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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무대 공연연출가 김상욱 PD

계획한 대로, 플랜 A로 가는 법

글·사진 : 서경리 기자  / 취재지원 : 아미 김선아 

콘서트 전문 연출팀 PLAN A 대표 김상욱 PD.
방탄소년단(BTS)의 역사적 무대를 언급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김 PD는 BTS가 2013년 데뷔할 때부터 2019년 월드투어 무대까지 연출하면서 BTS의 성장과정을 함께해왔다.
PLAN A팀이 연출한 BTS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투어와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스타디움 투어(2018~2019)는 국내 공연 역사의 최고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62회, 무려 20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국 런던의 웸블리, 미국 패서디나의 로즈볼 등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초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s)에서 ‘올해의 콘서트 투어(Tou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등 각종 대중음악시상식에서 수많은 콘서트 관련 상을 수상했다.

PLAN A의 대표이자 공연연출가 김상욱 PD. 그가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를 통해 꽁꽁 숨겨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국내 작은 회사 연출팀 인턴으로 시작해 미국과 런던의 대형 스타디움 무대 연출을 맡기까지, K팝과 함께 차근차근 계단을 오른 한 사람의 발자취이자, K팝 공연의 진화 과정을 세밀하게 녹여낸 기록이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상욱 PD는 대학 시절 공연 아카데미에서 실력을 쌓았다. ‘좋은콘서트’와 Mnet에서 콘서트 연출 제작 PD로 일했고, 2012년 공연 연출팀 PLAN A를 만들어 JYP US투어와 원더걸스 월드투어, CNBLUE 월드 투어 등 국내 가수들의 굵직한 콘서트를 맡아왔다.

김상욱 PD와의 만남에는 방탄소년단 팬인 ‘아미(ARMY)’ 김선아 씨가 동행했다. 대화는 기자와 김 PD, 아미(이하 김아미)의 대담으로 이어졌다.

기자 : 첫 책 《김피디의 쇼타임》을 낸 지 9년 만에 나온 신간입니다. 두 책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 PD : 첫 책이 공연 연출계에 들어와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첫 10년간 주니어 연출가로 좌충우돌한 시간을 담고 있다면, 이번 책은 젊은 세대에게 많이 받아온 질문인 “어떻게 콘서트 연출가가 되었는가”에 대한 답변이에요. 제 성장기와 함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출한 BTS 공연의 제작기를 꼼꼼히 회고했습니다. 공연은 대부분 영상으로 기록되지만 텍스트와 그림 그리고 직접 제작한 사람의 시선으로 기록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김아미 : 개인적으로 김 PD가 한국 대중음악 공연계에서 일을 시작해 방탄소년단과 함께해온 점이 ‘방탄 신화’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방탄 멤버들과 함께 신화를 만들어온 인물 대부분이 토종 국내파라서 의미가 커요. 피독 프로듀서나 손성득 안무가, 룸펜스 뮤비디렉터까지 모두요. 국내 감각이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점에서 자랑스러워요.

김 PD : 제가 만나는 아티스트마다 색깔이 모두 다르고, 그런 팀들과 함께 커나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후배 연출가들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의미 있고요. K팝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스타디움 월드투어’의 기회를 경험하게 해줬으니 말이에요.

기자 : 책 제목의 키워드이기도 한데요, ‘K팝 콘서트’가 서구 팝계의 대형 콘서트와 다른 점은 뭔가요?

김 PD : K팝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라서 솔로와 멤버를 몇몇으로 나눈 유닛 무대가 다 있어요. 서구 팝은 거의 다 솔로 아니면 밴드라 그런 다채로움이 없죠. 그리고 K팝 콘서트에는 약하든 강하든 간에 콘서트를 관통하는 서사(스토리, 세계관)가 있어요. 서구 팝 콘서트가 멋있는 장면 10개를 나열해 보여준다면 K팝 콘서트는 그 서사를 바탕으로 콘서트의 도입부터 마무리까지 정교하게 흐름을 만듭니다. 똑같은 두 시간, 두 시간 반의 공연을 더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 것이 K팝 콘서트의 확실한 차별점이라 생각해요.

기자 : 최근 K팝 공연에서 보여주는 서사가 인상적입니다. 김 PD가 만든 공연기획사 PLAN A가 이에 앞장서고 있고요.

김 PD : 어렸을 때 본 우리나라 콘서트에서는 사실 ‘뜬금포’가 많았어요. 멋있긴 하지만 ‘왜 저 시점에서 저런 것이 나오지?’ 하며 나름 더 나은 진행을 상상하곤 했죠. 저는 아이돌 콘서트에서 서사를 비주얼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회사의 캐치프레이즈인 ‘흐름, 호흡, 여유’에도 이 철학을 담았죠.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자, 관객과 스태프 모두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자, 서두르느라 차선책(PLAN B)으로 가는 일 없이 여유롭게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게 하자’가 그것입니다.

