 우아함이 느껴진다. 매일같이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보호하는 실용성까지. 이 제품은 고려청자의 백미로 꼽히는 국보 제13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의 색과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비색과 흰색, 군청색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뤄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자태를 연상케 한다. 21세기 신(新)문물이 과거의 옷을 입고 그야말로 ‘힙’한 제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로 알려진 미미달의 고려청자 시리즈 이야기다. 두 달가량 2만 개가 판매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온라인 ‘뮤지엄샵’(국립박물관 문화상품)이 다운되는 소동까지 벌어지게 만든 주역이다. 미미달은 펀딩 사이트에 떴다 하면 연일 화제를 모았다. 고려청자 케이스, 단청 우산, 일월오봉도 필통은 목표 금액 대비 각각 6288%, 2920%, 1123%를 달성했고, 생활한복 브랜드 하플리와 협업한 도포 트렌치코트는

1만 5367%를 기록하며 억대 펀딩 자금을 모았다. 전통 소재 제품은 고루하고 진부하다는 선입견이 확연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미미달은 일월오봉도, 고려청자, 단청 시리즈를 중심으로 파우치, 폰케이스, 우산, 열쇠고리, 엽서 등을 제작하고 있다. 아이디어스, 텀블벅, 와디즈, 1300k와 같은 일반 상품 플랫폼에서 판매됨은 물론이고 국립중앙박물관, 고궁, 뮤지엄샵 등에 입점해 있는 점도 색다르다.

“한국 전통에 현대적 쓰임을 더한 디자인 제품을 만든다”고 말하는 한상미 미미달 대표는 전통 소재를 활용한다는 자부심이 그득해 보인다. 창업 2년 만에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미미달을 대표 전통 브랜드로 키운 저력이다.


01, 02_ 일월오봉도 시리즈 필통과 엽서. 병풍처럼 접고 펼치는 특성을 살려 제작했다. 일월오봉도의 해는 왕, 달은 비, 오봉은 세상을 의미하는데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이나 1만 원권 지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다.
#조선 왕실 일월오봉도, 필통에 들어오다

미미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 시절 금속공예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상품 기획개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했는데 성취감이 크더라고요. 나중에 꼭 창업을 해야지, 생각하며 졸업 후 1년 정도 MD로 일했어요. 미미달을 시작한 건 2017년 일본 여행의 영향이 컸어요. 소품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일본은 일상 제품에 전통 디자인이 가미돼 있는 게 많더라고요. 전통이 대중화됐달까요? 우리나라는 주로 인사동이나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념품에서나 전통을 마주할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예쁜 전통 제품이 많은데 안타까웠죠. 외국인이 좋아하는 제품이 아닌 한국인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특히 젊은 세대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요.”


그렇게 시작한 제품이 일월오봉도 필통인가요?

“맞아요. 일월오봉도에는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그려져 있는데 각각 왕과 비, 오행(五行), 즉 세상을 의미해요. 조선 왕실의 어좌 뒤편에 있었고, 요즘은 사극이나 1만 원권 지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요. 누가 봐도 일상에서 한국 전통을 떠올릴 만한 소재죠. 첫 제품은 필통이었는데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병풍처럼 접고 펼치는 특징을 살려 제작했어요. 왕을 상징하는 해 부분은 금속 단추로 표현해 재미를 더했고요.”


반응은 어땠나요?

“텀블벅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1123%를 달성했어요. 첫 펀딩을 성공하고 나니 ‘사람들이 전통을 안 좋아했던 게 아니라 젊은 세대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했던 거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더 현대적인 제품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필요를 느꼈어요. 미미굿즈로 시작한 프로젝트를 확대해 2019년 2월 미미달을 창업했죠. 일월오봉도 시리즈를 필통에서 엽서, 파우치 등으로 발전시켰고요. 엽서는 받는 분이 병풍처럼 펼쳐놓을 수 있도록 했고, 생활한복 브랜드 하플리와 협업해 일월오봉도를 수놓은 한복 트렌치코트를 만들어 펀딩도 진행했어요. 펀딩 규모가 1억 5000만 원대에 이를 만큼 큰 관심을 받았고요.”


01, 02_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로 알려진 고려청자 시리즈. 장수와 행운을 상징하는 전통 운학 문양에 현대적 색감을 더해 스마트폰·무선이어폰 케이스, 그립톡으로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 #깨지지 않는 고려청자

일월오봉도 다음에 출시한 고려청자 시리즈가 소위 대박이 났죠?

