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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 쇼호스트

진정성과 입담으로 완판에 도전하는 쇼호스트

글 : 이경후 인턴기자(연세대 4)  / 사진 : 김선아 

쇼호스트(Show host)는 국내에서 1995년 홈쇼핑 채널이 출범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그사이 홈쇼핑 채널이 2개에서 6개(GS샵·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쇼핑)로 늘면서 현재 활동 중인 쇼호스트는 약 200명에 이른다. 1995년 첫해 34억원에 불과했던 홈쇼핑 매출액은 2013년 8조7800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능력 있는 쇼호스트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쇼호스트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홈쇼핑 방송에서 쉬지 않고 고객을 설득하는 게 주요 업무다. 특히 대본 없이 1시간 이상 진행해야 하는 방송 특성상 쇼호스트는 언변, 노하우, 판단력, 순발력 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실시간으로 매출 상황을 확인하고 고객 반응에 따라 즉각적인 대처도 해야 한다.

상품 분야별로 쇼호스트의 방송 진행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를 판매할 땐 사용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냉장고의 경우 브랜드의 신뢰도, 조건, AS를 잘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식이다. 쇼호스트 개인의 진행 능력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는 이유다. 쇼호스트는 보통 1년 단위로 개인의 능력을 반영해 계약한다. 계약조건은 회사마다 다양화되는 추세다. 스타급 쇼호스트의 경우 억대 연봉과 유명세를 자랑한다.

쇼호스트는 상품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방송 전반에 참여한다. 회의는 주로 사전 회의, 방송 직전 회의, 방송 후 회의로 이뤄진다. 사전 회의에서는 MD(merchandiser·상품기획자)가 방송될 상품의 특징에 대해 PD와 쇼호스트에게 설명한다. 이때 쇼호스트는 상품을 직접 사용해보면서 방송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의견을 낸다. “최근 유행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을 대비해 유행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자”거나 “여름 신상품이니 여름 분위기를 내기 위해 벽을 흰색으로 하자” 같은 의견이 오간다. 생소한 상품인 경우 회의가 3시간 이상 이어지기도 하며, 이후에도 수차례 진행된다. 방송 직전 회의는 보통 방송 1시간 전 연출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다. 방송 후 회의는 방송을 되짚어보며 잘된 점과 미흡했던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더불어 꾸준히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에게 알려줄 정보를 준비한다. 경력이 오래된 쇼호스트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느끼는 이유다. 주로 휴일이나 방송이 끝난 후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잡지를 구독하거나 백화점에 들른다.

쇼호스트가 되는 방법은 각 홈쇼핑 방송국별 공채에 응시하는 것이다. 열정이 있고, 쉬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전공은 무관하지만 상품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면 유리하다. 쇼호스트 전문 학원 등에 다니는 것은 특채 등의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쇼호스트는 방송에서 보이는 화려한 모습과 달리 생활이 불규칙하다. 주 단위로 방송이 새롭게 편성되므로 1주일 뒤 일정을 계획할 수 없다. 유행이 즉각적으로 반영되기도 하기 때문에 불규칙한 편성이 이뤄지기도 한다. 갑자기 방송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어 365일 대기하는 셈이다. 때때로 매출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자신이 진행한 상품에 문제가 생길 땐 구설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방송해야 하는 이유다.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자신의 방송 진행을 통해 어려웠던 중소기업이 되살아나는 경우다. 방송 덕분에 필요했던 상품을 쓰게 된 고객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직업만의 보람이다.



쇼호스트 임세영


〈topclass〉는 지난 한 해동안 홈쇼핑 생방송에 361회 출연하는 등 맹활약을 펼친 CJ오쇼핑 임세영 쇼호스트를 만났다. 그는 원래 CJ오쇼핑 PD로 입사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쇼호스트로 전향했다. 험한 길로 보였지만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2300억원의 총매출을 올려 스타급 쇼호스트로서 면모를 자랑했다. 경력도 이제 13년차인 베테랑이다.

