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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꽃비 롯데칠성음료 주류영업팀장

일 잘하는 사람과 좋은 사람은 다르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직장 생활은 게임 같다. 이 상황만 버텨보자 마음먹고 눈앞에 놓인 퀘스트*를 달성하면 또 다른 퀘스트가 나타난다.
이게 웬걸,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퀘스트마다 더 막강한 빌런**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유꽃비 팀장은 직장 생활 15년 동안 수많은 퀘스트를 깨고 진화하는 빌런을 상대하며 만렙*** 유저가 됐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아이템도 장착했고 스스로 에너지를 채우는 법도 터득했다. 주류업계 첫 여성 영업팀장이 된 만렙 직장인의 비결을 들어봤다.
*퀘스트 : 게임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 **빌런 : 특이한 행동을 하는 악당 / ***만렙 : 게임에서 최고 높은 레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과 재치 넘치는 회사 생활 이야기로 직장인들의 가슴을 뻥 뚫어준 유꽃비 롯데주류 팀장. 최근 직장 생활 노하우를 담은 책 《프로일잘러》에서도 그는 회사의 ‘이상한 사람들’을 까발린다. 눈치가 보일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다.

“우리 회사에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로 보일 수도 있는데, 어려운 상황에도 열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저도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고 오롯이 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두산주류에서 일했던 그는 회사가 롯데칠성음료에 매각되면서 지금은 롯데주류에 몸담고 있다. 와인사업부 호텔 영업을 시작으로 소주 ‘처음처럼’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주류업계 첫 여성 영업팀장 타이틀을 달았다. 보수적인 주류업계에서 보낸 세월이 15년.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고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 일로 짜증나고 속상해하다가도 막상 식당에 가면 다른 테이블에 어떤 술이 놓여 있는지 늘 궁금했다. 그는 “옆자리에서 처음처럼을 시키면 괜히 사이다라도 보내고 싶더라”면서 회사가 밉고 싫어도 처음처럼이 싫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신입 시절에는 그 역시 사고 좀 치는 직원이었다. 하루는 거래처의 결제를 진행하려는데 카드단말기가 애를 먹였다. 결국 중복 결제됐고, 거래처에서는 중복 결제금을 다시 입금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연한 요청이었지만 회사 프로세스상 당일 현금 입금은 어려웠다. 그는 즉시 지점장에게 보고했다. 지점장은 발 빠르게 사고를 수습할 뿐 한마디 질책도 하지 않았다. 일이 마무리되고서야 회식 자리에서 한마디 했다. “오늘 죽는 줄 알았다”고.

이때였을까. 유꽃비 유저가 직장 생활 퀘스트에서 내공 1을 얻은 시점이. 의도치 않은 실수와 사고는 언제든 일어나기 마련이다. 화를 내고 짜증 부릴 시간에 처리 방안을 찾는 게 더 중요했다. 물론 해결 과정이 지난하고 힘들지만 그게 무서워 안 할 수는 없는 일.

여러 차례 넘어지고 일어나니 제법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는 “어느 순간 실수가 발생해도 ‘아, 어떡하지 망했다’보다 ‘혼나야지 뭐’로 생각도 바뀌었다”고 했다. 또 어떤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과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는지 거듭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포항 소맥 아줌마’ 섭외 비결

‘포항 소맥 아줌마’ 섭외는 지금 돌이켜봐도 스스로 만족하는 사례다. 상사가 유튜브에서 이슈가 된 인물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라고 했다. 하지만 포항 소맥 아줌마는 이미 경쟁사와 계약을 체결한 상황. 상사는 “헝그리 정신이 없다. 무조건 소맥 아줌마를 섭외해 와”라며 완고한 태도를 취했다.

