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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기자의 서울시민청 1일 체험기

남녀노소 오가며 소통하는 공간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2013년 1월 12일 개관한 시민청이 1주년을 맞았다. 시민청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민(市民)을 위한 공간이다. 여기에서 청은 ‘관청 청(廳)’이 아닌 ‘들을 청(聽)’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관식에서 “시민청은 쌍방향 소통과 경청의 공간이자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생활마당”이라고 밝히며 “서울시민들의 재미있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년여가 흐른 지금, 그 공간은 어떤 모습, 어떤 소리, 어떤 느낌으로 채워졌을까?
1호선 시청역 4번 출구. 리모델링이 한창인 탓에 다소 혼란스러운 역사를 빠져나오면 바로 서울시민청이 보인다. 입구 왼쪽에는 우산들이 떠 있고, 그 사이사이로 햇살이 비춘다. 푸른 하늘과 우산이 제법 잘 어울린다.

시민청 안으로 들어서니 이내 온기가 몸을 감싸고 추운 날씨에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펴진다. 주말이어서인지 시끌벅적하다. 시민청은 지하1・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하1층의 중심은 단연 활짝라운지다. 빨강・노랑・초록・파랑 색깔을 차례로 입힌 라운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막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머리칼이 흰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포스터를 보니 활력콘서트가 진행 중이다. 무대에선 두 남녀가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경쾌하고 신나는 분위기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선율에 몸이 절로 움직인다.


연주자들 옆에선 광대가 풍선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풍선에 숨을 훅훅 불어넣고는 몇 번 꼬더니 하늘을 나는 빗자루와 꽃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번쩍 들고, 광대는 한명 한명에게 풍선을 선물한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라운지 벽에는 지암 오태갑 화백의 <아리랑 사람들>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그림들이 흡사 셜록홈즈 시리즈 중 유명한 단편인 <춤추는 사람 그림>과 닮았다. 사람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이내 로큰롤로 바뀐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림이 무척이나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운지 맞은편에는 가판대가 쭉 들어서 있다. 원래는 빈 공간이지만 이날은 한마음살림장이 열려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민예술가’라는 타이틀을 내건 사람들이 손수 제작한 액세서리부터 소이캔들, 가죽공예, 그릇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구경하다가 때밀이로 만든 지갑을 보고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이 지갑으로도 때를 밀 수 있을까?’


시민청 곳곳에서는 작은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이다. 한 아이가 카드를 쓰고 있어서 다가가보니 옆에 ‘Time Letter’라고 적힌 빨간 우체통이 있었다. 미래에 보내는 편지. 뭐라고 적었는지 물어봤다. 아이는 “비밀”이라고 말하곤 카드를 우체통에 집어넣더니 후다닥 도망가버린다. 나도 카드를 쓸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아주머니 한 분이 불러세운다. 화이트보드를 들고 있을 테니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한다. 보드에는 “2013년 12월 29일. 시민청 마지막 근무하는 날.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시청・시민청 근무하시는 분들 건강하시고 늘 행복만땅”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9개월 동안 시민청에서 안내봉사를 해왔는데, 오늘 일이 끝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시민문화공간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나중에는 시민 자격으로 콘서트 보러 와야죠!”

좀 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보니 갤러리에서는 <사람과 사람들>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사진전으로, 한장 한장에서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어머니와 거칠어진 노동자의 손을 보니 괜스레 용기를 얻는 기분이다. 특히 사진기를 똑바로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희망이 보인다. 30년대 절망에 젖어 있던 이들도 이 희망을 보고 힘을 냈으리라.


갤러리 밖에는 아이들이 떼로 모여 있다. 테이블을 점령하고 모니터에 자기 얼굴, 고양이, 자동차 등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형 스크린에 바로 비치는 아이들의 그림을 지켜보는데, 그 사이에서 그림을 그리던 20대 청년이 갑자기 손을 멈춘다. 옆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자리를 비켜준다. 아이가 밝은 미소를 띠자 멋쩍게 웃고는 사라졌다.

지하2층은 꽤 한적하다. 결혼식이 열리는 태평홀이나 공연계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바스락홀 모두 조용하다. ‘아직 프로그램을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가?’ 돌아가려던 찰나,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시민대학이 진행 중이다. <서울, 건축으로 읽다>.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가 강사로 나서 서울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6주차 수업을 마무리하는 날 그가 꺼낸 최종 주제는 ‘광장’이었다.


서울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광장은 바로 서울광장이다. 광화문광장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지만, 양옆으로 차량이 달리는 형태의 ‘넓은 중앙분리대’는 광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서울광장은 비어 있다. 아무것도 없는 진짜 ‘광장’이다.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공간. 노동자들이 단결투쟁을 외치기도 하고,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며 단체 김장을 하기도 하며, 겨울이면 스케이팅장으로 변해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다.

구본준 기자는 광장은 도시에서 시민이 서로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역설했다.


2013년 10월 시민청은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접근성이 편리한 것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것도 모두 이유가 되지만,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비워둠’의 미학이 아닐까 싶다.

지상1층의 서울광장이 그렇듯, 지하1층의 시민청은 빈 공간이다. 그 여백을 채우는 것은 시민에게 달려 있다. 지난 1년 동안 시민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그 공간을 채웠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갈 곳 없는 대학생들을 위한 동아리 회의 장소, 초등학생을 위한 다양한 체험학습장, 연인을 위한 데이트 코스,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공간 등 시민청은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했다.

시민청은 그렇게 ‘광장’이 되었다. ‘사람’이 모여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곳. 시민청이 앞으로도 훌륭한 광장으로 남길 기대한다.
  • 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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