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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비만인 사람이 맛에 더 예민하다

식욕과 다이어트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마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먹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주 바쁠 때 혹은 만사가 귀찮을 때는 먹지 않고 살았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매 끼니 꼬박꼬박 찾아 먹도록 우리를 허기지게 한다. 결국 허기의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먹을 것을 찾게 만든다.

우리가 허기를 느끼는 것은 음식물을 통해 공급되는 에너지인 열량(칼로리)이 소비되면서 열량을 보충하라는 단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고, 또한 식도락가들처럼 누군가는 먹는 것이 일생에서 최고의 즐거움인 경우도 있다. 이렇듯 배고픔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리적 욕구다.

먹는 것과 관련해서 가장 큰 고민은 살이 찌는 것이다. 흔히 비만이라고 부르는데, 이와 관련한 오해 중의 하나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 비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비만 여부는 체중보다는 몸 안의 체지방 비율을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장난삼아 비유하는 부드러운 물살과 단단한 근육이다. 물살은 그만큼 체지방 비율이 높음을 의미한다. 비만인 사람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의 중요한 신체적 차이는 지방세포인데, 일반적으로 비만인 성인은 적정 체중 성인의 3배 이상이 되는 지방세포 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지방세포의 수가 문제인가? 체중이 늘면서 뚱뚱해지는 것은 영양 과다 공급으로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세포 수는 생후 2세 즈음에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모에게 물려받은 체질적 요인과 더불어 갓난아기 때 영양분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 공급될 경우 지방세포 수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어릴 적 지방세포 수가 많아서 소아비만인 아이들은 성인기에도 비만에 상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살이 찌는 것은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기에 세포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비만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께 먹으면 더 먹게 된다


음식을 먹게 되면, 즉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면 에너지의 3분의 2는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신진대사에 쓰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활동이나 운동에 쓰인다. 신진대사 속도는 신체의 다른 조직보다 지방조직에서 더 느리다. 신진대사 속도가 느린 만큼 에너지 소비도 적다. 비만인 사람들이 정상적인 양을 섭취해도 뚱뚱해지는 이유이다.

비만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나머지 에너지 3분의 1이 다 쓰이지 못하고 체내에 남게 되는 것이다. 한편 신진대사 속도는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사람이 갑자기 굶으면 신진대사는 갑작스러운 에너지 공급 중단에 대비하여, 즉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속도를 떨어뜨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굶어도 바로 살이 빠지지 않는(지방세포의 크기가 줄지 않는) 이유다.

신진대사 속도는 우리가 잠을 자는 중에도 느려진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왜 배가 고프지 않을까. 또 동면하는 동물들은 그 긴 겨울 동안 어떻게 먹지 않고 버텨내는 것일까. 낮 시간에 비하면 꽤 긴 시간 동안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바로 신진대사 속도와 관련이 있다. 수면을 취하는 동안 신진대사 속도는 현저하게 느려진다. 저녁식사로 공급된 칼로리를 잠자는 동안 아주 천천히 소비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다이어트에 대한 팁이 하나 나온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저녁 식사를 한 이후 야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만인 사람들의 식습관을 보면 아침에는 아주 조금(살 빼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점심은 보통, 저녁에는 종종 마음이 흔들려 과식을 하거나 야식을 한다. 식습관 순서만 바꿔도 살을 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왜 체중이 증가하는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칼로리 섭취, 칼로리 소비의 문제이다. 칼로리 소비의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하여 소비하면 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칼로리 섭취는 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칼로리의 양은 줄어드는데,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업무상 혹은 잦은 모임으로 술을 포함한 고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할 기회가 많아진다. 쓸 양은 줄어드는데 영양이 과다 공급되니 그 잉여 에너지로 인해 체중이 늘고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져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많이 먹을까?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진 뷔페에 들어갔을 때 만일 손님이 하나도 없고 나 혼자서만 음식을 가져다 먹는다면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을까. 사실 모두 분주하게 음식을 퍼 나르고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하는 뷔페의 분위기는 과식을 유도한다. 이와 관련하여 베리 등(1985)의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아이스크림은 혼자 먹을 때보다는 여럿이 먹을 때 먹는 양이 증가하고, 특히 여성들은 아이스크림의 종류가 한 가지일 때보다 세 가지일 때 더 먹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인간의 먹는 행위가 사회적 행사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른 연구들에서도 사람들은 음식의 수가 다양하고 혼자 먹는 경우보다, 같이 먹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있을 때 음식을 더 먹는다고 보고하였다.


뚱뚱한 아이가 맛있는 자장면 집을 제일 잘 안다


비만인 사람들의 섭식 행동을 보면 일단 많이 먹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맛있을 때와 맛이 없을 때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비만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아이스크림이 맛이 없을 때와 맛있을 때로 나누어 먹는 양을 비교한 결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보통 체중 집단의 경우 맛이 없을 때는 비만 집단보다 조금 더 먹긴 하였지만 맛이 있어도 조금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비만인 사람들은 맛이 없을 때는 거의 먹지 않다가(보통 체중보다 더 적게 먹음) 아이스크림이 맛있을 때는 그 양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비만인 사람들이 맛이라는 단서에 더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전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은 낯선 동네에 가서도 맛집을 찾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 스마트폰의 맛집 찾기 앱을 사용하면 되니까. 그러면 과거에는 어떻게 찾았을까. 학창 시절 친구들이 이삿짐을 날라주면 그 보답으로 자장면을 시켜주었는데 문제는 그 동네에서 자장면을 맛있게 하는 집을 찾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맛있는 자장면 집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나가는 초등학생 중 가장 뚱뚱한 친구에게 물어보면 된다. 신기한 것은 이 어린 친구들이 중국집들의 음식 평가뿐 아니라 식재료도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이기에 그런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닐는지.

