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박정열 부장, 서정희 과장, 최영준 과장

현대자동차그룹이 지향하는 미래 인재의 요건은?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김선아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인재마인드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서정희 과장, 최영준 과장, 박정열 부장(왼쪽부터).
이 교육은 ‘혁신적인 인재교육’ ‘세상에 없던 교육’이라는 평을 듣는다.
헤드셋을 쓰고 대학로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나를 둘러싼 환경을 낯설게 바라본다. 연극 〈염쟁이 유씨〉를 관람하면서 삶과 죽음을 되새기고,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 110쪽 분량에 달하는 ‘내 마음 보고서’를 받아들고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나도 모르고 있던 진짜 내 안의 나를.

현대자동차그룹이 시행하는 ‘미래인재마인드교육’의 장면들이다. 2018년 4월 새롭게 시작된 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프로그램의 면면이 파격적이라 ‘세상에 없던 교육’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별 기대 안 했는데 대박” “3박 4일 동안 내내 울다가 가는 것 같다” “진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는 후기가 보인다. 사원급부터 과장급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 교육은 향후 4년간 현대차그룹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주인공은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박정열 부장, 서정희 과장, 최영준 과장. 기획부터 프로그램 론칭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이들의 가장 큰 화두는 ‘깊이 깨닫는 사람’이다. “미래는 ‘먼저 아는 사람’이 아닌 ‘깊이 깨닫는 사람’이 주도한다”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실무진 세 사람을 만나 급변하는 시대에 현대차그룹이 생각하는 미래 인재의 요건을 들어봤다.


프로그램 론칭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밀레니얼 세대는 개별화를 추구한다. 대기업에서 조직생활을 하면서도 일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존경받고 싶어 한다. 이 구성원들에게 ‘식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개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다.”(박정열)


밀레니얼 세대와 선배 세대의 업(業)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다른가.

“두 세대의 시선이 같은 듯 다르다. 선배 세대가 조직에 대한 헌신을 바탕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중요시하고 그 일이 자신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인식될 때 몰입하는 특성이 있다.”(박정열)


두 세대의 교육 방식을 차별화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이물감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 고유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융합 혹은 통합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조직의 정신적 유산은 세대가 바뀌어도 이어져야 하는데, 유리된 채 다름만 강조되면 세대 간의 벽이 방치될 수 있다. 이 벽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적으로 대물림되어야 하는 부분을 되살려야 한다고 봤다.”(박정열)


미래인재마인드교육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구성원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과거에는 ‘회사의 인재 육성 지향점’이라는 간판 아래 많은 표현을 해왔는데, 우리는 지향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실무진끼리는 ‘주혁진관’이라는 공통분모를 품고 있다. 주도성, 혁신성, 진취성, 관계지향성 네 가지다. 겉으로는 자기 인식, 환경, 관계, 일 등의 테마를 통해 드러나지만 이 안에 주혁진관의 지향성이 장착돼 있다.”(박정열)


‘자기다움’ ‘삶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왜 주혁진관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중요한가.

“이 네 가지 중 ‘주도성’이 핵심이다. 주도성을 변화의 씨앗으로 봤다. 주도성이 있어야 나머지 세 가지 힘이 생긴다. 주도성이 생기기 위한 첫 요건은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요즘 입사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잘 부응한 사람들이다.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지만, 그것 때문에 더 치고 나가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사람도 많다. 미래의 인재는 다이내믹한 환경을 일당백으로 헤쳐가야 한다. 주도성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고 봤다.”(박정열)


대학로에서 진행한 이머시브 공연 현장. 일과 삶을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시간이다.
첫 프로그램인 대학로 이머시브 공연이 참신했다. 어떤 의도가 담겨 있나.

“본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포인트가 처음부터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 소재와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이머시브 공연’을 알게 됐다. 입사 시의 초심을 되돌아보면서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다.”(서정희)


왜 하필 대학로였나.

“회사를 4~5년 정도 다니면 처음 열정이 사라져가는 시기다. 대학생 때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열정이 살아 있는 시기이고, 대학로는 그런 열정과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장소다. 자신을 둘러싼 일과 환경과의 메시지를 오디오 파일을 통해 들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이 누구인지 성찰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서정희)


교육 프로그램의 벤치마킹 대상이 있었나.

