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오디로 수제 잼 만드는 최지선 하서 대표

바른 농부가 만드는 바른 잼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하서 

햇살과 바람, 흙과 비. 계절이 주는 선물을 오롯이 누리며,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삶.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서 오디를 재배해 수제 잼을 만드는 최지선 ‘하서’ 대표는 느리지만 바르게, 자연이 선물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미래 에너지를 연구하는 공학도에서 미래의 바른 먹거리를 연구하는 농업인으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 사람을 이롭게 만드는 나무. 예로부터 뽕나무는 하늘이 내려준 나무, 즉 ‘신목(神木)’으로 불렸다. 뽕나무는 뿌리와 줄기, 잎, 열매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뽕잎은 누에가 먹고 자라 비단실을 주고, 줄기와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 열매는 가난했던 시절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입이 까맣도록 따 먹던 뽕나무 열매. 그게 바로 오디다.

여름 하(夏), 새벽 서(曙). 최지선 대표가 만든 수제 잼 공방 ‘하서’는 ‘여름 햇살과 새벽이슬을 머금은 오디’라는 뜻을 품고 있다. 최 대표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딴 오디를 씨째 곱게 갈아 잼을 만든다. 하서에서는 오디뿐만 아니라 키위나 토마토, 딸기, 레몬 등 자연에서 나는 새콤달콤한 과일로 잼이나 과실청, 식초와 같은 수제 식품을 만든다.

최지선 대표가 오디 농사에 뛰어든 건 2016년 봄이다. 농사를 짓기 전 최 대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전북대학교에서 고분자 나노공학을 전공하고 2009년 동 대학원에서 수소 연료전지 공학을 전공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일하며 미래 에너지를 연구하는 공학도로 경력을 쌓아 가던 중이었다. 공학도로 창창한 앞날을 향해 걷던 그가 흔들린 건 2012년, 아버지가 갑작스레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다.

“치매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어요. 새벽에 일어나 혼자 돌아다니거나 밖에서 길을 잃어버려 경찰서에서 찾은 적도 몇 번 있었죠. 어머니 혼자 감당하기엔 무리였습니다. 이러다 어머니도 쓰러지지 않을까 겁이 났어요. 부모님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귀향을 결심했습니다.”


급성 백혈병 앓아


그 또한 타지에서의 오랜 연구원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최 대표는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안 되어 급성 백혈병을 크게 앓았다. 다행히 2년간의 치료 끝에 완치됐지만, 매일 실험실에서 화학약품을 다뤄야 하는 일이 맘에 걸렸다. 잠시 쉬어 가자는 생각에 가족이 있는 전북 부안으로 돌아왔다.

오디 농장은 부안읍에서 차로 15분 남짓한 거리의 부안군 하서면에 있다. 10여 년 전에 어머니가 1652㎡(500평) 남짓한 오디 밭을 샀는데, 인근에서 오디 농사를 짓는 외삼촌이 관리하고 있었다. 최 대표도 종종 삼촌을 따라 오디 따는 일을 돕곤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다고 한다.

“오디를 따는 일이 마냥 좋았어요. 오뉴월 볕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밭일에만 전념하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낼 수 있었죠. 그 자체로 ‘힐링’이었습니다.”


오디 농사는 수확을 준비하는 3월부터 6월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3월에는 가지치기를 하고, 4월에는 거름을 주고 가림막을 둘러 잎사귀가 타들어 가지 않도록 관리한다. 오디가 익어가는 5월 중순부터 한 달 내내 오디를 딴다. 수분이 많은 오디는 쉽게 무르기 때문에 수확한 즉시 냉동고로 옮겨 보관한다. 그가 부안에 내려온 첫해 1톤이 넘는 오디를 수확했다. 냉동으로 1kg에 7000원에 판매했는데, 블로그나 온라인 마켓에 홍보를 잘한 덕분에 첫 수확물이 완판됐다.

국내 토종 베리 중 하나인 오디는 블랙 푸드로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또한 식감이 부드럽고 적당히 달다. 다만 수분이 많아 쉽게 무르는 성질 때문에 저장성이 좋지 못한 한계로 유통이 힘들다 보니 다른 과실에 비해 대중적이지 못하다. 최지선 대표는 오디의 맛을 살리면서도 저장성을 높일 방법으로 잼을 생각했다.

“어머니가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오디 잼을 한 솥 만들었는데, 처음 맛본 오디 잼 맛이 정말 좋았어요. 덩어리 없이 곱게 갈아 만들기 때문에 부드럽고, 빵에 발랐을 때 적당히 달면서도 착 감기는 맛이 있죠. 수제 오디 잼을 병에 담아 블로그에 올렸더니 예상 밖으로 많은 분이 구매 문의를 하셨죠. 그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농사지은 오디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디 잼을 만들자고요.”


농업은 바른 먹거리의 시작


얼려 놓은 과실로 일 년 내내 잼을 만드는 건 그의 몫이었다. 공학도 실력을 십분 발휘해 그만의 맛 레시피가 담긴 오디 잼을 만들었다. 하서의 잼에는 방부제나 화학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오직 오디와 유기농 비정제 원당만 넣는다. 여기에 레몬즙을 착즙해 넣는데, 오디의 색을 선명하게 하고 잼의 농도를 걸쭉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잼은 3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다.

“200g에 8000원, 한 병 팔아 큰돈이 남는 건 아니에요. 직접 농사지은 오디를 쓰니까 원가는 아끼지만 불 앞에서 오랜 시간 끓이는 수고가 있으니 가격을 무한정 낮출 순 없었죠. 요즘 사람들은 오디를 잘 몰라서 오디 잼을 신기해해요. 색이 까매서 선뜻 손은 안 가지만 맛을 보고 나면 달콤한 맛이 난다고 하죠. 처음에는 호기심에 샀다가 맛을 보고 재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하서의 시작은 혼자였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의 여동생까지 합류하며 자매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작은 공방의 인테리어부터 로고와 제품 디자인 하나까지 꼼꼼하게 자매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하서는 2017년 9월, 즉석식품제조가공업으로 등록을 마쳤다.


“우연히 하서 매장에 들른 부안군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소개로 2018년 5월 전라북도 귀농·귀촌 박람회에 참여했어요. 이를 계기로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박람회에도 참여했죠.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우리 제품을 보고 팜마켓에도 불러주었습니다.”

이후에도 국내 수제품 전문 업체인 ‘아이디어스(idus)’에서 입점 제안이 왔고, 한 달 동안 2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최 대표가 직접 발로 뛴 덕분에 매출액도 전년보다 3배 정도 올랐다.

“농업은 더 이상 몸으로 때우는 일이 아닙니다. 공부와 연구를 해야 해요. 농업이야말로 바른 먹거리의 시작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생명산업이자, 앞으로 지속발전 가능한 사업입니다. 하서를 시작으로 막 걸음마를 뗐어요. 조금은 느리더라도 바르게 연구하며 성장하는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 2019년 0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Hyung-YulCho   ( 2019-01-10 ) 찬성 : 1 반대 : 0
미국 슈퍼에는 터키산 Mulberry Jam이 이미 나와 있는데 국내에서 아무리 약효가 있는 건강 식품이라고 하면서 특별 가격을 받으려해도 경쟁을 할 수 있을지?
  오디쟁이   ( 2019-01-03 ) 찬성 : 2 반대 : 0
하서 오디잼 너무너무너무 맛있어요 👍👍👍👍
201905

201905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5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