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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취향 (36) 김치찌개

내 맘대로 고른 김치찌개 맛집 best 4

© 셔터스톡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 소울푸드가 있다. 그저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먹으면 힐링이 되는. 내게는 김치찌개가 그렇다. 숭숭 썬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새콤하게 잘 익은 김치를 넣어 끓인 찌개 한 냄비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아니,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김치찌개가 소울푸드로 자리 잡은 건 아마도 어릴 적 엄마가 차려주던 따뜻한 밥상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와 함께 집 안 가득 퍼지던 새콤하고 칼칼한 향, 그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엄마의 김치찌개는 친척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맛있었다. 원재료인 김치가 맛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된장찌개가 맛있으려면 된장이 좋아야 하는 것처럼.

대가족 맏며느리였던 엄마는 사시사철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손도 커서 무슨 음식이든 적게 하는 법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김장이었다. 김장할 때가 되면 마당에 수백 포기의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김장 당일엔 일손을 도와주러 모인 동네 아주머니들로 마치 잔칫날 같았다.

그 많은 김치는 마당 한구석, 땅에 묻혀 있는 항아리들 속으로 들어갔다. 지하 저장고인 항아리는 훌륭한 김치냉장고였다. 그 안에서 자연 숙성된 김치는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양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빈약해진 겨울 밥상을 빛내주는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겨울을 지나 날이 풀리고, 봄꽃이 흐드러지는 이맘때가 되면 김장김치에서도 신맛이 나기 시작한다. 땅에서 막 꺼낸 신 김치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찌개를 해서 먹을 때 더 매력적이다. 기름기가 적당히 붙은 돼지고기를 넣고, 김치와 고기가 푹 무를 정도로 끓여 내면 밥반찬으로, 술안주로 어떻게 먹어도 훌륭한 ‘천상의 맛’이 완성된다.

하지만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개인적인 취향일 뿐, 김치는 어떤 부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참치통조림 한 캔만 있어도 누구나 근사한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고, 스팸이나 소시지 등을 넣어 부대찌개와 비슷한 맛으로 즐길 수도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김치찌개를 만들 때는 반드시 신 김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덜 익은 김치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맛을 낼 수 없다.

오래 묵을수록 더 깊어지는 친구처럼, 나이가 들면서 김치찌개가 더 좋아진다. 마음껏 뛰놀다 배고프면 집에 들어와 엄마가 차려주는 맛있는 밥상 앞에서 마냥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침 저녁 메뉴를 고민하던 중이니, 오늘은 무조건 김치찌개다. 큼직하게 썬 돼지고기에 김치를 포기째 넣어 오래 끓이면 국물이 진해진다. 부드러워진 고기와 김치를 건져 먹고 난 후 자작해진 국물에 밥을 비비면 그게 또 별미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입안에 군침이 돈다. 아는 맛은 이래서 무섭다.



쌈 싸 먹는 김치찌개
은주정
서울 중구 창경궁로8길 32

@wongssss
을지로 방산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김치찌개 전문점. 이곳에서는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점심에는 ‘쌈 싸 먹는 김치찌개’, 저녁에는 ‘삼겹살과 김치찌개’만 팔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으면 인원수에 맞춰 종업원이 냄비에 육수·김치·돼지고기·두부·양파 등을 담아 불 위에 얹어준다. 여느 김치찌개와 달리 찌개 안에 푸짐하게 들어 있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건져내 함께 나온 각종 쌈채소에 싸 먹는다. 푹 익은 김치에 고기가 넉넉히 들어가 국물이 진하고 칼칼하다. 흑미밥을 국물에 쓱쓱 비벼 쌈을 싸 먹어도 맛있다. 지금은 밀키트 형태로도 판매하고 있어 택배 주문으로 집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최적의 온도에서 6개월 숙성한 김치로
한옥집 김치찜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9길 12 1층

@sumni_y
조용한 골목 안쪽 한옥에서 시작한 ‘한옥집’(지난해 7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은 인근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김치찌개 마니아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직접 담근 김치를, 최적의 온도에서 6개월간 숙성해 식감, 조직도, 당도, 염도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만들어 손님상에 내는 것이 비법이다. 여기에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넉넉히 넣고, 사골 잡뼈를 우린 육수와 함께 끓여 시원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국물이 자박하게 남으면 육수를 추가해 라면사리를 넣고 끓여 꼬들꼬들하게 먹는 것이 이곳 김치찌개를 알차게 즐기는 정석 코스.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 낸 김치찜도 인기 메뉴다.



돼지고기찌개? 자꾸 생각나는 맛
성일정육식당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3길 9

@hoonyy
성일정육식당은 원래 식당이 아닌 정육점이었다. 손님들을 위해 조금씩 고기를 요리해서 팔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오히려 식당으로 유명해졌다. 이곳 김치찌개는 돼지고기찌개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고기 양이 푸짐하다. 찌개에는 생고기가 들어가는데 크기가 두툼해 씹는 맛이 있고, 신선한 고기를 사용해 육질이 부드럽다. 육수는 다시마와 멸치, 파뿌리를 넣어 끓인 뒤 특이하게 돼지껍데기를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국물에 잘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 두부, 파 등을 넣어 푹 끓이면 시원하고 칼칼한, 중독성 강한 마성의 김치찌개가 탄생한다.



남은 국물엔 칼국수를 걸쭉하게, ‘가성비 갑’ 식당
간판 없는 김치찌개집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14

@atozzang_g
미식가들 사이에서 ‘간판 없는 맛집’으로 유명한 곳. SNS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가성비 갑’ 식당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단일 메뉴로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멸치육수에 김치·돼지고기·어묵·두부 등을 넣어 끓이는데 처음에는 특별할 것 없는 외관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묵의 감칠맛과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이 잘 익은 김치와 어우러지며 반전의 매력을 선물한다. 청양고추가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더한다. 남은 국물에는 칼국수와 어묵 사리를 추가해 먹어도 좋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도 맛있어 칼국수와 잘 어울린다. 쌀·김치·고춧가루·돼지고기 등 모든 재료가 국내산이다.
  •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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