스타 쇼호스트의 일상
스타 쇼호스트의 생활은 바빠 보였다. 홍콩에서 상품 모델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후 곧장 방송을 시작했을 정도였다. 그를 만난 날도 오전 방송이 끝난 후 회의 시간과 저녁 방송 사이 두 시간만 허락됐다. 늘씬한 키, 세련된 외모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솜씨에 천생 쇼호스트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아침 메인 시간인 오전 8시 15분에 홈쇼핑 생방송이 진행된다.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15분에 출근한다. 회사에 도착해 메이크업과 회의를 하고, 생방송을 진행한다. 두 시간 방송이 끝난 뒤 10시 30분에 회의를 진행하고, 12시에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다른 평일의 경우 오후 방송이 없으면 퇴근한다. 목요일 오후엔 다음 주 방송 일정이 공지된다. 다음 주 계획은 대부분 이때 결정된다. 방송 회의할 내용과 시각을 관계자와 약속한다. 다음 주 계획도 불규칙하다. 전날 야간 방송과 당일 오전 방송이 잡혀 있는 날은 취침 시간이 부족하다. 이럴 때는 낮시간에 틈틈이 잠을 자거나 오후 방송이 없을 때는 시장조사를 계획한다.

주말은 일하는 날
홈쇼핑은 주말에 가장 많이 이뤄진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비교적 한적한 주말에 홈쇼핑을 시청하며 쇼핑하는 것이다. 특히 주말 드라마와 인기 프로그램이 끝난 시각에 시청률이 제일 높다. 스타급 쇼호스트인 그는 주말이 특히 바쁘다. 평균 주말에 5~6개의 방송을 진행한다. 그만큼 매출액이 크고 보람도 큰 편이다.
주말에 방송을 많이 하기 때문에 보통 월요일은 쉰다. 오전엔 시장조사를 나가기도 한다. 백화점이나 아웃렛, 마트 등 사람들이 쇼핑할 때 자주 가는 곳을 주로 찾는다. 백화점을 자주 가지만 그는 백화점 카드가 한 개도 없다. 쇼핑하러 가는 게 아니라 가격표를 확인하고, 어떤 상품이 잘나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오후엔 다음 날 방송할 상품에 어울리는 옷을 골라 쇼핑백에 싸놓는다.


전직 PD에서 쇼호스트로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임세영씨는 대학교 4학년이던 2000년 7월 CJ오쇼핑 PD 직군으로 입사했다. 그는 이 시기를 “깊은 고민 없이 남들이 사는 방식대로 살았다”고 했다. PD로 일하며 쇼호스트란 직업에 매력을 느낀 그는 “내가 하면 적어도 다른 방식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퇴사 후 CJ오쇼핑 쇼호스트 공채에 지원해 합격했다. 2002년 1월 쇼호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PD와 MD가 꼽은 베스트 쇼호스트’로 불리는데, 과거 PD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타인을 배려하거나 방송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도 도움이 된다.

패션 상품 전문
현재 그는 패션 상품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방송할 때는 쇼호스트로서 예쁘게 나오는 것보단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깔끔하고 촌스럽지 않으면서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울 만한 차림을 하는 이유다. ‘어? 저 사람도 저렇게 입었네. 나도 저렇게 입어볼까?’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옷장에 있는 옷을 가져와 홈쇼핑 상품과 함께 연출하고 고객에게 상품 정보를 알린다. 검정 바지, 검정 스커트, 흰 스커트, 검정 재킷 등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을 만한 것들이다. 방송 출연용 의상이 아니어서 의상실에서 찾기도 힘들다.
소비자가 항상 고민하는 것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그만의 설득법이다. 이 상품을 왜 사야 하는지, 오늘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다. 그렇다면 마음에 안 드는 상품을 팔 때는 어떻게 말할까. 그 상품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맞춤식 설명을 한다. “재킷이 꽉 끼면 날씬한 사람만 좋아해요.” 이런 식이다.


사명감
쇼호스트란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거짓말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사명감이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상품을 어필하자”고 다짐했다. 좋은 제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거나 어려웠던 중소기업이 방송을 통해 회생하는 것을 볼 때면 뿌듯하다. 털털한 성격에다 나름대로 원칙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상품이 잘 안 팔려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는 쇼호스트로서 앞으로 몇 년간은 활발하게 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훗날 되돌아봤을 때 정말 열정을 다해 살았다고 보람을 느끼고 싶단다. 그 후엔 자신처럼 열심히 일할 후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 “그때쯤이면 다른 느낌으로 일하고 싶어요. 제 색깔과 존재감이 있어서 고객이 저를 원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마디로 세상에서 쇼호스트란 직업을 제일 오래 하는 게 목표입니다.”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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