무작정 KTX를 타고 향한 포항의 식당은 정신없어 보였다. 말을 건넬 분위기가 아니었다. 유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당 일을 돕기 시작했다. 새벽 1시 30분, 영업을 마치고 가까스로 대화 물꼬를 텄으나 아주머니는 계약한 곳과 신의를 지키고 싶어 했다. 긴긴 설득이 이어졌고 결국 간이 계약서를 받아냈다. 다음 날 경쟁사 직원들이 찾아올 게 뻔했다. 그는 동이 트자마자 식당을 다시 찾아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저라고 모든 게 잘되진 않았죠. 다만 ‘다른 사람은 못 했는데 유꽃비는 해냈다’는 게 큰 경쟁력이 됐어요. 1번, 2번, 3번 선배가 실패했으니 내가 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당연히 안 될 테니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이 도전할 만해요. 시도하다가 안 되더라도 마이너스 될 일은 없어요. 반면 성공하면 정말 큰 플러스가 되죠. 마이너스는 미미하지만 플러스 요소는 엄청 커지는 거예요.”

저돌적인 자세와 끈질김은 그만의 아이템이 됐다. 그는 처음처럼을 절대 취급하지 않을 거란 점포도 종종 찾아가 안부를 전했다. 혹여 경쟁사가 실수했을 때 바로 ‘처음처럼 유꽃비’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루 매출 100만 원 정도의 거래처에서 110만 원이 나오는 일은 대수로운 성과가 아니다. 그저 ‘장사가 잘됐거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출 0원 점포에서 10만 원이 발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영업의 기본이 신규 판로를 개척하는 일인데 이 점을 간과하는 영업사원이 많다”고 했다. 기회는 기반을 닦아놓았을 때 찾아오는 법이니.

마케팅팀에서 근무할 때도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팀원들과 기획한 ○○처럼 이벤트는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처음처럼 상표를 차용해 ‘꽃비처럼’ ‘톱클래스처럼’ 등의 라벨을 현장에서 출력해 소주병이나 잔에 부착하는 이벤트였다. 식당을 찾아다니며 소비자 개개인의 이름을 새기자 SNS 인증샷을 타고 바이럴 마케팅이 연출됐다. 또 일러스트작가 집시와 협업해 당시 모델 수지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소주병에 붙였다. 전에 없던 획기적인 시도였다.

“새로운 시도는 늘 쉽지 않아요. 아이디어 단계부터 막힐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직속 상사보다 더 높은 상사를 공략해 승인을 받았어요. 수직적인 회사 문화에서 불편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 ‘나댄다’ ‘드세다’ 소리도 듣지만 이게 성공하면 회사가 좋지, 저에게 보상이 더 오진 않아요. 나중에는 상사들도 그냥 놔두던 걸요. 하하.”


열심히 일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 고마운 일이다


유꽃비 팀장도 어느덧 누군가의 부하 직원인 동시에 누군가의 부서장이 됐다. 그는 좋은 부하 직원과 좋은 상사 중 후자를 택한다. 어차피 좋은 부하 직원 되기는 늦었으니, 팀원들에게만큼은 회사에서 만난 얄팍한 인연이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같이 갈 수 있는 팀장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게 당연하단 생각은 관리자의 착각이에요. 팀원들이 열심히 일한다고 믿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관리자로서 이 마음을 놓친다면 오랫동안 함께 일하기 힘들어요.”

단, 일을 아무리 잘하는 직원도 기본 규정에 어긋나는 건 참지 않는다. 한 직원이 연차휴가를 쓴 날 법인 차량을 몰고 나갔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법인 차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 시말서를 쓴 전적도 여러 차례, 데이트 비용을 법인 카드로 사용하기도 했다. 역시나 그 직원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버지와 임원이 죽마고우였다.

유 팀장은 특권의식, 불성실한 태도, 개선 의지가 없는 팀원을 방치할 수 없었다. 같이 일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본사에서 다시 기회를 주자고 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 소리 좀 듣자고 잘못을 좌시하는 관리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 퍼져 악영향을 미칠 게 뻔했다.