김아미 : ‘여유’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하나의 콘서트 무대를 만들기까지 과정이 엄청나잖아요. 책에도 ‘워라밸’이라는 말에 빗대어 ‘워워밸(Work-Work-Balance)’이라고 썼고요. 여가시간도 없이 쏟아지는 당면과제를 어떻게 우선순위를 둬서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라고요.

김 PD : 공연계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오죠. 하지만 집에 못 가고 밤잠 못 자는 일은 없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투어가 문제인데, 딱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해 눈 감을 때까지 일하거든요.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때 연출팀 여섯 명이 일했는데, 조를 나눠서 A조가 미국 투어를 맡으면, B조가 유럽을 맡고, 다시 A조가 일본을 맡는 식으로 일했어요. 다른 조가 일하는 동안 서울에서 쉬면서 개인적인 일도 보고 다음 투어를 준비하는 거죠. 연출팀 여섯 명은 국내에선 굉장히 많은 숫자라 업계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했어요. 최대 아홉 명까지 꾸린 적도 있고요. 교대로 일해서 그나마 호흡을 고르며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BTS 스타디움 월드투어 미국 LA 로즈볼 공연 당시의 무대장식 준비 상황을 담은 삽화.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에 실려 있다.
오프닝 곡 ‘디오니소스’ 무대를 장식한 12m짜리 거대한 표범상의 비밀은 다름 아닌 풍선(ABR)이다.
하나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공연 한 편을 올리기까지 짧게는 한 달 반,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공연 준비 과정을 간략하게 보자면 이렇다. 먼저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사에서 공연 스케줄을 정하면 그때부터 연출팀의 기획이 시작된다. 콘셉트를 잡고 무대 장치와 같은 하드웨어를 짜고 그와 동시에 소프트웨어, 즉 내용 구성과 흐름을 만든다. 연출팀이 무대를 꾸리는 동안 아티스트는 공연에 맞는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각자의 모든 작업이 끝나면 리허설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실제 무대에 올린다.

기자 : 일의 경중을 따질 수야 없겠지만, 기획 단계가 제일 힘든 반면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김 PD : 맞아요. 그래서 기획 단계에는 주변에 말이 통하는 동료들이 많아야 해요. 동료들과 일단 ‘아무 말 대잔치’를 벌여요. 브레인스토밍이죠. 실제 구현 가능한지 따지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막 쏟아내고 거기에 살을 보태고 뺄 거 빼내다 보면 그림이 구체화되죠.

기자 : 스타디움 월드투어의 포문을 연 미국 LA 로즈볼 공연 오프닝 무대도 인상적이었어요.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거대한 표범 조각상과 초대형 미끄럼틀, 공연의 마지막을 불꽃놀이와 함께 장식한 거대한 BTS 로고 등 압도적인 무대 장치가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춤, 공연을 한층 돋보이게 했고요.

김 PD : 야외의 초대형 스타디움이고, 오프닝이라 관객석이 산만할 거라 생각했어요. ‘한 방에 집중시키고 공연에 몰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관건이었죠. ‘디오니소스’란 곡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 없는 것도 생각하죠. 디오니소스라는 신이 표범을 데리고 다닌다더라, 그럼 표범을 무대에 올리자, 수호하는 거니까 양쪽에 세우고, 크기도 엄청 커야겠지… 이렇게 상상력을 넓혀가는 거죠.

기자 : 결국 기획이란 끊임없는 질문의 과정이네요.

김 PD :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보는 거죠. 누군가의 의견에 ‘왜?’라고 질문하며 서로 치고받고 해요. ‘무엇’과 ‘왜’에 대한 답을 찾으면 다음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논의합니다. ‘표범, 좋아. 근데 그렇게 큰 걸 어떻게 만들어? 다음 무대 시작까지 몇 초 만에 치워야 되는데. 풍선(ABR) 어때?’ 그럼 풍선 제작자를 섭외해서 함께 연구하죠. 몇 초 안에 일어서고, 무대가 바뀌는 몇 초 안에 말아 넣어서 박스에 담을 수 있는지.

김아미 : 첨단 기술을 콘서트에 적용하는 데도 적극적이었죠.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 스타디움 투어(2019)’ 때 세계 최초로 콘서트에 AR 기술을 쓴 게 대표적이었고요. 증강현실 기술로, 게임 ‘포켓몬고’처럼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거죠. 솔로 무대에 오른 RM이 허공에 무언가 그리거나 쏘면 대형 화면 속에 그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는 게 마술쇼처럼 환상적이었어요. 잠실주경기장 파이널 공연의 드론쇼도 인상 깊었고요.

