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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젓가락 갤러리 ‘저 집’ 문 연 박연옥 대표

젓가락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만들겠습니다

글 : 천수림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 하지영 

서울 부암동에 국내 최초의 젓가락 갤러리 ‘저 집’이 문을 열었다. 늘 쓰는 생활용품으로만 여기던 ‘젓가락’을 문화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반기는 이가 많다. 젓가락 갤러리 ‘저 집’에서 박연옥 대표를 만났다.
젓가락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말해줄 수 있을까? 콰이즈(筷子)로 불리는 중국의 젓가락 문화는 상나라(B.C. 1600~1046)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서양에서 일본 하면 스시와 함께 젓가락을 떠올리는 것을 볼 때 답은 ‘그렇다’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젓가락이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제 그 편견을 깨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암동에 수줍은 듯 앉아 있는 20여 평 규모의 국내 최초 젓가락 갤러리인 ‘저 집’이 그곳이다.

‘저 집’에서 ‘저(箸)’는 젓가락이란 뜻 외에 ‘나’를 낮추어 말할 때 사용하는 ‘저’의 의미도 중첩되어 있다. 2013년 9월 11일 문을 열었는데, 우연히 서울시가 선정한 ‘숟가락젓가락데이’도 9월 11일이었다.


‘저 집’이 자리 잡고 있는 부암동은 1970~80년대 분위기가 남아 있어 흑백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부암동이라는 지리적인 조건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저 집’은 아이보리색 외관이 인왕산 자락 그리고 고즈넉한 동네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 베이스(studio VASE) 전범진 소장은 ‘저 집’을 계획할 때 박연옥 대표에게 그림 한 장과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부암동은 어수룩하고도 낡은 듯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였어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아니면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 같은 게 특징이라고 생각해 ‘수줍게’ 앉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연옥 대표께는 물안개가 피어 있는 동양화와 부암동의 컬러 사진을 흑백으로 인화해 보여드렸어요. 그 느낌은 ‘저 집’에서 창문에 드리운 흰색 패브릭 사이로 내다보이는 모노톤 풍경에서 나타납니다. 밤이면 반대로 내부의 불빛이 밖으로 드러나는 반전도 있습니다.”

‘저 집’은 주변부보다 지반이 낮아 계단을 조금 내려가야 입구가 나타난다. 길에서 보면 땅 밑에서 지붕이 솟아오른 것 같다. 먹빛 벽은 떨어져서 보면 패브릭이나 돌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직접 먹물을 들인 한지를 붙인 것이다. 해주식・나주식 등 다양한 형태의 소반을 붙여 진열한 것은 젓가락이 놓이는 한국의 밥상문화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저 집’에 들어가면 천장 위 구름 오브제와 마치 연못에 떠 있는 듯 연잎처럼 보이는 소반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위에 놓인 젓가락은 원주에 있는 옻칠 장인들과 협업으로 만든 것들이다.

스튜디오베이스와 협업한 천장의 구름 오브제는 금속작가 한송준씨의 작품으로, 3.5m 크기로 일일이 대나무 빗을 꽂아 완성한 것이다. 중앙에 놓여 있는 연잎 소반의 철사 다리도 한송준씨가 만들었다.

“한국 하면 젓가락을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또 젓가락을 통해 한국의 식탁문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책갈피를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는 ‘굿윌’의 대표이기도 한 박연옥씨는 해외출장이 잦았다. 그는 외국에 나갈 때마다 책갈피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선보이고 싶어 꿈을 키우게 되었다. 해외 바이어들을 집으로 식사 초대하는 일이 잦은 그는 원래 우리 고유의 상차림에도 관심이 많았다. 여기에 10여 년 전 그림과 도자기를 판매하는 아트숍을 운영했던 경험까지 보태져 ‘젓가락의 문화상품화’라는 길을 가게 되었다. 어느 날 상을 차리다가 ‘어? 왜 젓가락을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젓가락에 미래를 걸어보자 싶었다고 한다.

“‘저 집’을 준비한 것은 3년 전부터입니다. 몇 개월을 젓가락만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그동안 잊고 있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어요. 제 고향이 원주시 개운동인데, 우리 집 건너편에 젓가락 공장이 있었어요. 젓가락뿐 아니라 성냥과 이쑤시개도 만드는 곳이었지요. 젓가락이 차례차례 만들어져 나오던 모습, 그때 느꼈던 나무 향도 떠올랐어요. 원주가 한지와 뽕나무・옻이 유명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어릴 적 옻이 올라 고생할 때 가려움증을 달래주려고 아버지가 싸리비로 쓸어주시던 일도 떠올랐어요.”

그는 다양한 디자인의 젓가락을 개발하면서 옻칠과 나전으로 화사함을 더하고 있다. 옻칠과 나전은 원주와 전주의 장인들에게 주로 의뢰하는데, ‘저 집’에는 장인들이 만든 젓가락, 젓가락 모형, 장인과 협업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여러 공정을 거친 정교한 작품들이다. 젓가락 외에 수저와 수저받침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해서 젓가락을 생활 속의 예술품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어요.”


‘저 집’의 젓가락은 국립중앙박물관 아트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저 집’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설명서도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일어・러시아어 등으로 다양화했다. 갤러리 출입문에는 ‘수복강녕(壽福康寧)’ ‘부귀다남(富貴多男)’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세계에 우리를 보여줄 수 있는 ‘한 스타일’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 또한 ‘저 집’만의 고유성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젓가락 관련 이야기도 전하고 싶습니다. 식기세척기에 들어가도 안전한 젓가락 등 기술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겠지요. 할 일이 많습니다.”

‘저 집’의 문을 여는 날, 집으로 부엉이가 날아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혜와 부귀를 상징하는 부엉이의 방문처럼 ‘운이 좋아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운은 보이지 않은 노력에 대한 결과가 아닐까. 중국의 한 젓가락 회사는 벌써 ‘저 집’의 젓가락 디자인을 사고 싶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주문을 해왔다.

‘저 집’에서 ‘저(箸)’는 ‘젓가락, 음식을 집어 먹기 위해 나무나 금속으로 만든 한 쌍의 막대기’라는 사전적인 의미가 있다. 그는 그 의미 위에 풍부한 ‘문화적 의미’를 보태는 중이다.
  •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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