“최악의 상사는 착한 사람인 척하는 상사 같아요. 외부에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내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제가 몇몇 사람들의 부탁대로 잘못을 저지른 직원을 감쌌다면 그들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 있겠죠. 하지만 다른 직원들과 조직에는 피해를 입혀요. 직장 생활에서 좋은 게 좋은 건 없더라고요. 악역이 필요하다면 관리자는 악역을 맡아야 해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많은 퀘스트를 깨는 과정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내 에너지를 채우는 일. 이때 유 팀장은 자체보상시스템(자보시)을 돌려 충전하길 권한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그 역시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맥주를 한잔 마신다. 올해는 ‘인생의 회전 목마’ 피아노 연주를 마스터해 성취감을 느껴보려 한다. 빌런이 등장해 에너지를 갉아먹을 때면 ‘그 정도로 나를 흠집 낼 수 없다’는 마음을 갖는다. 나한테 타격을 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니까. 상식 이하의 언행으로 공격이 오면 업무로만 상대하도록 스스로 방어막도 구축했다.

“저는 회사에 좋은 사람이기 위해 들어온 게 아니에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좋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든 상관없어요. 신경 써봐야 바뀌는 게 없어요. 다만 저를 싫어하는 상대에게도 기본적인 도리를 해요. 그게 우아하게 이기는 거더라고요. 종종 후배들이 상담을 해 와요. ‘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그러면 ‘너한테 중요한 사람이야?’라고 물어봐요. 어떤 행동을 싫어하는 것 같아 그 행동을 바꾸면 상대가 좋아해줄까요? 제 생각은 아니에요. 싫은 데 이유가 있나요. 그 원인은 상대의 마음에 있는 거예요. 자신에게서 찾지 마세요.”

우리는 직장이란 테두리에서 다양한 게임 상황에 놓인다.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며 꿋꿋이 버텨가는 유저다. 외부의 공격을 버텨내려면 스스로 단단해지는 길밖에 없다. 레벨 1부터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아이템이 생기고 에너지를 채워가는 방식도 터득한다. 이왕 레벨을 쌓을 거, 어설픈 버티기보다 기술을 터득해 만렙에 도전하는 자세가 좋지 않을까. 직장 생활 만렙에 가까워지면 프로 일잘러로 단련된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다.




상사에게 보고는 이렇게!

- 상사가 궁금해하는 걸 말하라
상사가 보고를 시키기 전에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 상사가 궁금해할 때 보고하면 이미 상사의 머릿속은 물음표가 한가득. 내가 먼저 보고하면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필요한 것만 가볍게 진행할 수 있다. 이때는 상사가 궁금할 만한 걸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A 프로젝트를 하면 어떤 효과가 있고,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며, 언제쯤 마무리되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 필요한 것만 보고서에 넣는다.

- 보고 주기를 정해놓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보고 주기를 정해놓으면 좋다. 중간보고 형태가 생활화돼 있으면 일의 방향을 조절하며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한 방향이 잘 맞지 않으면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보고는 상사의 정신이 맑은 오전보다 노곤한 점심시간 이후를 권한다.

- 순서는 1번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1번 순서를 고르자. 여러 개의 보고를 받는 임원 입장에서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처음과 마지막이다. 중간 차례는 헷갈릴 소지도 있고 일정이 많은 임원들은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단 첫 보고는 설명해야 할 배경지식이 많으므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멘탈이 흔들릴 땐 이렇게!

-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말자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당신의 중심만 잃지 않고 가면 된다.

- ‘자보시’를 철저히!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 풀어야 한다. 산책이든 취미든 일상 속의 ‘자체보상시스템’을 개발해서 스스로를 케어하자.

- 자기 어필을 잘하자
사람들은 생각만큼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업무도 마찬가지. 지시한 사람은 제대로 된 결과물만 원할 뿐, 누가 어떻게 노력했는지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댄다’는 소리를 들어도 스스로 어필하고 홍보하는 것이 필수다.
  •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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