김 PD : 3D 영화를 볼 때 모두 안경을 쓰고 들어가잖아요. 기술이 발전되면 안경을 안 쓰고도 입체영상을 볼 수 있어요. RM의 솔로 무대 경우에도 지금은 화면으로만 봤지만, 관객 모두에게 AR 안경을 나눠줄 수 있다면 화면 속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아티스트를 바라보는데 그 손에서 막 꽃이 피어나고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이면 멋있겠죠? 그런 시대가 곧 올 겁니다.


코로나 시대의 콘서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콘서트

김아미 : 빅히트가 앞으로 미국 시장을 내다보고 해외 연출팀과 손잡았다고 들었습니다. 아쉽지만 PLAN A 입장에서도 새로운 아티스트와 일할 기회가 많아지겠어요. 개인적으로 ‘에이티즈’를 보면 방탄소년단 초창기와 닮았단 느낌이 들어요. 마침 에이티즈의 공연을 PLAN A가 맡고 있고요.

김 PD : 요즘 넥스트 BTS를 ‘즈즈즈’로 칭해요. 더보이즈, 스트레이키즈 그리고 에이티즈. 그중 저희가 맡고 있는 에이티즈는 세계관이 촘촘히 만들어져 있어서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콘서트는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예요. 비대면 공연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죠. 여전히 콘서트장의 현장감을 느끼기엔 기술적으로 넘어서야 할 지점이 많아 보여요.

김 PD : 코로나로 오프라인 공연이 줄어들어 저희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작년 한 해 버티고 버티다 직원 반 정도와 헤어졌고요. 온라인 무대의 한계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다만 만족도가 낮은 건 온라인 콘서트를 ‘대체재’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르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관객이 만 명이면 5000번째 자리에 앉은 관객의 시야를 기준으로 연출을 짭니다. 그럼 무대 전체 풀샷이 주로 보이고 아티스트의 표정은 스크린으로 봐야겠죠. 그래서 큰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위주로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온라인에서는 관객이 시야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그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화면에 멋지게 표현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온라인 공연이 좋은 점도 있어요.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좌석에 따라 음향이나 시야가 안 좋을 수 있는데, 온라인은 공평하죠. 모두가 잘 보이고 잘 들려요. 음향 효과도 방송 보듯이 디테일하게 쓸 수 있죠.

기자 : 말하자면 연극 무대가 영화 스크린에 구현되는 거네요.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공연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요?

김 PD : 오프라인 공연의 향수를 채워줄 수 있는 요소들을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식스(DAY6) 콘서트의 경우, 그들의 팬덤(팬클럽명 MY DAY)은 유난히 떼창을 좋아해요. 그래서 온라인 콘서트를 위해 앙코르 곡 코러스의 한 부분을 미리 관객들한테 불러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많은 관객들이 보내준 목소리를 합쳐서 틀었죠. 아티스트도 관객들도 모두 오프라인 공연 때의 그 분위기를 느끼도록. 물론 온라인 공연만의 특별함이 정립되려면, 기술이 더 발전해야겠지요. 저는 오프라인 공연 시장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복구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온라인이 잘 보이고 잘 들려도 몇 천, 몇 만 명이 동질감을 느끼면서 함께하는 현장감은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나의 첫 번째 화양연화는 BTS와의 스타디움 투어

기자 : 김상욱 PD는 BTS와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공연을 함께했어요. 책에는 투어의 시작과 절정의 순간, 즉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가 그려집니다. 특히 마음을 울린 챕터라면, 2016년 ‘화양연화’ 온스테이지 공연 끝에 “언제가 화양연화일까, 그리고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멤버들에게 질문하는 부분이에요.

김 PD : 당시로선 그때가 BTS의 정점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갓 스물 몇 살 된 멤버들에게 인생의 내리막에 대한 질문은 서글퍼요. 멤버들을 한 명씩 따로 인터뷰했는데,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꿋꿋이 새로운 화양연화를 찾아 만들겠다는 답변들을 했어요.

김아미 : 슈가도 예전에 이런 말을 했죠. “추락은 두려우나 착륙은 두렵지 않습니다”라고.

기자 : 김 PD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해본다면 어떨까요?

김 PD :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 이름을 걸고 공연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5만석 규모의 스타디움 투어를 2년에 걸쳐 했으니까. 그 정도 규모의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수는 전 세계에 몇 명 안 되거든요. 그때가 제 첫 번째 화양연화라 할 수 있겠네요. 이제 또 다른 아티스트와 두 번째 화양연화를 찾아가야죠.

기자 : 인생을 한 편의 무대라고 했을 때 지금 어디쯤 와 있다고 생각해요?

김 PD : 1부 엔딩 끝나고, VCR을 보면서 2부 시작을 기다리는 단계? 코로나19로 쉬면서 리프레시를 조금 했어요. 팀도 새로 꾸리고 있으니 2부 오프닝을 잘 열어보려고요. 전체 몇 부작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흥행되는 거 봐서? 하하.
  •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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