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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인수로 ‘메가 증권사’ 수장 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금융의 삼성전자 되기 위해 불가능한 꿈 꾼다”

증권업계 4위 수준의 미래에셋증권이 덩치가 훨씬 큰 2위 업체인 대우증권 인수 후 자기자본 8조 원에 달하는 ‘메가 증권사’로 도약하면서 협상을 주도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연봉 1500만 원을 받는 증권사 직원으로 출발해 국내 최대 자산 운용사와 증권사를 거느린 금융 그룹의 수장이 된 박현주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인물’로 꼽힌다.

사진제공 :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6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초기부터 그는 주식 운용에서 빼어난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고, 불과 33세였던 1991년 ‘최연소 지점장’의 타이틀도 달았다. 승승장구하던 박 회장은 1997년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창업을 선언한다.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세워 독립했고, 이어서 미래에셋투자자문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등을 잇따라 설립했다.


국내 주식시장 적립식 펀드 열풍 주도

미래에셋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설립 초기부터 여러 분야에서 ‘국내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998년 박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의 뮤추얼 펀드인 ‘박현주 1호’를 출시한다. 기껏해야 예금이나 적금으로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만 알던 대다수 국민들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쪼개 주식에 투자,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새로운 투자 방식을 소개한 것이다. 2001년에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 주식형 펀드와 ‘미래에셋디스커버리’ 주식형 펀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국내 주식시장의 ‘적립식 펀드 열풍’을 주도하기 시작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특히 다른 운용사에 비해 해외 투자에서 두각을 보였다. 당시 대부분의 국내 금융 회사들이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국내 자산 운용업계 최초로 홍콩에 해외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인도와 영국, 미국, 브라질, 대만 등에도 잇따라 현지 법인을 세웠다.

박 회장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는 미래에셋이 설립한 지 약 10년 만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금융사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2000년대 중반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펀드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앞다퉈 미래에셋으로 몰린 것이다. 그러나 밥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고 했던가. 설립 초기부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던 박 회장과 미래에셋은 시련을 겪기 시작한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의 제약 없이 세계 여러 나라에 분산 투자 한다는 전략으로 지난 2007년 출시돼 수조 원의 투자금이 몰렸던 ‘인사이트 펀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주요 투자 대상이었던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인사이트 펀드는 출시 1년 만에 수익률이 ‘반토막’이 났고, 투자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와 비난 속에서 박 회장은 수년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기도 했다.


꺾이지 않은 승부사 본능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고 관리하는 것’이라는 박 회장의 투자 철학은 변함이 없었다. 미래에셋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한 해외 투자를 계속 진행했고, 세계 증시가 반등하면서 점차 수익률도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 설정액은 52조 원을 넘어서면서 다시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최근 미래에셋의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 유명 기업의 경영권 인수나 랜드마크 빌딩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투자펀드(PEF)는 미국의 골프용품업체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했고, 미국 커피 브랜드인 커피빈에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입주해 있는 워싱턴 D.C.의 빌딩을 사들이기도 했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인 지난 12월 28일 박 회장은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업은 투자를 먹고사는 생물과 같다”며 “금융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초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가 불가능한 꿈을 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의 경영권을 가져간 데 대해 위험한 투자, 무리한 인수합병 등의 뒷말도 나온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과 주식 중개 영업 역량과 미래에셋의 자산 배분 노하우가 합쳐지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 현대차가 되겠다는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진 박 회장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한국 경제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2016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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