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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사이다 매력 전여빈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넷플릭스 

“이 구역의 미친X은 나야(I’m the crazy bitch around here).”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뉴욕 맨해튼 최상류층 자녀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그린 미국 드라마 〈가십걸〉의 명대사다. 2007년 드라마임에도 워낙 임팩트가 강해 지금까지도 숱한 패러디를 낳고 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윤슬(김사랑)이 인용해 화제를 모으면서 너도나도 자신이 이 구역의 ‘미친X’이라고 말하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된 적이 있다. ‘이 구역에 미친놈은 나야’(딥플로우), ‘이구역의 미친년’(신희진) 등의 노래도 발매됐다. 정우·오연서가 주연을 맡은 카카오TV 웹드라마 제목도 〈이 구역의 미친 X〉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맥락상 스스로 독보적인 존재임을 과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낼 때 이만한 표현이 없다. 이 표현에 딱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 데뷔 6년 차의 전여빈. 영화 〈낙원의 밤〉, 드라마 〈빈센조〉 〈멜로가 체질〉 등에서 인기는 물론 얼굴 도장까지 쾅쾅 찍으며 짧은 이력이 무색할 만큼 쾌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출연한 작품의 캐릭터 역시 하나같이 ‘이 구역의 미친X’이 어울리는 개성 강한 역할이다. 그의 매력이 유독 돋보이는 지점은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며 날리는 촌철살인 대사. 맛깔나게 살린 대사는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짜릿함을 선사한다.


탄산 터지는 저 세상 텐션과 돌직구

그 정점을 찍은 건 드라마 〈빈센조〉다. ‘똘끼’ 충만한 독종 변호사 홍차영은 ‘악마의 혀’와 ‘마녀의 집요함’으로 저 세상 텐션을 보여줬다. “힘 있고 돈 있으면 나보다 어려도 언니, 오빠, 삼촌이지” “꼴 보기 싫은 사람 귓방망이 한 방 날리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 아닌가요?” “죄 없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였고, 해맑은 얼굴로 쌩쑈를 했어. 곧 너는 사람 새끼가 아니고 살 가치가 없다는 얘기야. 알았어?” 등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사이다 발언은 그 자체로 통쾌했다. 대사야 작가가 쓴다지만 전여빈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말맛이 살 수 있었을까. 결코 지금의 홍차영은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차영이는 제가 해온 캐릭터보다 범위가 훨씬 넓은 친구예요.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리듬, 몸짓, 호흡을 썼기 때문에 큰 도전이었어요. 초반에는 쑥스러웠는데 점점 물들더라고요. 또 차영을 연기하면서 제가 밝아졌어요.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참 고마워요.”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에서도 돌직구는 여전했다. 재연은 가족을 모두 잃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거리낌이 없다. 삶의 벼랑 끝에서 어떤 것에도 초연한 자세, 상대가 누구든 말과 행동에서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는 태도는 재연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병원에서 환자복을 갈아입으며 태구(엄태구)를 향해 “봐도 돼요. 안 닳아”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마이사(차승원)가 “야 인마, 언제 봤다고 어른한테 반말이야! 버르장머리 없이”라며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말은 네가 먼저 깠거든. 언제 봤다고”라고 받아쳤다.

어디 그뿐인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은 광고 촬영 현장에서 동료에게 막말하는 감독을 제압했다. “그래, 나 미친 X이다. 허가 받고 정당하게 일하고 있는 거야. 얻다 대고 남의 귀한 자식한테 욕지거리야? 사람이야. 귀한 사람이야. 네가 뭔데 지랄이야?”라며. 극중의 상황이나 캐릭터는 각각 다르지만 유독 그의 입을 거치면 대사 행간마다 탄산이 톡톡 터지는 듯하다.


문소리도 인정한 묘한 매력

전여빈은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재연을 연기해 드라마 〈빈센조〉 〈멜로가 체질〉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전 면면을 살펴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 전여빈은 2015년 영화 〈간신〉으로 데뷔했지만 상업 영화보다 〈망〉 〈웅녀〉 〈예술의 목적〉 〈언니가 죽었다〉 〈죄 많은 소녀〉 등 단편·독립 영화에 더 많이 얼굴을 비쳤다. 특히 2018년 〈죄 많은 소녀〉에서 친구의 실종사건 가해자로 몰린 여고생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해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독립영화계 슈퍼루키로 단숨에 주목을 끌었다.

“한 인물에 갇히지 않는 삶을 동경해서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나라는 사람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살 수 있잖아요. 물론 캐릭터가 쌓이면서 표현 방법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여행하는 마음으로 배역을 만나려고요. 연기자 선배들이 연기할수록 어렵다고 하는데, 점점 그 말이 공감이 돼요.”

그는 배우 문소리가 연출한 〈최고의 감독〉 〈여배우는 오늘도〉에도 출연했다. 당시 전여빈은 문소리의 첫 단편 〈여배우〉를 보고 “문소리 감독님, 저와 함께 작업해주세요”라는 막연한 희망을 SNS에 올렸는데 얼마 뒤 진짜 문소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실 문소리는 전여빈이 올린 글을 보고 연락한 건 아니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찾던 중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트레일러(예고영상물)에 등장하는 전여빈을 보고 “얼굴이 묘하다”며 만나보기로 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만난 자리에서 바로 작업을 약속했다. 문소리는 “독특한 분위기의 배우”라며 “머리도 좋지만 마음도 활짝 열려 있다”고 그를 평가했다.


무한 동력의 열정 만수르

문소리의 생각처럼 전여빈은 정의내릴 수 없는 묘한 마스크를 갖고 있다. 동서양이 어우러진 매력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수수하면서도 화려하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다. 배역마다 배우가 겹쳐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전여빈은 백지 같은 얼굴에 어떤 배역이든 새롭게 입힌다. 사진작가인 그의 오빠가 찍어준 프로필 사진이 데뷔로 이어진 것처럼 그의 묘한 얼굴은 누구나 탐낼 만했다. 물론 지금처럼 연기하는 데 가장 주요했던 요소는 그의 열정이었겠지만.

“배우로서 제 매력은 한 가지에 갇히지 않는 외적 이미지가 아닐까요? 또 제 안에는 무한 동력의 열정 만수르가 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100이 아닌 70 정도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꼭 후회하더라고요. 왜 그 정도로 넘어갔을까 하고요. 그럴 때면 어렵게 온 지금의 행복이 소중한 걸 알기에 처음을 기억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해요. 도태되지 않고 무뎌지지 말고 조금이라도 나아지자고 마음을 다잡으면서요.”

지금껏 맡아온 캐릭터를 떠나 매력적인 외모에 이처럼 스스로를 적극 어필하고 일을 향한 성실성이 이럴진대 어떻게 돋보이지 않겠는가. 거기다 조금씩 나아가려는 의지까지. 연기할 때의 전여빈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적합한 말을 찾지 못했다. ‘이 구역의 미친♥’이 맞다.
  •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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