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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청년 공동체 ‘프로젝트그룹 짓다’ 박정숙·조준희·김지수 공동 대표

우리’ 힘으로 ‘나다움’을 지키는 반농반X의 삶

글·사진 : 서경리 기자

‘프로젝트그룹 짓다’ 박정숙·조준희·김지수 대표는 청년 공동체를 꿈꾸며 제주에 정착했다.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서 친환경으로 감자와 당근 농사를 짓고,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짓는다.
지역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해 이들이 주목한 건 ‘반농반X’의 삶이다.
자급자족의 삶을 추구하며 다 같이 모여 농사를 짓고, 남은 시간에는 각자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함께’ 그리고 오롯이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왼쪽부터 김지수·조준희·박정숙 대표.
제주도 청년 공동체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짓다’라는 동사의 쓰임만큼이나 다양한 일을 한다. 밭을 경작해 농산물을 재배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문화를 만든다. ‘짓다’라는 동사는 의식주와 밀접하다. 집을 짓고, 밥을 지으며, 옷을 짓는 모든 행위에 짓다라는 말이 붙는다. 원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짓는 행위에는 정성이 깃든다.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나 혼자 잘 사는 것보다 함께 잘 살기를 꿈꾼다. 이들은 호미질도 같이해야 흥이 난다며 해마다 한 번씩 청년들을 그러모아 함께 수확하는, 일명 ‘팜터짐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모집 3일 만에 정원 30명이 다 찰 만큼 인기 프로그램이다. 또 한 달에 한 번 도시락을 싸와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월간 도시락)을 여는가 하면, 시골마을 인문학 모임(칸트의 식탁)도 갖는다.

“농사일은 힘들지만, 농사에 문화가 생기고 네트워크가 이뤄지면 재밌어진다”는 것이 청년 공동체 짓다의 철학. 도시 대신 농촌, 개발이나 무한 경쟁 대신 자연을 지키고 농사짓고 나누는 삶, 경제적 여유 대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더불어 사는 삶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농촌 문화를 일구는 텃밭 ‘소농플레이스’

도내외 청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칸트의 식탁’.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사회 문제들을 촘촘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 낮은 돌담이 구불구불 길을 내는 마을 중심에 파란 지붕이 눈길을 끄는 ‘소농플레이스’가 있다. 짓다의 모든 작당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청년들의 쉼터이자 지역 주민을 위한 마을 놀이터다. 벽에 걸어둔 캐치프레이즈, “무언가를 길러내는 마음, 누구에게나 농부의 기질이 있습니다”처럼 짓다는 누구나 여기서 꿈의 씨앗을 뿌리고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텃밭 역할을 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박정숙·조준희·김지수 대표가 프로젝트그룹을 만든 건 2017년이다. 지난해 여름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회적 기업을 위한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청년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던 조준희 대표는 청년이 함께 모여 잘 사는 삶을 꿈꾸며 2014년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는 비자가 없어 세계 청년들이 모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청년 공동체를 만드는 거점으로서 가능성을 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문화예술 교육자 겸 기획자로 일하던 박정숙 대표는 조 대표와 중국 학교 동료로 연을 맺었다. 그의 말마따나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조준희 대표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제주까지 따라오게 됐다.

뒤늦게 이들 부부의 프로젝트에 합류한 김지수 대표는 조 대표가 운영하던 대안학교 제자였다. 중국에서 경제무역학을 공부한 그는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매 순간 경쟁해야 하는 도시의 일상에 지쳐 제주로 향했다. 세 사람은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살며 공동체 삶의 결을 맞춰가고 있다.


유기농 감자로 스마트스토어 1위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감자밭에서 열린 ‘팜터짐 페스티벌’. 박정숙 대표는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는 고사리손조차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조준희 대표가 제주에서 처음 시작한 일은 ‘커뮤니티 펍’이다. ‘일단 재밌게 살자’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지만, 혼자서 재밌게 사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마을 어귀에 자그마한 포차를 내고 제주 청년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청년들을 위한 전시나 영화제를 열며 청년 공동체의 씨앗을 뿌렸다.

그는 농사에도 관심을 갖고 평대리에 400평(1300㎡) 땅을 얻어 감자 농사를 지었다. 타지서 온 낯선 청년들이 동네서 농사를 짓자, 길 가던 어르신들이 기웃거리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농업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에요. 어떤 형태로 지역에 정착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얻은 해답이 농사였습니다. 농사짓는 것만으로도 지역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죠.” (조준희)

조 대표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나가 밭을 일궜다. 제주도는 밭에서 돌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돌이 많은데, 이웃 밭에 가서 돌도 치우고, 동네 돌담 쌓는 일을 도우며 자연스레 그들의 삶에 녹아들었다.