과체중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다이어트 포기 직후에 식사량이 폭증(또 다른 예로, 금연자들이 금연 포기 직후 흡연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과 같은 현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상에서 조금 먹어야지 하다가도 맛 혹은 분위기 때문에 그 선이 무너지게 되면 뒤이어 폭식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절식-포기(restraint-release) 상황이라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이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평상시 먹는 간식의 양을 제출하게 하였다. 그러고 난 후 이들이 두 개의 방을 거쳐 가도록 실험을 설계하였다. 첫 번째 방에서는 피험자들에게 평상시 먹는 간식보다 조금 초과해서 먹도록 요구하였다. 두 번째 방은 한편에는 잡지책들이 꽂혀 있고 다른 편에는 뷔페식으로 다양한 간식이 놓여 있었다. 실험의 목적을 위해 설계된 두 번째 방에서 두 집단의 행동은 확연히 달랐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즉 자제를 상실한 마당에 굳이 맛있는 것을 마다할 필요가 있느냐는 듯 훨씬 많은 양의 간식을 먹은 반면, 비다이어트 집단은 자신의 평소 간식 양을 초과한 탓에 더 이상 간식에 손을 대지 않고 잡지만 읽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특히 비만인 사람들, 그로 인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일상에서 자제력이 깨진 경우(너무 맛있어서, 친구들의 압력, 허기를 참지 못해 음식에 손이 가 결심이 무너진 상황), 그 이후 음식 섭취량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맛이나 주위 사람들의 압력 이외에 평상시보다 칼로리를 더 섭취하도록 자제력을 쉽게 무장해제 시키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로 불안과 스트레스, 그리고 알코올이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어떻게 섭식행동과 관련이 있을까? 음식물 섭취와 관련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흥분할 때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어릴 적 양육자들의 양육행동과도 관련이 있다.

갓난아기들은 아직 말을 배우지 못한 관계로 자신의 의사를 미소나 울음으로 전달한다. 아기가 우는 이유는 배고파서, 응가를 하여 불편해서, 날이 더워서 등등 다양하다. 따라서 양육자는 아기가 왜 우는지를 잘 살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어야 하는데, 종종 이 모든 것을 배가 고파서 운다고 생각하여 젖병을 물려준다. 이에 아기는 먹는 즐거움이 불편함을 압도하여 울음을 그치고 더 이상 칭얼대지 않는다(울다가도 부모가 손에 들려준 아이스크림을 빨면서 억지로 울음을 참아내려는 아이의 모습을 보라).

그러다 보니 아기를 달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젖병을 물리거나, 좀 더 커서는 맛있는 먹을거리를 주는데, 이것은 나중에 과다 섭식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커가면서 배고픔과 불안감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것을 음식을 요구하는 단서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음식의 달콤함이 아이의 불안과 고통을 잠재웠기에 커가면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가 잘 구분되지 않아 과식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결국 비만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욕구에 민감하고 세심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여 해결해주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특정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왜?


음식이라면 가리는 것이 없는데 유독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먹성 좋기로 소문난 친구가 유독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네가 못 먹는 것도 다 있냐며 놀린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과거에 그 음식을 먹었다가 심하게 혼이 났거나 탈이 났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의 학습(행동변화)들은 여러 번의 반복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음식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경험은 단 한 번만으로도 학습이 된다는 특징이 있다. 왜 그럴까? 자연생태계에서 음식(먹이)은 한 번 잘못 먹을 경우 그 부작용으로 엄청난 고생을 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음식과 관련된 단 한 번의 나쁜 경험은 평생을 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떤 음식을 먹은 후 구토나 복통 같은 불쾌함을 강력하게 경험할 경우 이후부터 그 음식을 먹지 않게 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 미각 혐오학습)라고 한다. 이러한 가르시아 효과는 비만인 친구들조차 먹지 못하는 음식이 하나 정도는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해준다.

우리는 이 지면을 통해서 사람들이 살이 찌는 이유가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살을 빼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과 활동을 통해서 칼로리를 소비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에는 수고(어떤 이는 고통)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편하게 살을 빼기 위하여 손쉬운 방법으로 식욕억제제와 같은 약물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방법들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떨어진다. 장기간 체중 조절이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식사 조절과 운동을 습관화하는 행동요법이다. 이 방법들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따라야 한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항상 고통과 노력이 뒤따른다. 이러한 수고로움 없이 쉽게 얻은 결과는 그만큼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김정인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으로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희롱 행동의 이해와 실제》 《경력개발과 적응(인적자원관리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경영학에 여성은 없다》가 있다.
  •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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