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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드르륵…”

커다란 여행가방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온 기차역에 울려 퍼졌다. 스물네 살 여름, 나는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의 가르 드 리옹(Gare de Lyon)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지만 나는 여행객이 아니었다. 타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야 한다. 설렘보다 낯선 환경에 대한 어색함이 더 컸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겨우 짐을 끌고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내가 가야 할 도시로 떠나는 기차는 30분 뒤 출발한다.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잘 생활해야 할 텐데…’ ‘아니, 그보다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중 내 여행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내 곁에 있던 커다란 여행 가방이 나의 유일한 동반자였다. 그 속에는 한국이 생각날 때 먹으라며 집에서 싸준 고추장, 깻잎 반찬에서부터 책, 옷, 각종 생필품까지 모든 게 들어 있었다. 만약 가방을 분실한다면? 머나먼 이국에서 난 혈혈단신이 될 것이다.
그 친구를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토리를 손에 든 다람쥐처럼 주변을 경계하며 가방을 몸 가까이 바싹 붙였다.

다행히 초보 유학생은 순조롭게 해외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유학생활 내내 짐 운반을 도맡았던 가방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가끔 여행가방을 끌고 가는 관광객을 볼 때면 파리의 기차역에서 손을 꼭 붙잡고 있던 그 녀석이 생각난다.

글·사진 : 장재진(한국외대 4)
  •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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