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topp

열한 살 박리엔의 그림

패턴으로 그린 어지러운 세상

그림을 통해 아이는 물론 어른과도 소통하고 싶은, 아이 그림 읽어주는 여자. 아이들의 그림에는 명화만큼이나 재미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아이들의 그림에 담긴 ‘순수한 힘’으로 세상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어지러운 세상을 그린 거예요.”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그림은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명 디자이너가 내놓은 패션의 패턴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검정과 흰색으로 칠해진 횡단보도 무늬가 어지럽게 보였어요. 고개를 드니, 세상이 온통 이런 어지러운 무늬로 막 돌아가는 거예요.”

횡단보도에서 영감을 받아 이런 그림을 그려낸 아이의 시각적 예민함에 감탄했다. 그 인상을 자신에게서 끄집어내고, 수학 공식처럼 하나의 패턴으로 집약해 표현하는 능력. 이는 분명 하늘이 준 선물이다.


열한 살 박리엔은 일상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그걸 도화지에 옮겨 그리기를 좋아한다. 어지러운 패턴 때문에 정작 그림 속 주인공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중 하나가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먹이사슬’을 생각하며 그린 이 그림이다.

먹이사슬에 얽힌 동물들이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여 있고, 커다란 패턴의 흐름 안에서 공생한다. 이 패턴은 약육강식의 무시무시한 생존법칙을 말하기보다는 이것이 자연의 흐름이라고 알려주는 듯 조화롭다. 악어는 무섭기보다 아름답고 귀엽기까지 하다. 모든 동물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조화이고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한 후배에게 이런 일도 있었다. 커피 전문점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바리스타들이 주문받은 커피를 크게 외치는 소리가 하나의 리듬 같았다고. 그 리듬이 하나의 패턴으로 보이면서 새로운 디자인이 눈앞에 아른거려 집에 오자마자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우리도 일상에서 재미있는 구조를 발견하고 나만의 언어로, 혹은 나만의 패턴으로 끄집어내는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평범한 일상 속에 (혹은, 어지러운 세상에도) 패턴은 곳곳에 있다. 시각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패턴이 약육강식이 팽배한 어지러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소하게나마 ‘세상을 즐겁게 바라봐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줄지도 모른다.
  • 2019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6

201906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5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