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⑩

아라이 노리코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창의력’보다 ‘독해력’이 먼저다

글 : 최인아 

우리 책방에서 ‘SKY대학’ 중 한 곳의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연 적이 있다. 강연 후 청중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다. 아이에게 창의성을 길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때 그 교수가 한 대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생각하는 힘은 고사하고 학생들이 교과서나 제대로 읽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이 책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2011년 일본은 ‘로봇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그 가능성과 한계를 알아보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책임자가 바로 수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아라이 노리코 교수다. 아라이 교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AI 도로보군을 만들고 대학 입시 공부를 시켰다. 일본의 여느 고등학생들과 똑같이 대학 입시 과목을 공부시킨 것이다.

알아둘 것이 있다. AI(컴퓨터)는 어디까지나 계산기라는 것. 할 수 있는 일은 사칙연산뿐이며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방법을 동원해 의미를 이해하는 척할 뿐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AI는 계산할 수 없는 것, 즉 덧셈과 곱셈의 식으로 번역할 수 없는 것은 처리하지 못한다.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거나 결과를 뽑아내려면 먼저 과제를 수식으로 바꿔서 인풋해야 하는데 인간의 인식과 사상, 매일의 경험이나 관계에서 생기는 엄청난 내용을 어떻게 다 수식으로 번역할 수 있겠나. 때문에 아라이 교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컴퓨터가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하는 일, 즉 ‘특이점’은 올 수 없다고 단언한다. 두려움이 조금 가시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아도 되는 건 아니다. AI가 고도로 발전할수록 인간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자꾸 늘어날 테고 지금도 인간의 노동은 계속 AI로 대체되고 있으니까.

이쯤에서 책 얘기로 돌아가자.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도로보군은 전체 수험생의 상위 20% 순위에 들었다. 일본의 명문 사립대 다섯 곳에 합격할 만큼 우수한 성적이다. 이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80%나 되는 학생들이 AI에 뒤처졌다는 뜻이니 말이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해력! 읽고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아라이 교수는 학생들의 독해력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만들어 테스트했는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출제된 문제다.

문제 2.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
Alex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사용하는 이름으로, 여성의 이름 Alexandra의 애칭인 동시에 남성의 이름 Alexander의 애칭이기도 하다. 문맥을 고려했을 때 다음 문장의 빈칸에 들어가기에 가장 적당한 말을 선택지에서 하나를 고르시오.

Alexandra의 애칭은 ( ) 다.
① Alex ② Alexander ③ 남성 ④ 여성


답은 당연히 1번 Alex다. 채점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중·고등학생들의 정답률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4번을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읽고도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바로 이런 상태다.

애초에 이 프로젝트는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학생들이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지 알아보기 위함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는 AI가 아니었다. AI와 상관없이 학생들의 독해력, 즉 텍스트를 읽고 이해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소통하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주입식 교육과 정답 맞히기 교육 등 여러 이유가 얽혀 있을 테다.

일터에서의 하루하루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해법을 찾으려면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여러 정보를 종합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필수인 것이 바로 독해력이다. 맥락을 살펴 중요한 것을 이해하는 능력! 이게 있어야 검색해서 정보도 찾고 꿰어 맞출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독해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당연히 많이 읽는 것이 시작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말한다. 같은 내용도 종이 책으로 읽을 때와 디지털 기기로 읽을 때 우리 뇌에서 활성화되는 곳이 다르다고. 깊이 읽기는 오로지 종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세상엔 빈부 격차가 있고 정보 격차도 있지만 앞으로는 독해력 격차가 커질 것이다. 읽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읽지 않고 보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AI는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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