“물론 농부로 인정받기까지 쉽지 않았어요. 농사 첫해, 호미 하나로 일군 400평 감자밭이 태풍에 쑥대밭이 되는 걸 보면서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지역에 정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겪었죠. 농사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도 별개 문제고요.” (조준희)

농사는 땅을 다지고 씨 뿌려 키우면 되는 단순한 노동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수확까지는 수백 가지 변수가 있다. 조 대표는 “도시에 살 때 ‘힘들면 농사나 짓지 뭐’라고 무심코 던진 말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동네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포크레인을 끌고 와 땅을 일구는 일을 무보수로 도왔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 밭에 와서 같이 농사짓자며 무상으로 땅을 내주기도 했다. 조 대표는 “삶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제주도는 땅이 따뜻해서 한겨울에도 농사가 잘돼요. 새벽마다 감자를 캐서 ‘소농로드’라는 브랜드로 온라인에 판매했는데, 지난해 12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유기농 감자’로 판매 1위에 오를 만큼 잘 팔렸습니다. 모두 동네 삼촌들 덕분이죠.” (조준희)

소농로드는 ‘작지만 소신 있게 친구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는 뜻이 담겼다.

“농사로 떳떳하게 돈 벌어서 더 많은 친구들과 나누는 게 우리 꿈이에요. 우리 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박정숙)


우리가 지켜야 하는 농업 그리고 농촌 문화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농사를 기반으로 청년들과 소통하며 농촌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농사일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자, 이들은 농촌에 문화의 싹을 키우는 일에 골몰했다. 짓는 농사뿐 아니라 농사를 소재로 풍부한 대화가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기획한 게 ‘월간 도시락’과 ‘칸트의 식탁’이다. 거창한 학문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여러 주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지역 커뮤니티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점심 한자리에 모여 정성껏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해요. 고립되기 쉬운 지역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농촌과 도시, 마을 어르신과 청년을 잇는 소통이죠. 나이 들수록 혼자라는 불안이 커져요. 아직 20대지만, 고독사가 두렵기도 하고요.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살며 마을을 이루면 어떨까, 늘 꿈꿔온 일을 하나씩 프로그램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김지수)

조준희 대표가 꿈을 쏘아 올리는 사람이라면, 김지수 대표는 그 꿈을 개척하며 열어가는 사람이다. 이들과 행보를 함께하며 박정숙 대표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 왜, 지금 여기에.

“농사는 어떤 산업군보다도 생태계를 향해 있어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우리는 대농을 지향하지 않아요. 부자 돼서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니라, 풀 한 포기라도 피울 수 있는 마음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구나 농부처럼 무언가 길러내는 마음을 내 안에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 작은 바람이에요.” (박정숙)

농사일을 하면서도 세 사람은 마을 커뮤니티 운영자로, 문화기획자로, 디자이너로 자기만의 삶을 그려간다. 공동체 안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반농반X’의 삶이다.


시작은 자급자족, 끝은 함께 살기

프로젝트그룹 짓다는 일종의 치유농업으로 ‘자기 돌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평짜리 텃밭에서 작게 농사지으면서 자급자족하고 자립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자기 돌봄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도시든 농촌이든 누구나 고립되어 있기 마련이거든요. 20대에도 ‘고독사’를 고민해야 하는 사회 환경에서 ‘외롭게 살지 않을 권리’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왜, 여기에서 만났을까’ ‘농사가 왜 중요한 가’ ‘소농 자급자족의 삶’ 등 자립이라는 게 결국 혼자가 아닌 함께,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기획했습니다.” (박정숙)

공동체라는 말 자체가 주는 무거움이 있다. 마치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고, 끝까지 함께해야 하나 싶은 부담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공동체 안에서도 좀 더 ‘느슨한 연대’를 꿈꾼다.

“드나듦이 자유로운 공동체였으면 좋겠어요. 느슨한 관계 안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협업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혼자 살기 두렵지만 같이 살기엔 막연한 이들에게 공동체 안에서 ‘외롭지 않을 권리’를 알려주고 싶어요. 가족을 재해석하는 방식이죠. 셰어하우스에 사는 것도 가족의 또 다른 구성이라는 이야기예요.” (김지수)

“연대를 원하는 친구들과 어떤 방식의 연대를 이룰지 고민하고 있어요. 협동조합 형태도 생각 중입니다. 지속 가능하기 위한 경제력도 중요하니까요. 공동체이면서 기업 특성을 가진, 다각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싶어요.” (조준희)

이들이 ‘느슨한 연대’를 이루기 위해 하는 노력이라면 ‘애쓰지 말자’다. 대신 각자의 색깔을 발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한다. 할 일은 하되, 재미없으면 버리는 것. 적당한 선에서 지치지 않고 오래가기 위해서다.

“꿈을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짓다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재미’예요. ‘우리 좀 재밌게 살자’ 이 정도가 우리가 추구하는 삶입니다.” (박정숙)

삶은 느슨하게, 자신을 지키는 일에는 치열하게. 그들이 반농반X의 삶을 지켜가는 힘이다.
  •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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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ㅉㅉㅉ   ( 2021-10-13 )    수정   삭제 찬성 : 2 반대 : 1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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