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그들

BTS가 일으킨 덕통사고

일곱 명의 멤버에게 입덕하는 순간

지난 1월 6일 가수 폴킴은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썼다. “말로 설명 불가. 몇 번을 지웠다 썼다 지웠다 썼다. 제대로 입덕”. 이 글에는 BTS 멤버들과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찍은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BTS의 노래를 올렸다. 여기에 작사가 김이나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덕질 한 달 선배로서 꿀팁 줌. 입덕 초기에 살 빠지고 불면증 오니까 체력에 신경 써야 됨”. 폴킴은 이에 “관리하겠습니다. 지금 열심히 스트리밍 중”이라는 댓댓글을 달았다.
BTS가 데뷔한 2013년부터 이러한 덕통사고는 수시로 일어난다. 매일 일어나는 불꽃같은 순간을 다 담을 수는 없어 이들의 ‘결정적’인 순간을 복기해본다.
왼쪽부터 제이홉, RM, 정국, 지민, 뷔, 진, 슈가. © KB국민은행
랩 하는 철학자
BTS의 시작, RM


© AP 뉴시스
BTS의 리더 RM은 BTS의 시작이다. 초등학교 시절 에픽하이의 ‘Fly’를 듣고 힙합에 매료된 그는 중학교 때 이미 ‘런치 란다(Runch Randa)’라는 닉네임으로 래퍼들 사이에서 실력자로 인정받았다. 래퍼 슬리피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그를 소개하면서 BTS의 창립 멤버가 됐다. 방시혁 대표는 당시 “RM의 주제를 다루는 사고의 깊이와 언어의 유려함, 창조적인 랩 실력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RM은 평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혁명가가 되는 것, 두 번째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난 둘 다 하고 싶다. 둘 다 해낼 것이다”라고 말해왔다. 그리고 그는 멋지게 해냈다. 제73회 유엔총회 개막을 앞둔 2018년 9월 24일, 뉴욕의 유엔아동기금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발표 행사에서 RM은 약 6분 30초간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김남준이자 BTS의 RM입니다. 저는 아이돌이자 한국 작은 마을 출신 아티스트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 또한 살면서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많은 흠과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을 가졌지만 내 자신을 포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내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자신을 이야기하세요.”

그의 연설은 반향이 컸다. 미드로 익혔다는 ‘RM의 영어공부법’이 화제가 됐고, 그의 연설 내용은 전 세계 각국의 시험 문제나 과제물로 활용됐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베트남에서는 RM의 연설문을 읽은 후,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제를 냈다. ‘Love yourself’, 그의 메시지가 세계와 공명하는 순간이었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슈가의 반전 매력


© ‘2018 KBS 가요대축제’
“삐딱이 애늙은이 천재 아티스트, 네가 있기에 방탄이 방탄스러움을 획득할 수 있다.”

방시혁 대표가 슈가에게 쓴 메모 내용이다. 슈가는 RM 다음으로 빅히트에 합류했다. 빅히트의 ‘힛잇 오디션’에서 2위로 입상하면서다. 데뷔 전부터 대구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BTS에서는 프로듀서이자 플레이어로 음반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다.

멤버들의 특성을 숙지하고 있어 프로듀싱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2016년 발표한 믹스테이프 〈August D〉는 미국 퓨즈티비에서 ‘2016년 베스트 믹스테이프’로 선정되기도 했다. BTS 멤버들은 2012년부터 정규 앨범과는 별개로 꾸준히 믹스테이프를 발매했다. 슈가 역시 “대중성이나 음원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했다.

하얀 피부에 웃을 때마다 눈주름이 지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목소리는 저음에 과묵하고 무뚝뚝한 편이다. 그 스스로도 “저는 좀 매니악한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특별한 게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평소에도 안무 연습이 끝나면 한쪽에 누워 있거나, 대기실에서도 주로 누워 있어서 ‘기력(슈가+눕기+무기력)’이라는 별칭도 있다. 그 역시 인터뷰에서 “돌멩이로 태어나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돌변한다. 메인 래퍼로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이 반전 매력이다. 반전은 또 있다. 뭐든 시큰둥할 것 같은 그가,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열정을 불태운다든지 애교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뜻밖의 순간들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반전 매력에 “한번 입덕하면 출구가 없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BTS의 분위기 메이커
맏내(맏이+막내) 진


© JTBC 〈한 끼 줍쇼〉
‘월드와이드 핸섬 분위기 메이커’, 진의 별칭이다. 1992년생, 올해 만 스물일곱으로 BTS 안에서는 가장 맏형이지만, 나이에 따른 서열 의식이 없어 모든 멤버와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 팀원들이 지쳐 있을 때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맏내(막내 같은 맏이)’ ‘공식 분위기 메이커’라 불리기도 한다.

