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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관객 700만 시대]
그라운드 위에 새겨진 인간 드라마

글 : 김용 스포츠조선 기자  / 사진 : 조선DB 

야구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야구는 종종 인생의 희로애락을 가장 잘 표현하는 스포츠에 비유되기도 한다.

〈topclass〉는 11월 특집으로 2014년 프로야구를 돌아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2014년 프로야구 시즌 동안 화제를 모은 감독과 선수, 에피소드를 살펴보고 프로야구를 즐기다가 야구 콘텐츠 제작회사를 차린 열혈 팬, 야구를 ‘삶의 에너지’로 삼고 있는 소시민들의 사연을 모았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드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프로야구가 왜 삶에 비유되는지 알 것 같았다.



2014 시즌 프로야구는 다사다난했다.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던 치열한 순위 싸움은 기본,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들의 활약과 사건, 사고 등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기태-양상문 감독에 울고 웃은 LG


2014 시즌 개막 직후, 프로야구판에 대형 폭탄이 터졌다. 4월 23일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던 대구구장.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30분이 다 됐는데, LG 김기태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김 감독 없이 경기가 치러졌고, 경기 종료 후 곧바로 김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충격적인 일. 이날 경기 전까지 17경기 4승1무12패 최하위를 기록하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LG였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사퇴 카드였다. 구단은 김 감독이 다시 현장에 복귀하도록 설득한다고 했지만, 김 감독의 결심은 확고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돌이키며 “내가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팀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연히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LG는 5월 11일 양상문 신임 감독을 선임하기 전까지 감독 없이 시즌을 치렀다.

그렇게 양 감독이 시즌 도중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양 감독은 화끈한 김 감독의 스타일과 달리, 차분하게 팀을 정비하는 유형의 감독이었다. 어려움에 빠진 팀을 한순간 바꾸려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조금씩 변화를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감독부터 스스로 조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LG는 무더운 여름, 더욱 뜨거운 시간을 보내며 상승하기 시작했고,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4위 자리를 꿰찼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사욕을 버리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김 감독과 위기에 빠진 팀을 잘 추슬러 정상 궤도에 올린 양 감독에 의해 LG는 최악의 시즌을 면하며 인기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시즌 막판 양 감독을 찾아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자신이 잘 이끌지 못한 팀을 잘 이끌어준 선배 감독에 대한 예의의 표시였다.


프로야구 물 흐린 문제의 외국인 선수들


2014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각 팀은 2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경기당 1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었는데, 올 시즌부터 3명 보유, 2명 출전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특히 3명 모두 투수 혹은 타자로 통일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최근 보기 힘들던 외국인 타자 선수들이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 선보이게 됐다. 시원한 타격 능력을 갖춘 외국인 거포들의 가세로 올 시즌 프로야구는 한층 더 흥미로울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실망이 더 컸다. 흔한 말로 ‘역대급’ 사고를 친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먼저 희대의 ‘먹튀’ 스캇(SK 와이번스). 스캇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던 강타자로, 스캇이 한국 무대에 온다고 했을 때 대부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레벨이 높은 선수가 입단하기에 구단과 팬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스캇은 시즌 초반 잠깐 활약하더니, 여기저기 아프다는 핑계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많은 돈을 받고 아프다는 핑계로 경기에 나가지 않으니 감독과 구단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 스캇이 몸을 사리며 다음 시즌 더 좋은 계약을 끌어낼 궁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스캇은 경기 전 훈련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이만수 감독을 비난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용납할 수 없는 한국 정서상 스캇은 곧바로 퇴출됐다. 33경기 출전,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스캇뿐 아니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야심차게 영입한 히메네스도 시즌 막판 무릎 부상을 이유로 경기 출전을 거부했다. 마침 구단이 히메네스를 방출할 수 없는 규약이 적용되는 날짜가 되자마자 드러누워 팬들을 분노케 했다. 히메네스는 75경기 14홈런 58타점으로 스캇보다는 나았지만, 팀이 치열한 4위 싸움을 하던 시즌 막판 경기에 나서지 않았기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한국 무대 2년차인 NC 다이노스 투수 찰리는 경기 도중 심판에게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 사람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격한 욕이었다. 지난해 모범생 이미지로 좋은 활약을 하며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 높아진 위상으로 팀 내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많이 저질렀다는 후문이다.