“일월오봉도만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통 소재가 필요했어요. 그게 고려청자였고요. 청자는 3세기경 중국에서 시작해 12~13세기 비취색 고려청자로 발전했다고 해요. 과거 중국은 값비싼 옥을 대신해 흙으로 푸른색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21세기 흙을 대신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죠. 귀한 고려청자를 깨뜨리지 않고 갖고 다닐 수 있게도 하고 싶었고요. 그렇게 비색의 스마트폰·무선이어폰 케이스를 만들었고 청화백자로 발전시켜 운학·국화 문양을 넣었어요. 이 제품이 ‘2020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공모전’에 채택됐는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났나 봐요.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로 알려지면서 두 달 동안 2만 개가 팔렸더라고요.”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접근하기 쉬워서 아닐까요? 고려청자는 누구나 아는 한국 전통이잖아요. 어려운 문화재였다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예요. 또 전통을 모티브로 했지만 젊은 세대에게 닿은 지점이 있었고요. 저는 그 포인트를 색에서 찾았어요. 미미달의 고려청자 시리즈는 하늘색에 가까워 전통 고려청자의 비색과는 다른 빛을 띠어요. 전통과 현대의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백 가지가 넘는 색을 테스트한 결과죠.”


#고루함과 힙함은 한 끗 차이

사실 전통 소재가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고루함과 힙함은 한 끗 차이 같아요.
그 사이를 어떻게 조율하나요?


“전통은 자칫 촌스럽게 여겨질 수 있어요. 때문에 전통을 소재로 하되 현대 시각에서 예뻐 보이는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가며 그 지점을 조율하고 있어요. 전통을 살려 만들었는데 대중의 시선에 촌스러워 보이면 안 되니까요. 전통에 관심 없는 사람이 봐도 예뻐 보이는 게 중요해요. 요즘은 SNS에서 디자인, 색, 품목 등에 대한 의견도 많이 구하고 있고요.”


전통 소재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합니까.

“많은 분들이 전통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요. 익숙한 소재에서 제품으로 연결해야 호기심도 끌고 설명도 간결해지거든요. 고려청자도 그래요. 내가 아는 고려청자로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고려청자 뒤에 숨어 있던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됨으로써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 순간 관심이 떨어질 테니까요.”


단청 시리즈 우산. 우산을 펼치면 단청의 화려한 색감이 살아난다. 전통을 보존하듯 우산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급 소재를 활용했다.
단청 콘셉트의 우산도 참신합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가는데 우산 끝에 물방울이 톡톡 맺혀 있었어요. 그 모습이 마치 처마 끝 빗물을 생각나게 하더라고요. 경복궁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저의 추억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길 바랐죠. 그렇게 고궁 처마와의 유사성을 발견해 우산을 제작한 거예요. 우산 겉에는 기와 문양과 색을 디자인해 넣고 우산 안쪽은 단청색을 넣었어요. 우산을 펼치면 처마 끝 단청이 보이는 것처럼요. 우산을 접으면 단조롭지만, 펼치면 단청의 화려한 색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다만 프리미엄 라인으로 제작해서 가격대가 좀 높았는데(5~10만 원), 고품질 소재 우산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가치가 통해 펀딩 목표 금액의 2920%를 달성했어요.”


미미달의 주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요?

“남녀노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품목들이라 범위가 넓어요.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른 경우도 많고요.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선물용도 꽤 많이 나가요. 브랜드 로고 美美에는 두 개의 선물 상자가 형상화돼 있는데, 하나는 닫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열려 있어요. 주고받는 사람이 모두 기뻐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전통, 이야기를 입고 재탄생하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전통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아는 전통 소재인데도 사람들은 정작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잘 몰라요. 익숙한 대상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거죠. 표현 하나하나에 다 의미와 이유가 있거든요. 일월오봉도가 왕과 비가 다스리는 세상을 의미하고, 고려청자의 운학이 장수와 행운을 상징하는 것처럼요. 요즘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미미달의 브랜드 차별성은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해요. 실용적인 품목, 쉽고 익숙한 전통 소재, 예쁜 디자인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입히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 미미달 제품이 문화재를 단순 인용만 하는 게 아니라 전통 이야기를 입혀 브랜드의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요.”


미미달이 앞으로 지향하는 바가 궁금합니다.

“전통의 대중화예요.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통 소재가 힙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멀었어요. 전통 제품이 외국인을 위한 기념품 매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날이 올 거예요. 미미달이 그 속도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전통 소재는 높은 연령대도 선호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미미달은 두 개의 아름다울 미(美)에 달이 더해진 이름이다. 시간에 따라 달의 외형은 변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마치 전통과 같다. 형태나 외관은 조금씩 변할 수 있어도 전통의 가치는 본래 그대로 사랑받길 바라는 한상미 대표의 마음이 엿보인다. 미미달은 21세기의 아름다움을 더할 뿐이다.
  •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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