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곽태일 팜스킨 대표

버려지는 초유 이용, 연매출 170억 글로벌 화장품 만들다

글·사진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팜스킨 

팜스킨은 초유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 스타트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질 좋은 초유가 해마다 4만t씩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던 한 시골 출신 청년이 초유 가공 기술을 개발한 게 시작이었다. 곽태일 팜스킨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제품 경쟁력만으로 팜스킨을 미국 월마트와 아마존에 진출시킨 데 이어 3년 만에 중국, 프랑스를 비롯해 해외 45개국에 수출했다. 창업 첫해 3000만 원이던 매출은 2019년 30억 원까지 껑충 뛰었고, 이런 성장에 힘입어 곽 대표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어미 소가 새끼를 낳은 직후 약 사흘간 나오는 초유에는 모유보다 100배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어요. 어미 소에서는 25kg가량의 초유가 나오는데, 정작 송아지에게 필요한 양은 3kg 남짓입니다. 나머지는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로 버려져요. 이렇게 질 좋은 초유가 매년 4만t가량이 버려지는 게 아까웠어요. 초유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사업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청년 CEO의 목소리에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론칭 3년 차,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신생 뷰티 브랜드 팜스킨의 곽태일 대표는 자신을 ‘시골 출신의 CEO’로 소개했다. 곽 대표는 충북 청주의 한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젖소 농장을 운영한 부모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전공도 동물생명학을 선택했다. 그가 초유에 관심을 가진 건 건국대학교 재학 시절, 수업 중 ‘초유에 영양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수업이 끝나면 연구실에서 초유 관련 논문을 찾고 성분을 분석했다.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목적보다 버려지는 초유를 사용할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초유 가공 화장품에 눈을 뜨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으로 독일 농장에 연수를 갔는데, 그곳 사람들이 젖소의 초유로 핸드크림을 만들어 쓰고 있더라고요. 실제로 써보니 촉촉하고 보습이 좋았어요. 화장품 재료로서 가능성을 본 거죠.”


대학 친구 네 명의 의기투합


사업의 시작은 뜻밖에도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이뤄졌다. 대학교 학술동아리에서 만난 축산학도 네 명이 진로를 고민하다 의기투합했다. 초기 창업 자금은 학자금 대출로 받은 2000만 원이 전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젊음의 혈기와 열정은 창업 동력으로 삼기 충분했다.

“초유에 함유된 락토페린 성분이 염증을 예방하는 항균작용을 해서 여드름 완화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초유 특유의 향이 있는 데다 부패가 빠르다는 단점이 있어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죠. 그래서 초유의 부패를 늦추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 초유의 좋은 성분만 추출하면서도 냄새를 제거했고요.”


그들이 개발한 기술은 화학성분을 일체 첨가하지 않고 유산균, 효모, 곰팡이 등 생물학적으로 좋은 균만으로 초유를 가공하는 것이다. 이 기술로 열 개의 특허도 출원했다. 곽 대표와 동료들은 3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2017년 교내 학생창업으로 팜스킨을 세웠다.

초유 가공 화장품으로 상품화에는 성공했지만, 이미 400조 원 규모로 성장한 뷰티 산업에 신생 스타트업이 뛰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이들은 학교 앞부터 뷰티 브랜드가 밀집한 가게와 백화점 할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고객을 직접 찾아다녔다. 적자의 연속이었지만 초유 가공 기술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뷰티 박람회에서 대박

샐러드팩을 연상하게 하는 팜스킨의 화장품 패키지. 이 디자인으로 팜스킨은 ‘2019 IDEA 디자인상’을 받았다.
기대가 확신으로 바뀐 건 미국 시장에서다. 곽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질 좋은 국산 초유를 해외에 알리고 수출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해외 바이어를 만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던 중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뷰티 박람회에 참가하며 소위 ‘대박’이 터졌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상태라 박람회장에서도 카페테리아 근처 구석 자리로 배정받았어요.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잡지 못하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죠. 지인들에게서 제품 디자인이 별로라는 지적을 받던 터라 눈길을 끌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음식 모양으로 화장품 패키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그때 나온 게 ‘슈퍼푸드 샐러드 포 스킨’이에요. 샐러드 용기에 마스크팩을 담아 샐러드처럼 보이게 만든 패키지죠.”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냈다. 포장용기를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철수 직전까지 줄을 서서 제품을 사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일을 계기로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은 곽 대표는 제품 생산과 동시에 패키지를 식자재마트에서 파는 과일이나 채소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망고스틴이 들어간 제품은 ‘과일망’에 포장하는 식.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정면에 내세우니 팜스킨 화장품 성분이 피부에 좋다는 광고 효과도 덩달아 얻게 됐다. 샐러드 용기에서 차용한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으로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대회인 ‘2019 IDEA 디자인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이후 해외 시장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팜스킨은 미국 월마트와 아마존닷컴에 입점하는 등 4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화장품 프랜차이즈 마켓 왓슨스에서도 이들의 물건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정 연기됐지만, 빠르면 내년쯤 미국과 중국 전역에서 국내산 초유로 만든 팜스킨 브랜드 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곽 대표는 “연간 몇 백억대의 매출이 예상된다”며 화색을 띠었다. 실제로 창업 첫해 3000만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기준 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을 6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리콜 없는 안전한 제품


곽 대표는 팜스킨의 성공 요인으로 무엇보다 제품의 안정성을 꼽는다. 그는 사업 초기부터 제품 출시와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안정성 테스트를 두루 거쳤다. 2018년 초유 가공 기술로 만든 원료를 국제화장품원료집에 등재했고, 지난해엔 미국 제품안전성인증기관의 인증도 받았다. 지금까지 고객 항의가 한 건도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팜스킨은 마스크팩과 스킨, 에센스, 앰풀 등 70여 종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유 성분 함량을 높여 아기 피부에 최적화한 베이비 화장품 라인인 ‘프롬맘’을 출시했다. 곽 대표는 “‘슈퍼푸드 샐러드 포 스킨’과 함께 ‘프롬맘’ 브랜드를 내세워 올해 매출액 170억 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자본 200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3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곽 대표는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해외 시장의 러브콜을 받으며 B2B에 몰두해왔는데, 코로나19로 판로가 수월하지만은 않다”며 “앞으로 B2C에 집중해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B2B가 분명 성장에 큰 발판을 마련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처럼 대면이 어려운 시기에는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NS를 이용한 고객 소통 채널을 넓히고, 단순히 제품 홍보 수단으로의 마케팅이 아닌, ‘공장 아닌 농장에서 난 슈퍼푸드가 얼마나 피부에 좋은지, 왜 좋은지’를 알리고자 합니다.”

팜스킨은 지금까지 10t 정도의 국내산 젖소 초유를 사용했다. 곽 대표는 자신들의 사업 확장이 분명 농촌을 활성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로 확신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농촌과의 상생입니다. 우리나라 청년 스타트업이나 IT 기업들이 농촌으로 눈을 돌렸으면 좋겠어요. 자기만의 시선으로 농산물을 바라본다면 분명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어려움을 풀어나가기 위해 하는 일이 창업”이라고 말한다. 청년 CEO가 농촌과 함께 커간다면 이 또한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이 되지 않을까. 곽태일 대표가 그 초석을 다지고 있다.
  • 2020년 09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