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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사진 대부가 장애인 스포츠 전문 작가가 된 까닭

조세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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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도전 끝에 개최권을 얻은 동계올림픽이 2018년 2월 9~25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뒤이어 3월 9~18일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스키, 아이스슬레지하키, 스노보드, 휠체어컬링 등 6개 종목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진행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자 국제패럴림픽위원회 공식 사진가인 조세현(59) 작가를 만났다. 그가 어떻게 올림픽과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했다.

사진제공 : 조세현
이영애 등 스타들이 지켜낸 ‘조세현 스타일’

배우 전지현은 수많은 인터뷰에서 “조세현 선생님은 은인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자신을 잡지의 표지 모델로 발탁해 배우의 길을 걷게 해준 이가 조세현 작가이기 때문이다. 전지현 외에도 송승헌, 소지섭, 김민희 등이 조 작가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데뷔해 스타가 되었다. 1990년대 초 대기업들의 스타 마케팅이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 조 작가는 이영애, 고소영, 고현정 등 최정상 배우들의 사진을 찍으며 유명해졌다. 함께 작업한 모든 배우가 조 작가가 찍는 사진에 신뢰를 보냈다. 기업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문에 조 작가를 멀리했던 광고주들도 스타 모델들이 조 작가를 고집하는 바람에 다시 그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수록 조 작가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저는 짙은 색조 화장, 강렬한 대비 등 과장된 표현을 싫어해요.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를 좋아하죠. 그 배우만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이 드러나도록 촬영하기 때문에 스타들이 저를 찾는 것 같아요. 제가 찍으면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품격도 유지된다고 믿는 거죠. 스타들의 고집이 제 스타일을 지켜준 셈이죠(웃음).”

그러고 보니 그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사진은 대부분 흑백사진이었다. 김수현, 이준기, 박신혜, 서현진 등 요즘 최고 스타들의 얼굴이 모두 흑백으로 촬영됐다.

“흑백사진을 좋아해요. 과장 없이 본질을 보여주니까요. 본질이 아닌 것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제 의지도 담겨 있어요.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은 빈부, 나이,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 평등해요. 그들과 똑같은 눈높이에 맞춰 사진을 찍는 게 제 스타일이에요.”

조 작가는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매제와 조카가 장애인이어서 평소 장애인과 그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2008년부터 올림픽 경기와 함께 열리는 패럴림픽 현장을 찾아 장애인 선수들의 모습을 찍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국제패럴림픽조직위원회의 공식 사진가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죠. 제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입양아, 장애인, 다문화이주자, 난민, 탈북인 등 소외 계층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희망합니다. 장애인 선수들의 경기를 촬영하면 그들 바로 옆에서 진행을 돕는 비장애인들이 함께 찍힙니다. 여기 이 사진을 보세요. 시각장애가 있는 육상선수예요. 혼자 뛰면 방향을 잃고 넘어져요. 비장애인 선수가 그와 함께 뛰면서 방향을 알려주죠.”

2012년 조세현 작가가 촬영한 런던 패럴림픽 육상경기 장면.
시각장애 육상선수의 손과 그 옆에서 함께 뛰는 비장애인 선수의 손이 고무줄로 연결돼 있다.
‘가이드(Guide)’라고 쓰인 옷을 입고 뛰는 비장애인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조 작가가 본인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시각장애 육상선수의 손과 그 옆에서 함께 뛰는 비장애 선수의 손이 고무줄로 연결돼 있었다. 장애인과 함께 뛰는 비장애인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조 작가가 설명했다.

“장애인 선수들은 에너지가 대단해요. 신체의 어떤 부분을 잘 못 쓰면 다른 부분이 발달하거든요. 장애인 선수들을 돕는 비장애인 선수들은 대단히 뛰어난 실력을 지녔어요. 이들 중에는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 금메달리스트들도 있어요. 숨은 존재로, 장애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인류애를 보여주는 이들이죠. 패럴림픽 경기를 보면 뭉클할 때가 많아요.”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조 작가의 20대 때 꿈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였다. 인물에 관심이 많았다. 탄광촌, 수용소, 난민촌 등을 돌며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생계를 위해 일간지와 월간지 사진기자로 일했다. 이후 독립해 아이콘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차려 주로 패션, 화장품 등 트렌디한 광고 사진을 찍으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0년 장애인 사진을 찍을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시내 한 장애인학교와 복지관에서 장애인 가족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봉사 활동이었죠. 제가 거절을 잘 못 해요(웃음). 막상 사진을 찍으려 하니까 고려할 게 많았어요. 많은 장애인이 카메라 앞에서 시선을 고정하는 것을 어려워해요. 심지어 카메라를 부수는 경우도 있어요. 폴라로이드 사진을 준비해 장애인들의 흥미를 집중시켰어요. 곧바로 모습이 나오니까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죠. 직접 사진 찍을 기회도 주면서 친해졌어요.”

이를 계기로 다른 사회복지기관에서 사진으로 재능을 기부해달라는 요청이 늘었다. 2003년 시작한 입양아 사진 촬영은 지금도 ‘천사들의 편지’라는 캠페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기 스타와 유명 인사들이 입양아를 안고 찍은 이 사진들은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사진전을 통해 공개된다. 올해는 15주년을 맞은 ‘천사들의 편지’ 캠페인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겸해 스포츠 스타와 장애인 선수들이 동참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조 작가는 10년째 베트남 등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가족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11년 비영리 재단인 ‘조세현의 희망프레임’을 설립해 난민, 탈북 청소년, 노숙자 등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가 하는 일들에 ‘재능 기부’니 ‘사회공헌’이니 하는 단어가 붙기도 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 낯이 뜨거워요. 모두 제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에요. 장애인, 다문화 이주여성 등을 만나면 20대 때 하고 싶었던 휴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거든요. 그래서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거죠.”


롱런 작가의 ‘젊은 감각’ 유지 방법


조세현 작가는 내년에 환갑이 된다. 지금도 티셔츠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그는 쉰아홉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게 젊어 보였다. ‘젊음 유지’의 비결을 묻자 “계속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제가 논노, 꼼빠니아 등 의류 브랜드 광고 사진뿐 아니라 바자, 마리끌레르 등 패션잡지 화보를 많이 찍었어요. 지금도 화장품 광고 사진을 찍고 아이돌 스타도 만나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30여 년 동안 트렌드에 예민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젊은 감각을 유지하게 되나 봐요.”

경상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다. 고등학교 때 사진반에서 활동하면서 진로를 법조인에서 사진가로 바꿨다.

“제가 장남이어서 그랬는지 대학 진학 무렵 부모님의 반대가 컸어요. 결국은 사진을 전공하게 됐지만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더 일에 집중했어요. 학비부터 생활비까지 제 힘으로 감당했어요. 인간은 꿈이 있어야 살아요.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꿈을 지키길 바랍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작업을 끝내지 않는 조 작가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까칠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그와 마주 앉았지만, 대화를 끝냈을 때는 솔직하고 소탈한 원칙주의자란 느낌이 강해졌다. 좌우명이 있냐고 묻자 “스마트폰 초기 화면에 ‘온유’와 ‘겸손’이란 문구를 적어 놓았다”며 “일상에서 실천이 잘 안 돼서 그렇게 해보려고요”라고 덧붙였다. 머쓱해하는 표정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 패럴림픽(Paralympic) :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주최해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신체장애인들의 국제 경기대회다. ‘패럴림픽’은 그리스어 ‘파라’(para: 나란히, 함께)와 ‘올림픽’의 합성어로 올림픽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나란히 공존해가는 대회라는 뜻이다.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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