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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삼탄아트마인

폐탄광, 문화예술을 캐는 광산이 되다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도균 

사진제공 : 삼탄아트마인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대신, 원형을 유지하되 변화를 추구하는 ‘재생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강원도 정선의 폐탄광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시킨 삼탄아트마인이 좋은 예다. 2013년 5월 문을 연 삼탄아트마인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공공디자인 개념을 넘어 공공디자인이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녹인 선도적인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2013 공공디자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삼탄아트마인의 원래 명칭은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1962년부터 2001년까지 40년간 석탄을 캐올리던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민영 탄광이었다. 전성기였던 1980년대 중반만 해도 3000명이 넘는 광부가 이곳에서 일했고, 채탄량은 연간 150만t에 달했다. 그러나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폐광되었고, 이후 10년간 방치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탄광은 급속히 황폐해졌다. 공포영화의 무대로나 어울릴 법한 이 을씨년스러운 공간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기로 결심한 사람은 김민석 대표였다. 전시기획 전문회사인 솔로몬의 대표이자 34년간 150개국을 누비며 각국의 진귀한 예술품을 수집해온 컬렉터인 그는 모두 고개를 젓는 이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일찍이 여러 나라를 다니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폐허가 된 공업단지와 폐광시설이 훌륭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활용되는 사례를 자주 접한 덕분이었다.

김민석 대표(왼쪽)와 김진만 전무.
마침 정선군이 삼탄폐광시설 재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솔로몬을 이끌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광주비엔날레, 인천세계도시축전 등의 국제적인 행사에서 전시 기획과 운영을 맡은 경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사업비는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한 특별기금’에서 지원받았다.


그는 삼탄아트마인을 만들며 독일의 졸페라인 탄광을 벤치마킹했다. 폐탄광이었던 졸페라인은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독일 서부 에센 지역의 명소다.

유네스코 산업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가 하면 졸페라인으로 인해 유명 예술대학이 에센으로 옮겨왔고, 에센이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삼탄아트마인을 졸페라인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의 ‘흔적’이 현대미술과 만나 새롭게 ‘소생’하는 공간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의 줄임말인 삼탄(Samtan)에 예술(Art)과 광산(Mine)을 합친 이름으로 ‘문화예술을 캐는 광산’이라는 뜻이다. 4만9000m²(1만4800평)의 너른 부지에 흩어져 있던 각각의 건물들은 낡고 빛바랜 옛 모습을 보존하는 한편,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사무동으로 쓰던 4층짜리 건물엔 갤러리, 역사관, 작가 레지던시 스튜디오, 예술체험관 등이 들어섰다. 작가들이 장기간 머물며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15개의 방은 각각 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의 ‘테마 룸’으로 꾸며졌다.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는 모든 좌석을 창 쪽으로 배치해 사철 달라지는 함백산의 풍경을 아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탄광시절의 서류와 장비 등을 전시한 삼탄역사자료실에서는 당시 광부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흔적과 소생’이라 이름 붙인 이곳에서는 과거의 ‘흔적’들이 현대미술과 만나 새롭게 ‘소생’한다. 광부들이 석탄 먼지를 씻어내던 샤워실엔 수도꼭지마다 엑스선 사진이 처연하게 걸려 있다. 진폐증 검사를 위해 촬영한 광부들의 폐사진으로, 그들의 힘들었던 삶을 대변하는 설치작품이다.

복도를 따라가면 지하 600m 수직 갱도로 들어가는 조차장에 이른다. 광부들이 ‘죽음의 문’이라고 불렀던 곳, 때론 삶과 죽음이 허망하게 갈린 그곳에는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기차가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서 있고, 탄차와 선로·업무 상황판 등 당시의 분주한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특별히 꾸미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박물관이다.

장비를 고치던 정비공장은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공장이었던 곳이라 층고가 무척 높고, 정비기기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레스토랑 옆 수평갱도는 와인 저장고가 되었다. 김 대표가 모은 약 10만 점에 이르는 원시미술품을 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감성 충전 문화예술 놀이터로 만들 것


폐광 이후 인적이 끊겼던 이곳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인다. 예술이, 죽은 땅에 생명을 불어넣은 덕분이다. 개관 이후 삼탄아트마인을 다녀간 사람은 2만여 명. 블로거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삼탄아트마인의 김진만 전무는 “삼탄아트마인은 건물뿐만 아니라 폐품까지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흔히 볼 수 없는 미술품까지 전시된 복합적인 문화예술공간”이라며, “세계에 내놓을 만한 자랑스러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외교관인 김 전무는 페루 영사로 재직하던 1998년, 당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준비하던 김민석 대표의 <마야·잉카문명전> 준비를 도와준 것이 인연이 돼 정년퇴임 직후인 2013년 7월 삼탄아트마인에 합류했다. ‘문화예술 광부’를 자처한 김민석 대표와 김진만 전무는 삼탄아트마인을 “현대인의 감성 충전을 위한 문화예술 놀이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박물관과 극장도 들일 예정이고, 봄이 오기 전 대대적인 정비도 마칠 계획이다.


삼탄아트마인을 뒤로하고 서울로 오는 길, 흉물스러운 기차역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바꾼 프랑스의 오르셰, 버려진 발전소를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로 변신시킨 영국의 테이트모던 같은 재생 문화공간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 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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