그의 잔망미가 폭발하는 건 ‘아재 개그’를 시전할 때다. BTS 중 가장 먼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그의 예능감을 믿어서다. SBS 〈정글의 법칙〉과 JTBC 〈한끼줍쇼〉 등에 출연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평소 BTS 영상에도 그가 멤버를 상대로 아재 개그를 날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방구 뀌지 마를 영어로 하면? 돈까스” “소가 노래를 부르면, 소송” “소 여러 마리가 노래를 부르면, 단체 소송” 등이다. 그의 말로는 이런 개그를 400가지 정도는 갖고 있다고 한다.

원래 진은 연기자를 꿈꾸며 건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게 캐스팅되면서 BTS 멤버가 됐다. 연습생 출신 못지않은 춤과 노래 실력을 갖추기 위해 ‘피땀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BTS에서 고음과 감성 파트를 담당하는 보컬이다. 활동 중에도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담당 교수에게 보낸 문자와 통화 내용이 미담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활동으로 인해 피치 못하게 수업에 빠지는 것에 대한 양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다른 과제로 대체하겠다는 약속’ 등이 담긴 예의 바른 문자와 통화 내용이었다. 멤버들 사이에서도 겉으로는 밝고 잔망스럽지만, ‘배울 점 많은 맏형’이라는 평이다.


퍼포먼스 끝판왕
잔망호비 제이홉


© ‘Day Dream’ 뮤직비디오
“애교는 뻔뻔해야 합니다.”

‘흥탄소년단’ ‘비글돌’이라 불리는 제이홉은 언제든 밝은 에너지를 뿜어낼 준비가 돼 있다. 애교나 흥이 필요한 순간에는 몸 사리지 않고 자신을 던진다. 멤버들이 민망해해도 자신은 꿋꿋하다. 데뷔 전부터 ‘스마일 호야’라는 스트리트 댄서로 활동했을 정도로 늘 방긋 웃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춤에 있어서만큼은 다르다. BTS 안에서도 춤 담당으로 불리는 그는 난도 높은 동작을 잘 소화할 뿐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잘 출 수 있는 꿀팁을 전수한다. BTS의 퍼포먼스 디렉터인 손성득 안무가는 그를 ‘안무 팀장’ ‘정 팀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래저래 그는 ‘퍼포먼스 끝판왕’이다.

BTS의 영상을 계속 지켜보던 팬들은 “왜 제이홉에게 입덕하는지 알겠다”고 말한다. 멤버들 뒤에 가려져서 아무도 안 볼 때도 계속 리액션을 해주고, 영상이 플레이되는 시간 내내 웃고 있어서다. 그는 2018년 발매한 자신의 믹스테이프 〈Hope World〉에서도 이 같은 ‘긍정 에너지’를 마음껏 전했다. ‘Day dream’에서는 “한 번쯤 다른 나의 인생 그림 / 그려보고 싶은 거야, 도화지 / Dream Sleep / 저기 저 경계선을 넘어 느껴보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 곡의 뮤비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데 그것만으로도 웃음 뒤에 감춰진 그의 진지한 ‘희망(hope)’이 전해지는 듯하다.


아미 사랑꾼
무대 장인 지민


© ‘2018 멜론 뮤직 어워드’
“우리 아미 상 받았네요. 축하해요.”

