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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시즐(SIZL) 대표

더 빠르고, 더 정확해졌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으로 유니콘 기업 꿈꾸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800톤 힘으로 A금형을 찍는 프레스가 있다. 애초부터 A금형은 800톤 프레스에서 작업했기에 이 방식은 오랜 기간 유지돼왔다. 누군가 의문을 품었다. 과연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걸까? 조사해보니 A금형을 만드는 데는 200~300톤의 프레스 힘이면 충분했다. 프레스가 무거울수록 작동 속도는 느려진다. 결국 관행으로 해온 일이 작업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800톤 프레스를 300톤으로 바꾸자 작업 속도가 약 2.6배 빨라졌다. 그만큼 생산량도 늘었다.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가져온 결과였다. 누군가 던진 의문을 풀어준 건 스마트팩토리였다.

시즐은 스마트팩토리 공정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를 결합,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품질을 높이는 생산 공장이다. 말 그대로 공장이 똑똑해지도록 시즐이 공정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지현 시즐 대표는 “원청 단가가 낮아지고 인건비는 올라가는 가운데 제조업체는 샌드위치가 된 상황”이라며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생산량을 높이면서 원가를 절감해 제조업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시즐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5억 원. 28억 원이던 지난해 대비 세 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1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즐은 지난 7월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투자유치대회 ‘스타트업 넥스트콘’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또 신한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스퀘어브릿지(서울)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서 2위에 올랐다. 그 결과 SK증권, KB증권, 티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5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제조업 부흥 열쇠는 스마트팩토리

시즐 사무실 내부 전경. © 시즐
대학에서 기술경영을 전공한 이지현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마케팅 플랫폼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업에 이어 세 번째 도전한 분야가 바로 스마트팩토리다. 마케팅 분야는 개발 단계에서 한계를 절감했고, 스마트폰·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AI는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해 그가 구상한 완전한 AI와는 거리가 있었다. 좀 더 현실적인 서비스를 고민하던 즈음, 제조업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직원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 제조업 환경은 노후화된 데다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요. 정부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지원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죠. 제조업을 살릴 수 있는 열쇠가 스마트팩토리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현장과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업체 사이에 괴리가 있더라고요. 현장은 복잡하고 추가 노동력을 요하는 시스템보다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원하는데 솔루션 업체는 현장의 MES(생산관리시스템) 관리에 집중하고 있었거든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했다. 기존 스마트팩토리가 제조업체의 원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데이터를 관리하는 MES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 대표는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정 과정을 찬찬히 살펴본 결과, 답은 PMS(프레스모니터링시스템)에 있었다. 각 품목에 맞는 최적의 프레스는 따로 있었다. 프레스기의 SPM(분당 회전수), 크랭크 각도, 메인 모터 전류값 등 900여 가지 로우 데이터 변화에 따라 생산 결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사례로 든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프레스를 조정하자 생산량이 늘어난 것처럼 말이다. PMS와 MES를 추가 노동력 없이 자동으로 연계하자 공정 관리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아지고 유지관리도 편해졌다.

시즐은 완제품 수량이 들쑥날쑥한 기업의 공정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적도 있다. 똑같은 양의 코일을 사용하는 완제품이 1000개, 800개 등으로 일정치 않았던 상황. 업체는 작업자의 단순 실수가 있었거나 원자재 양이 기준보다 적게 들어왔으리라 추측했지만 데이터의 대답은 달랐다. 프레스 불량이었다. 시즐은 불량을 줄이는 솔루션을 제공했고, 업체는 원자재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는 수익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업체는 당연히 만족해했다.


현장 목소리 존중이 먼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한 프레스 모니터링 화면. © 시즐
2020년 본격적으로 솔루션 프로그램을 출시한 시즐은 자동차 부품, 가전, 방산제품 등 대기업 납품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거래처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는 33개 업체가 시즐의 컨설팅을 도입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건 아니었다. 제조 현장에서 관행처럼 해온 방법에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았다.

“원청사에서 ‘이 제품은 이 프레스에서 찍어야 제대로 나온다’며 관행처럼 해온 작업이 많아요. 문제를 진단하고 변화를 제안하는 시즐 방법을 현장에서 신뢰하지 않았고요. 수차례 설득 끝에 받아들인 기업도 못 미더워하다가 결과가 눈에 보이자 ‘빨라졌네’ ‘많이 나오네’ 하며 만족해합니다. 이제는 시즐 아니면 거래 안 하겠다는 곳도 있어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어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산업 현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강하다. 그만큼 좋은 제품과 기술을 제시해도 기존 거래처를 선호하는 업체도 많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업체의 시장 진입이 힘든 이유다. 이지현 대표는 현장의 경험 많은 제조업체들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작은 변화만 주면 결과가 달라질 텐데’ 하는 생각이 컸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득을 이어가는 것뿐이었다.

이 대표는 ‘당신 공장은 이게 문제다,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며 밀어붙이기보다 현장에서 원하는 게 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를 먼저 들었다. 그렇게 현장의 고충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자, 믿고 의지하는 곳이 하나둘 생겼다. 주변 업체에 소개해주는 곳도 늘어갔다.

“제조업 구조상 단순 인력은 사라지는 추세예요. 공장 가동을 최적화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원하는 품질을 생산하도록 숙련된 연구·개발 인력을 투입해 고유의 경쟁력을 보유해야겠죠. 국내 제조업체들이 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고 싶어요. 1000개 협력업체를 달성하는 게 목표예요.”


창업은 세상에 기여하는 수단


이지현 대표의 궁극의 목표는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을 관찰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습관은 ‘사회 환원’이란 가치를 가슴속에 품게 했다. 그가 선택한 수단은 창업이었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우수한 기업이 많아지면 제조업 경영 구조도 탄탄해지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도 커지리라 믿는다. 이 과정에서 시즐이 세상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게 구상 중이다.

순탄치 않은 여정이 예상되지만 이지현 대표는 투지를 불태운다. 사업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싸움이니까. 전문 투자자와 현장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지금, 시즐은 유니콘 기업으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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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은송   ( 2021-11-05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잘 읽고 갑니다.^^스마트팩토리 30대에 뛰어든 대표라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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