“미래 산업의 변화, 세대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찾아내려 했고, 그 과정에서 외국 문헌 등에서 자료를 참고했다.”(최영준)

“부서원끼리 스터디를 많이 했다. 나의 경우 공교롭게도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전 ‘신세대 특성’이라는 주제로 워크숍 준비를 했는데, 이것이 토양이 됐다.”(박정열)

“과거부터 현대차그룹이 가지고 있던 DNA, 기업가 정신, 도전의식이 결국 미래에 필요한 인재상에 맞닿아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가 초기의 화두였다.”(최영준)


교육 전과 후, 구성원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교육을 시작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정량적 데이터는 많지 않다. 다만 교육 후 감사하다는 메일을 보내는 교육생이 꽤 있다. 그것도 1~2개월 후에 자발적으로. 이런 면이 정량적 데이터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서정희)

“교육을 마치고 교육생들을 배웅 나갔을 때, 한 교육생이 뛰어와서 구십 도로 인사하면서 ‘이런 과정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더라. 그 교육생의 절절한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박정열)


‘일이란 무엇이고, 나는 잘 살고 있는지’ 등에 관한 프로그램은 신입사원 교육에도 있을 텐데.

“물론 있다. 하지만 흡수력에 차이가 있다. 대학 졸업 후 입사 통지를 받고 온 친구들은 백지상태다. 수용성은 좋으나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절감성이 없다. 그렇다 보니 일의 본질이나 업의 본질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인다. 흡수력은 좋으나 다 빠져나간다.”(박정열)


프로그램을 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수면 아래에 있는 마인드와 동기, 가치를 어떻게 건드릴 것인가가 실무진의 최대 고민이었다. 설계 단계에서 ‘혼란’을 통해 ‘균형’을 잡아나가는 ‘전환학습 관련 모형’을 만들었다. 일과 삶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나답게 잘 살고 있는지 혼란을 주는 것이 첫 단계다.”(최영준)


혼란을 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연극 〈염쟁이 유씨〉를 택한 이유는 뭔가.

“신념과 가치관을 건드리려면 강력한 소재가 필요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원하는 삶이 이런 모습일까’를 들여다보려면 ‘죽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는 것이 이 성찰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봤다. ‘죽음 체험’을 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연극을 택했다.”(최영준)


3박 4일 일정 중 가장 마지막에 진행된 ‘자기다움 갈무리’ 프로그램.
교육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생이 꽤 있다고 들었다.

“‘내 마음 보고서’를 읽다가 많이 운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혹은 몰랐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어서.”(최영준)

“관계에 관한 강연을 들을 때, 각자 쓴 글을 마지막 ‘자기다움 갈무리’ 시간에 공유할 때도 많이 운다.”(서정희)


강연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크게 두 그룹이다. 이론가와 실천가. 이론가 그룹은 자기다움이 왜 필요한지를 열어주는 분들로, 인사이트를 주는 강연 위주이다. 실천가 그룹에서는 경험을 통해 체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엔 이론가를 많이 모셨는데, 이번에는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기 때문에 IT, 건축가, 광고계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모셨다.”(최영준)



개인의 성장이 그룹의 성장에 왜 중요한가.

“점점 각 개인이 모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시대가 온다. 조직이라는 울타리가 대신해줄 수 없게 된다. 개인이 단단한 생각의 근력을 가지고 닥치는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주체적 자아로 서지 않으면 어렵다. 리더십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장악하고 휘어잡고 챙기는 리더십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일곱 가지 색을 합쳐서 검은색을 만들어내는 리더십이 아니라, 각각의 색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너는 빨강, 너는 파랑’이라고 인정해주면서 둘을 연결해주는 리더십 말이다.”(박정열)

“업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 과거에는 그저 매뉴얼대로 빨리빨리 하면 됐다. 특정 리더가 이끌어가고 나머지는 쫓아가면 됐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산업 간 영역이 무너지고 있어서 영역 밖으로 뚫고 나아가야 한다.”(최영준)

“업의 특성상 특정 개인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협업을 해야 큰 것을 해낼 수 있는 구조다.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서정희)


미래인재마인드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아직 기간이 짧아 효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효과가 있다. ‘회사가 나를 존중하는 기분이 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서정희)

“같은 얘기다. 매 차수 그런 피드백이 있다. ‘회사가 내 개인의 성장에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몰랐다. 놀랐다’는 반응이 많다. 밀레니얼 세대에 애사심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기대하지 않은 부분이었다.”(최영준)

“교육이 전부는 아니지만, 미래인재마인드교육 현장에서 시작한 바람이 단초가 되어서 미래가 원하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 나아가 여기서 강조한 인재상이 조직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지길 바란다. 그 반향이 바람직하고 영향력이 있다면 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안에서 등불을 켜지 않으면 진짜 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메시지를 새겼으면 좋겠다.”(박정열)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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