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우-뉴트로

레트로에 이것을 더하면 뉴트로!

로고가 크게 써진 스니커즈에 발목 양말을 신고 할머니가 물려준 듯 잔잔한 꽃무늬 치마에 아빠 옷장에서 꺼낸 것 같은 넉넉한 핏의 재킷을 입는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곳은 녹색 플라스틱 그릇에 왕어묵꼬치떡볶이를 담아주는 분식집이다. 뉴트로(New-retro)는 ‘세련된 복고’이자 ‘미화된 과거’다. ‘좋았던 그 시절’을 현재로 소환해 특별한 오늘을 만든다. 턴테이블을 돌아가는 LP판의 표면을 긁는 잡음에서 누군가는 추억을, 누군가는 ‘힙’함을 듣는다. ‘추억이 저마다 다르게 적히는’ 게 뉴트로의 재미다. 1020세대에게 뉴트로가 ‘취향’이라면, 그때 그 시절을 아는 이들에게 뉴트로는 ‘향수’다. 시대와 공명하는 뉴트로가 삶의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
© 정려원 인스타그램



레트로에 감성을 더하다
엄마 바지, 아빠 재킷

데님을 빼고 뉴트로를 논하긴 어렵다. 위아래를 모두 데님으로 맞춘 청청 패션은 뉴트로에 입문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주의할 점은 핏이다. 2000년대를 주름잡던 스키니 핏은 가고, 다시 헐렁한 느낌의 청바지가 유행이다. 자칫 부해 보일 수 있으니 다리가 길어 보이는 배바지 디자인이 포인트다. SPA 브랜드 자라(ZARA)는 이를 ‘맘핏’이라 이름 붙였다. 국내 캐주얼 브랜드 FRJ도 ‘걸프렌드 핏’이라는 이름으로 하이 웨이스트 청바지를 선보였다. 유니클로에서는 서로 다른 톤의 데님을 믹스매치한 청청 패션을 선보였다.


‘뉴트로 패션의 성지’ 동묘에 가면, 다양한 사이즈의 오버핏 재킷을 만날 수 있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패션 피플 정려원과 손담비가 인디밴드 ‘혁오 스타일’을 찾아 헤매던 그 골목이다. 과장된 어깨의 ‘파워 숄더’ 재킷을 여러 벌 걸쳐 입는 것도 스타일 팁이다. 프랑스의 이자벨 마랑 디자이너는 “어깨가 강조된 재킷, 활동이 편안한 하이 웨이스트 바지 등은 1980년대 화려한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옷”이라며 “이는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레트로에 위트를 더하다
라띤의 변신, 분유의 부활

팔도가 비빔면 탄생 35주년을 맞아 내놓은 한정판 괄도네넴띤. 겨울은 비빔면의 비수기지만, 괄도네넴띤은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출시 하루 만에 1만 5000개 세트가 모두 완판됐다. ‘괄도네넴띤’은 얼핏 보면 ‘팔도비빔면’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노린 디지털 언어다. 야구팬들이 모인 갤러리에서 쓰이기 시작해 ‘야민정음’이라 불린다. ‘멍멍이’를 ‘댕댕이’라고 쓰는 게 대표적이다. 농심은 1990년대 단종된 ‘해피라면’을 재출시했다. 해피라면은 1982년생으로 후발 주자인 신라면의 인기에 밀려 사라졌다. 재탄생한 해피라면의 승부수는 가격이다. 농심은 해피라면을 700원으로 책정하고 순한 맛과 매운맛으로 나눠 출시했다. 유튜브에는 이미 ‘괄도네넴띤’과 ‘해피라면’ 리뷰 먹방이 인기다.


삼양도 질세라 튀김칼국수와 쫄면을 내놓았다. 전통시장 느낌의 면에 튀김 고명을 얹었다. 이뿐 아니다. 삼양은 1972년 출시한 별뽀빠이를 당시 디자인 그대로 ‘레트로 별뽀빠이’로 재탄생시켰다. 세트로 동일한 디자인의 우유도 발매했다. 레트로 우유가 인기를 얻은 지는 좀 됐다. 매일유업은 2017년 12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매일우유맛원컵’을 출시하고,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 개를 돌파했다. 최근엔 분말형 우유 ‘매일우유맛 오리지널 스틱’을 선보였다. 분말형 우유는 가루 형태의 탈지분유로 물을 부으면 다시 액체 우유가 되는 제품이다. 이 우유는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유리잔에 부어 먹어야 제맛이다.




레트로에 이야기를 더하다
롤러장 돌고, 오락실로 콤콤

LP판의 부흥기는 1970년대였다. 지금의 10대와 20대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이 을지로 뒷골목 LP바를 찾는다. 턴테이블 위로 흐르는 멜로디에는 당시의 감성과 이야기가 가득하다. 1980년대 문화의 중심이었던 롤러장도 다시 나타났다. 인천시 남구 독배로에는 1990년대 대중가요가 울려 퍼지고, 벽에는 알록달록한 그래피티가 그려진 그 시절 그 롤러장 ‘롤캣’이 문을 열었다. 이들에게 뉴트로는 ‘재연’이 아닌 ‘신세계’다.


보글보글, 철권, 메탈슬러그 등 ‘그때 그 시절’ 게임도 돌아왔다. 서울 용산의 열정도 골목은 원래 낡은 공장지대였다. 2014년 폐업한 인쇄소 부지 여섯 곳을 청년들이 함께 임차했다. 빌딩숲 사이에 숨겨진 섬 같은 이곳은 레트로 감성을 찾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섬이다. 자개장 문으로 된 화장실, 옛날 게임기 등을 구비해놓은 주점 ‘다방구’ 등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다. 가장 인기 좋은 곳은 ‘콤콤오락실’이다. 간판에는 ‘최신칼라 16비트 전자 콤퓨타-게임’이라고 쓰여 있고, 세로로는 붉은 글씨로 ‘두뇌발전’ ‘지능계발’이라고 적혀 있다.
  •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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