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교육생 이석휘

‘품격 있는 농부’의 전초기지, 청년농부사관학교

글·사진 : 서경리 기자

경기도 안성의 한 농장, 밖은 한겨울인데 하우스 안은 벌써 딸기가 붉게 영글었다. 한쪽에서는 농부를 꿈꾸는 스물세 명의 청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양상추를 따고 상자에 옮겨 담았다. 얇은 옷을 입고도 머리에 두른 수건이 흠뻑 젖어 있었다.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가 세운 청년농부사관학교 실습 현장이다.
청년농부사관학교 1기 교육생 이석휘(35) 씨는 마장동에서 육류 유통업을 하던 중 귀농의 꿈을 품고 입학했다. 그는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산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단순히 돈이 아닌 지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과 건강한 먹거리를 남겨주고 싶어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석휘 씨는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일찌감치 사회에 뛰어들었다. 사설 통신설비 업체와 방화설비 업체에서 설비기사로 일했고, 4년 전에는 육류 유통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했다. 이른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에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입은 적고 일이 고단하니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꿨다.

막연하게 귀농을 꿈꾸던 그가 농부를 결심한 건 2년 전,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돌아가시고 나서다.

“암이 발병하고 수술도 잘됐지만, 1년을 못 버티셨어요. 집안의 맏이인 제가 돈을 벌어서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귀농귀촌 박람회를 다니며 농사일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았다. 그러던 중 2018년 여름, 청년농부사관학교를 만났다.


농업의 기본 지식부터 판매까지


청년농부사관학교의 교육은 배추와 무, 적상추, 양상추 등 초보자도 쉽게 지을 수 있는 12개 품목을 재배하며 농업의 기본 지식을 습득하도록 진행된다.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씨뿌리기나 모종 심기부터 시작해 농기계 작동법, 스마트팜 운용 방법, 드론을 활용한 제초법 등을 배운다. 또 상업적으로 성공한 농가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거나 노하우를 배운다.

농사에서 중요한 건 농산물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농작물을 재배해도 판매를 못 하면 이어가기 힘들다. 교육과정 중 재배한 농작물을 가지고 스스로 판로를 개척해 판매하도록 하고, 직거래 매장이나 온라인 매장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한 유통 노하우도 쌓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활동도 배운다.

이석휘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학교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안성 바우덕이축제 장터에서 처음 소비자를 만난 일이다. 영업직에 종사하면서 쌓은 실력을 십분 발휘해 완판을 이뤘다.

“사관학교 첫날 수업에서 모종에 심은 상추를 수확해 모두 팔았어요. 단순하게 일해서 받은 월급이 아니라, 내 손으로 농사지은 것을 팔아 돈을 벌어보니 뿌듯함이 남달랐습니다.”

이석휘 씨는 학교를 졸업하면 화천에 내려가 토마토 농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사 놓은 땅이 있어 아예 고향에서 터를 잡을 계획이다.

“토마토는 항암에 좋은 작목이에요. 암으로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좋은 먹거리로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습니다. 화천 땅은 은퇴 후에 귀촌하려고 생전 아버지가 사 놓은 땅이었어요. 비록 아버지는 못 가셨지만 제가 대신 가서 아버지의 생을 이어가려 합니다.”

농장 운영을 위해 스마트팜 교육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제어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농사는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생산량은 월등히 높일 수 있습니다. 선진 스마트팜 농장을 견학 다녀 보니 병해충에도 강하고 환경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 품질 또한 우수하더군요. 초기 시설 투자비만 해결한다면 스마트팜은 승산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제야 첫발을 뗀 초보 농부이지만 그는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크다.

“인생을 걸었어요. 농부의 길에 확신이 섰습니다. 처음 입교했을 때, 미래농업지원센터 김석기 원장님이 하신 말이 기억나요. ‘품격 있는 정예 청년 농업인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품격과 정예라는 단어에 심장이 뛰었습니다. 얼뜨기 농부가 아닌 제대로 된 농부로 클 수 있겠다는 신뢰를 받았어요. 상위 1%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청년 농부가 되기 위해 배움에 힘쓰겠습니다.”



청년농부사관학교는 어떤 곳?

23명의 소수정예, 기숙사 생활하며 6개월간 심화교육


청년농부사관학교는 정예 청년 농부 육성을 목표로 농협이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다. 농작물을 심고, 씨 뿌리는 단계부터 농기계 작동, 농작물 수확, 영업 및 마케팅을 통한 유통까지 농사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농업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도 교육을 마치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부로 탈바꿈시키는 게 학교의 목표다.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동안 교육생은 주말을 제외하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총 교육 시간은 880시간. 오전에는 현장 중심의 영농실습을 하고, 오후에는 스마트 팜, 농기계 작동법, 경영학, 사업계획서 작성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학습한다. 학교를 수료하면 팜파티 자격증과 더불어 농산물 유통전략 과정, SNS 마케팅, 농업경영컨설팅 과정 등 수료증이 발급된다. 만 40세 미만 창농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며, 출석률이 80% 미만인 경우 퇴교 처리될 수 있다. 교육비는 100만 원으로 숙식은 물론, 교육에 따르는 재료비와 활동비가 포함되어 있다.

김석기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장은 “교육생들은 각자의 사업계획에 따라 농업에 필요한 행정적인 문제부터 판로 개척, 마케팅, 컨설팅까지 종합적으로 컨설팅을 받게 된다”며 “청년들이 농업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기생으로 등록한 23명의 학생은 2018년 9월부터 6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2019년 2월 22일 졸업한다. 현재 2기 교육생을 상시 모집 중이다.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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