물론, 밴 헤켄(넥센 히어로즈) 나바로(삼성 라이온즈) 테임즈(NC 다이노스) 등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실력과 인성 부분 모두에서 인정받은 외국인 선수도 많았다.


김광현-강정호 메이저리그 진출할까?


한국 야구팬들은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주축 투수로 뛰고 있는 류현진의 활약을 지켜보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류현진 말고도 다른 선수들의 활약에 기뻐할 수 있을까. 미국 진출 유력 후보 2명은 바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로 성장한 김광현(SK 와이번스)과 강정호(넥센 히어로즈)다.

2014 시즌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찾아 두 사람의 활약을 면밀히 체크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좌완 파워피처, 그리고 장타력을 보유한 젊은 유격수. 두 사람은 야구 선진국에서 봐도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전문가들도 “당장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광현은 2008 시즌 16승을 시작으로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어깨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 시즌과 올 시즌 2년 연속 다시 10승 고지를 돌파하며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

2009 시즌 23홈런을 때려내며 장타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강정호는 2012 시즌 25홈런, 2013 시즌 22홈런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전까지 38홈런을 때려내며 프로야구 역대 유격수 최다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두 사람은 아직 자유계약 신분이 아니다. 한국 무대에서 7시즌을 치렀고, 소속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또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두 사람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포스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두 사람에 대한 포스팅 입찰 금액을 가장 높게 써낸 구단이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진출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김광현은 “더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은 것은 모든 선수의 꿈”이라고 밝혔다. 강정호 역시 마찬가지. 단, 최종 계약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조심스러운 두 사람이다.


국내용 오명 벗은 류중일 감독

류중일 감독.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끈 명장 류중일 감독. 하지만 단 하나 아쉬운 타이틀이 있었다. 바로 ‘국내용 감독’이라는 타이틀이었다.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3연패를 이끌며 모든 것을 다 이룬 감독처럼 보였지만,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고배를 들어야 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에 뜻밖의 패배를 당하며 예선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2012년, 2013년 아시아 시리즈에서도 삼성 선수단을 이끌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단순히 ‘국내용’이라는 칭호 때문에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장기적인 리그전엔 강하지만 국제경기의 토너먼트엔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녀 류 감독을 괴롭혔다.

때문에 류 감독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사활을 걸었다. “내 명예 회복을 위해 무조건 우승하겠다. 병역 혜택 등은 고려하지 않겠다. 무조건 최고 선수들을 뽑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7월 말 24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했을 때 13명의 군미필 선수가 뽑혔다. 일부 선수의 경우 팬들로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류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다.

경쟁 국가들의 전력이 한국 팀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였지만, 단기전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몰랐다. 특히 대만과의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지만 뚝심으로 경기 막판 극적인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특히 1번 민병헌(두산 베어스)-3번 김현수(두산 베어스)의 타순을 대회 내내 가동한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결승전에 주효하며 금메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기전에서도 류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 금메달로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젊은 주역 13인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자신들을 선발해주고, 적시적소에 기용해 금메달을 안겨준 류 감독에게 이 13인은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류 감독은 결승전 종료 후 “오늘 졌으면 인천 앞바다에 빠져 죽으려 했다”는 농담으로 얼마나 큰 긴장감 속에 아시안게임을 치렀는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한 류 감독이 ‘국내용’이라는 오명에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류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확실히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이제 남은 건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대기록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프로야구 최고 명장 반열에 오르게 된다.
  •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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