BTS가 의미 있는 상을 수상하는 모든 순간에 이들은 아미를 떠올린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지민이다. 인터뷰에서도 “팬들과 함께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 “팬들은 우리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라고 말해 아미를 심쿵하게 만들었다.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귀염귀염한 모습으로 웃음이 만개한다. 동그란 볼살과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 팬들에게는 ‘망개떡’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민이 세계적으로 각인된 순간은 ‘2018 멜론 뮤직 어워드’였다. 그가 이 무대에서 선보인 ‘부채춤’은 트위터에서 150만 번 이상 리트윗됐고 세계 실시간 트렌드 2위, 세계 40여 개국 실트 상위에 올랐다. 이후 프랑스 파리와 호주 멜버른의 실시간 리트윗 수는 200만 회를 기록했다. 지민의 퍼포먼스에 한국 무용 전공자들도 감탄했다. 실제로 지민은 이후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김백봉 부채춤보존회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지민 역시 무용 전공자다. 그는 부산예술고등학교와 한국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입학 당시 무용으로 전체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민은 이 무대로 인성도 입증했다. 그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댄서는 지민이 리허설을 하는 동안 “부딪혀도 되니까 걱정 말고 마음껏 뻗으세요”라며 댄서들을 배려했고, 연습 때마다 “한 번 더 해봐도 될까요”라고 물으며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다는 후기를 남겼다.


뷔주얼 담당
얼굴 천재 뷔


© 뉴시스
“블루헤어 가이 도대체 누구야(Who’s the guy with the blue hair)?”

BTS의 이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의 신곡 발표 무대는 미국 NBC 간판 쇼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였다. K팝 그룹 최초로 뮤지컬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함께 출연한 엠마 스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CNN은 “이날의 호스트는 엠마 스톤이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BTS의 것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이가 ‘파란 머리의 그’, 뷔다. SNS에는 ‘Guy with blue hair’라는 자동 검색어가 만들어졌다. 이날부터 뷔에게 매료된 ‘덕통사고’가 잇따랐다. CNN 저널리스트 콜린 니카는 “태형(뷔의 본명)은 내가 BTS에 매료된 가장 큰 요인이다”라고 밝혔다. 배우 엔지 그레이스는 이날 “블루헤어 가이에게 빠져버렸다”고 쓴 SNS 유저에게 “그 심정 알아. 몇 년 전에 나도 뷔에게 홀렸어. 그는 그런 사람이지”라고 썼다. 이날 무대에서는 뷔의 전매특허인 ‘2초 엔딩’이 화제였다. 그는 블랙 정장을 입고 여유로운 표정 연기와 카메라 시선 처리로 2초 만에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뷔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BTS 데뷔까지 숨겨놓은 ‘비밀병기’였다. 최후에 공개된 멤버답게 비현실적인 비주얼로 화제가 됐고, 팬들 사이에서는 CG를 한 것 같다는 의미로 ‘CGV’로 불린다. 사교성이 좋아 다른 아이돌과도 친분이 많다. KBS 드라마 〈화랑 : 더 비기닝〉에 출연한 후 배우 박서준, 박형식 등과도 절친이 됐다. ‘스치면 인연’이 된다는 의미로 ‘김(태형) 스치면 인연’이라는 별칭도 있다.


피지컬 원톱
황금막내 정국


© MBC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
방송인이자 서점 주인인 김소영도 아미인데, 그중 정국의 팬으로 알려졌다. 입덕 계기는 2015년 추석에 열린 MBC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였다. 계주 선수로 출전한 정국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팀을 따돌리며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연출했다. 처음부터 1등인 것과, 역전으로 1등을 만드는 건 차원이 다르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달려 금메달을 땄다. 2016년 설 특집 〈아육대〉에서는 씨름에 출전해 세 번 연속 승리를 거뒀다. 스피드면 스피드, 힘이면 힘, 빠지는 게 없는 그의 체력은 타고난 것이었다. Mnet 〈비틀즈 코드〉에 출연한 정국은 초등학교 때 ‘전국 체력장’에서 2등을 했다고 밝혔다.

타고난 피지컬이 좋아 보컬, 춤, 작곡 뭐든 금방 배운다. 폐활량이 좋다 보니 보컬로서 유리하고, 몸을 잘 쓰니 춤 선도 유려하다. 안무 중 멤버를 들어 올려야 하는 역할이 있으면 늘 정국이 맡는다. 멤버들은 정국이 “빨리 배우고 금방 는다”며 “사기 캐릭터”라고 말하기도 한다.

체력만 좋은 게 아니다. 감성도 풍부하다. BTS의 SNS에는 ‘#정감(정국 감성)’이라는 해시태그의 사진들이 종종 올라오는데 사진과 영상을 잘 찍을 뿐 아니라 편집 능력도 탁월해 구독하는 팬들에게 기쁨을 준다. 지난 4월에는 참여형 모바일 아이돌 앱 ‘아이돌챔프’에서 ‘막내 온 탑 아이돌’을 뽑는 투표가 있었는데, 정국은 22만 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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