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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일간 함께 백두대간 종주한 20대와 40대, 60대
‘오리날다’

백두대간 종주가 내 삶의 마루금(분수령)이 되다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김선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정기의 상징이다. 신성하면서도 위엄 있다. 그 백두대간을 종주하기 위해 20대와 40대, 60대가 뭉쳤다. 장정우(45), 강우상(28), 김윤미(27), 김지아(23), 김종국(67) 전병덕(67),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완주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오리’라 불렀고, 체리필터의 노래가사처럼 “저 하늘 멋진 별”을 꿈꾸며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날아올랐다.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613km에 이르는 대장정을 51일 동안 종주했다. 백두대간 종주대 ‘오리날다’, 그들의 비행이 궁금했다.
왼쪽부터 김윤미·장정우·김지아·강우상.
종주가 시작된 것은 멤버 중 가장 어린 김지아씨로부터였다. 그는 자유여행 패스인 내일로 티켓으로 여행하던 중 우연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책 《희망을 걷다》를 읽었다. 박 시장이 시장선거에 출마하기 전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었는데, 그게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제가 살아온 여정을 가만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2년 전 박 시장과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석락희 단장에게 무작정 문자를 보냈다.

비슷한 시기 강우상과 김윤미씨 커플은 미국에서 인턴십을 마치고 귀국했다. 취업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둘은 우연히 박 시장의 북 콘서트에 참가했다. 그가 누군지도, 그의 책이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김지아씨가 그랬듯 박 시장의 산행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가고 싶었고, 꼭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던 중 우연히 석 단장의 연락처를 손에 쥐었다. 전화를 걸었다.


장정우씨는 목동마라톤클럽을 통해 이미 석 단장과 안면이 있었다. 올해 초 귀농을 시도했다 서울로 돌아오게 된 후 생각이 복잡했다. 그때 카카오스토리에서 백두대간 연속종주 멤버 모집 공고를 보았다. 보급대가 따로 꾸려지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걸으면 되는 것이라 구미가 당겼다. 회사 일 때문에 고민스러웠지만 단순하게 생각했다. “가면 좋겠지? 좋으면 해야지!” 그는 댓글을 남겼다.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네 사람. 석락희 단장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강산애’ 산악회 회장인 그는 많은 사람이 백두대간 종주를 했으면 싶었고, 종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적극 지원하고 싶었다. 그가 단장이 되어 ‘오리날다’를 꾸렸고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는 종주대에 산행장비를 제공하고, 산악회 회원들의 후원을 받아 식비와 숙박비도 댔다. 종주 기간 동안 총 여덟 차례에 걸쳐 보급대가 이들을 찾았는데, 회원들이 앞 다퉈 지원할 정도였다.

“결국은 사람이구나. 사람으로 시작되고, 사람으로 인해 진행되고, 사람으로써 결실이 맺어지는구나, 하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감동이었죠.”(석락희)

모든 이의 바람이 담긴 ‘오리날다’는 6월 26일 첫 비행을 시작했다.

“종주 첫날 한 인터넷 매체 기자가 묻더라고요. 왜 걷느냐고요? ‘그 생각을 지금부터 해보려 한다’고 답했어요.”(장정우)


무역업을 하는 그는 직설적인 성격 탓에 직원들을 잘 포용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종주기간 동안 대장을 맡아 자신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강우상씨와 김윤미씨는 비슷한 듯 다른 목적이 있었다. 강우상씨는 원래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에 대해 고민하다 취업준비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런데 입사지원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니 인간 ‘강우상’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강우상’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었다. 회의가 찾아왔고, 자신을 되찾고 싶었다. 김윤미씨는 가고 싶은 길이 있음에도 걸음마를 떼기가 두려웠다. 잘해낼 자신이 없었다. 과연 내 체력으로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을 한번 시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날갯짓을 시작하려던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함께 종주하려던 20대 대원이 연습산행 도중 무릎연골 파열로 하차했다. 대원은 4명으로 줄었다. 종주 5일차, 첫 보급대가 떠나고나니 산속에 오직 네 사람만 남았다. 모두 마음이 허했다.

산속에 고립되어 외로움을 느끼던 이들에게 60대인 김종국・전병덕씨가 나타났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해병대 생활도 같이한 두 사람은 막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완주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네 사람은 그들에게 선뜻 “함께 걷자”고 제안했다.

“자신 없다며 ‘2~3일 같이 걸으며 생각합시다’ 했던 게 결국 끝까지 함께했지요.”(장정우)

고령의 두 실버대원은 길에서 만나 합류했다고 ‘주운 오리’로 불렸다. 두 ‘주운 오리’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맞아요. 제가 힘들어하면 오히려 제 배낭까지 들어주시고. 너무 편하게 해주셨어요.”(김윤미)

“연세 많으신 선생님들이 솔선수범하시니까 저희도 더욱 열심히 하게 됐죠.”(강우상)

‘오리날다’ 블로그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가장 열심히 뛰고 춤추고 장풍을 쏜 이가 바로 60대의 ‘오리’들이었다.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재미난 일도 많았다.

“종주 도중 하루 쉬는 날이 있었어요. 마침 아는 형이 부친상을 당해서 윤미와 함께 서울에 다녀왔어요. 버스에 올랐는데, 승객들이 발 냄새가 난다며 얼굴을 찡그리는 거예요. 갑자기 버스 기사가 다가오더니 저희 옆에 앉아 계시던 보급대원 교수님에게 막 화를 내시는 거예요. 신발을 트렁크에 넣으라고. 그분이 신발을 벗고 계셨거든요. 사실 저희 발 냄새였을 텐데…(웃음).”(강우상)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만난 적도 있었다.

“삽당령 부근에서 민가를 찾았어요. ‘좀 씻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흔쾌히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식혜랑 커피까지 주시고, 호박도 싸주셨어요. 아, 탈수기도 쓰게 해주셨어요!”(김지아)

그는 ‘선녀’의 따뜻한 감동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좀 씻고 가겠다’고 하면 대부분 퇴짜 맞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원래 잘 안 받아줘요. 우리가 들어가면 돼지우리 냄새가 났거든요(웃음).”(장정우)


8월 15일 광복절, 종주는 끝났다. 그들은 인터뷰 내내 백두대간을 ‘대간길’이라 불렀다. 그렇다. 그들에게 백두대간은 ‘길’이다. 직접 걸었고 같이 걸었다. 자기 자신을 마주했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50여 일간 회사를 비웠는데 나 없이도 잘 돌아가더라고요. 그러면 꼭 여기에 있을 필요 없지 않은가? 결국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다른 일을 찾고 있어요.”(장정우)

“농촌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니 노동력도 부족하고 중간유통 구조도 문제가 많더라고요.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적 기업을 시작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강우상)

“제 꿈이 요리사예요. 최근에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면접을 봤는데, ‘힘든 일인데 잘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백두대간 종주하고 왔다’고 답했죠. 내일이 첫 출근이에요.”(김윤미)

“제 길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겠죠. 하지만 벽이라도 두드려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김지아)

백두대간은 우리 국토를 동서로 나누는 마루금(분수령의 순 우리말)이다. 이들에게 백두대간은 삶의 마루금이 되고 있다.
  •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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