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현실 속 비련의 주인공은 남자가 더 많다

사랑과 관계

사람들은 이성을 만나면서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 걸까’ 의문을 갖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또한 좋아하는 감정이 강해지면 그것이 사랑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사랑과 좋아하는 감정은 별개로 움직이는지도 궁금해진다.

이러한 의문을 갖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사람이 심리학자 루빈(Rubin)이다. 그는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누군가를 좋아할 때 혹은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 태도, 행동 등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별개의 차원임을 확인했다. 결과에 따르면 사랑은 애착, 보살핌, 친밀함 3가지 요소가 주를 이루고, 좋아함은 호의적 평가, 존경과 신뢰, 유사성 지각이라는 3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사랑한다고 할 때는 사랑하는 상대와 항상 함께 있고, 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며, 둘 사이에는 비밀이 없고 모든 것을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격렬한 생리적인 변화(두근거림 혹은 다양한 떨림)도 동반한다. 좀 더 강렬한 정서적 변화가 수반되는 상대방에 대한 절절함이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반면에 좋아한다는 것은 왠지 상대가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생각되며, 상대방의 결정을 존경하고 특정 사안에 대한 결정을 믿고 따르며, 상대가 항상 이해심이 많고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루빈은 사랑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이 별개의 차원임을 확인하고 또 다른 재미있는 연구를 했다. 데이트 중인 커플들을 대상으로 이 두 가지 차원을 질문지로 구성하여 성별로 둘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사랑과 좋아함의 상관계수를 0부터 1까지 숫자로 나타내게 한 것이다. ‘0’이면 서로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이고 ‘1’이면 서로 완벽하게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둘 간의 관련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남자는 사랑과 좋아함의 상관계수가 0.56이 나왔고 여성은 0.36이 나왔다. 이 결과가 갖는 의미는 남자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감정·태도가 혼재됨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남자가 이성의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사랑의 감정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별개로 볼 가능성이 높다. 즉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을 구분해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남과 여가 상대를 사랑하는 다른 방식


그렇다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누가 높을까. 루빈의 연구 결과에 준해서 보자면 좋아함과 사랑을 별개로 바라보는 여성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남자들은 애초에 좋아하는 감정이 들지 않으면 사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상대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종종 ‘왜 나는 영화나 TV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는 걸까’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다운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생각 배경에는 대중문화 혹은 매체가 우리에게 ‘사랑은 격정을 수반한 열정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낭만적 사랑만이 사랑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은연중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존 리(John Lee)는 사랑의 6가지 유형을 제시했다(지면 사정상 일부만 소개하고 자세한 것은 존 리의 사랑의 유형을 검색해보기를 권한다).

기본적인 세 가지 유형으로는 첫눈에 반하고 이상적인 연인을 꿈꾸며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에로스(Eros), 강렬한 열정 없이 정이 넘치고 우애적인 우정과 같은 사랑을 하는 스토르게(Storge), 한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 쾌락적이며 상대를 구속하지 않는 바람둥이처럼 유희적 사랑을 하는 루두스(Ludus)가 있다. 이 외에도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 헌신하는 아가페(Agape),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해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만나려는 프라그마(Pragma)도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선호하는 사랑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과 상대방의 방식을 알면 서로 다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은 사랑으로 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 사회가 심어준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 때문에 자신이 사랑다운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로 스토르게처럼 친구 같은 우애적 사랑을 하는 사람들로, 사랑다운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는 주변에서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척이나 결혼상담소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경우를 본다. 조건을 전제로 하는 만남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경우도 상당수이지만, 그들 또한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랑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바람둥이들이 선호하는 루두스는 한 사람과의 관계에 자신을 매어놓지 않고 책임지려 하지 않으면서 쾌락을 탐닉하는 유희적 사랑이다.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유희적 사랑을 선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젊은 시절의 화려함과는 상반되게 나이가 들면서 쇄락하고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젊은 시절 자신의 외모와 능력(?)을 믿고 열정을 유희에 쏟으며 당장의 쾌락만을 탐닉한 탓은 아닐는지.

우리는 TV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사랑과 결혼에 관한 다양한 장면을 보게 된다. 주인공들은 결혼을 위해 자신이 지금까지 누려왔거나 가진 것들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하지 않지만 출세나 행복을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과 현실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쪽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가 외국에서 실시됐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 있다면, 그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결혼하겠는가?’라는 것이 연구에서 실시한 질문이었다. 그 결과는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남학생의 3분의 2가 ‘아니요’라고 답했고, 여학생은 3분의 1 이하가 ‘아니요’라고 답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현실적 조건보다는 사랑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언뜻 보면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낭만적 사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이면이다.

결혼은 남녀 불문하고 성인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혼도 남성과 여성이 처한 사회문화적 현실로 인해 남녀가 결혼이라는 동일한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고 결혼 이후에 당면하는 삶의 조건 자체가 매우 다르게 전개된다. 남자들은 결혼하더라도 삶의 조건에서 변화가 별로 없다. 자신이 하던 일을 그대로 할 수 있고, 가족과 떨어져 산 경우에는 식사 준비, 청소 등 집안일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여자들은 다르다. 지금은 그래도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자들은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집을 떠나 남자 집의 며느리로서 자리매김해야 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직장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또한 집안일을 더 떠안아야 하는 여러 가지 생활양식의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남성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여성이 어떤 사람, 즉 누구를 배우자로 만나느냐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고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여성들은 결혼을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양성평등한 사회가 실현된다면, 여성들도 현실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이별을 당하는 비련의 주인공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이러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으로 여자들이 비련의 주인공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그럴까?

미국의 사회학자 커크페트릭과 캐플러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그중 하나가 연인관계의 파탄이었다. 관계가 깨지는 주된 이유로 꼽은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이었으나, 또 다른 사례로 거론된 것이 바로 자신이 사귀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연인관계가 파탄난 경우였다. 어떻게 보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일방적 이별 통보이다. 서로 관심이 없다면야 이별에 대한 슬픔도 크지 않고 짧은 시간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아직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상태에서의 일방적 파탄 결정 통보는 상대방에게 큰 슬픔과 상처가 된다.

이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자신이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옮겨가 연인관계가 깨진 것은 남자 15%, 여자 32%로 여성이 많았다. 질문을 바꿔 연인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옮겨가면서 깨진 경우는 남자 30%, 여자 15%였다.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질문을 했는데 결론은 동일했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에서의 비련의 주인공은 여자들이 아닌 남자들인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앞서 언급한 사회경제적 혹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여성이 처한 삶의 조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만일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반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특히 연인들이 부모의 반대에 직면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쉽게 인정하고 포기할까 아니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더 열렬한 사랑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더 강렬해진다. 이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를 토대로 이들이 양 가문의 반대가 거세면 거셀수록 더욱더 불같이 사랑한다는 점을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Romio & Juliet Effect)’라고 부른다.

이러한 현상은 왜 벌어질까?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로 설명이 가능하다. 누군가와의 사랑은 내가 이미 선택한 것이고 이것을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리석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한다. 즉 반대에 직면한 연인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더 뜨겁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을 더 열렬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행동이나 태도의 원인을 잘못 인식하는 오귀인(誤歸因)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의 결정에 대해 비난하고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정서적으로 화가 나고 그로 인해 강한 생리적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반대함으로써 유발된 감정이자 흥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과 생리적 흥분을 자신이 그 만큼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반대가 격렬해질수록 감정도 격해지고 따라서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연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헤어질 것을 괜스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녀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으로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희롱 행동의 이해와 실제》, 《경력개발과 적응(인적자원관리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경영학에 여성은 없다》가 있다.
  • 2017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