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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 한국융복합콘텐츠컴퍼니 대표

무용안무연출가가 융합 콘텐츠 전문가가 된 비결은?

글 : 이근미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지루한 건 조금도 참지 못하는 세상, 모두들 더 재미있고 더 맛있는 걸 찾아내느라 분주하다. 조향 한국융복합콘텐츠컴퍼니 대표도 합하고 곱하면서 특화된 결과물을 만드느라 열심이다. 그가 수십 년간 해온 독특한 기획들이 알려지면서 강원도 평창군과 인연이 닿았고, 평창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후에는 평창만의 콘텐츠를 살리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조향 대표는 ‘융합’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부터 ‘복합’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가 탄광 사업을 하셔서 늘 집이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어린 저도 끼어 앉아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아버지도 사업 하실 때 제 의견을 들었고, 사람들도 무슨 일을 시작할 때면 제 견해를 물어보곤 했어요. 할머니가 대가족 살림을 하면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는데 ‘눈 속의 눈동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이 특히 기억나요.”

그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일하는 것을 지켜본 덕인지, 자연스럽게 기획 능력이 길러진 것 같다고 말한다.

“뭐든 단순하게 하지 않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다른 분야와 결합해 결과를 만들어냈는데 돌아보니 그게 융복합이더라고요. 무용과 대학 강사 시절 개인 발표회 때 독무 스토리를 스스로 짜고 공연 준비를 해서 종로 ‘공간’에서 발표했어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천재 도공 심당길 선생의 후손, 심수관 선생을 통해 우리 도자기 기술이 일본에 전해지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한 내용이었어요. 바닥에 흙을 깔고 사방에 도자기를 전시한 무대에서 50분 동안 솔로로 춤추며 심수관 선생의 삶을 표현하다가 마지막에 도자기를 바닥에 던져서 다 깼어요. 이틀 공연이 전회 매진을 이어가며 화제가 됐고, 일본 신문에도 보도됐죠.”


조각·패션·그림·캘리그라피를 융합한 ‘2017 레인보우스토리 국제문화예술비엔날레’. 조향 대표의 기획 아래, 이목을 화가와 강병인 캘리그라피 작가의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퍼포먼스, 한만순 디자이너의 패션쇼 등 다채로운 예술의 장이 펼쳐졌다.
동계올림픽 알리는 비엔날레 기획

그의 창의적인 무대가 소문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 의뢰가 몰려들었다. 제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개회식, 세종문화회관 개관 11주년 기념 분수대광장 시민초청축제, 아시아평화민속예술제, 군산시민문화회관 개관기념식 등에서 총괄기획(무용 부문)을 맡으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TV 분야로도 발을 넓혀 융복합을 적용한 색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법조인은 단순하게 법률 상식을 전하는 역할에 그쳤는데, 그는 방송작가와 논의해 드라마 속의 갈등 상황을 법률로 풀어내는 ‘드라마법정’을 기획했다. 이 코너를 담은 KBS1 교양 프로그램 〈여성공감〉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토크쇼 기획에도 많이 참여했어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발굴해 색다르게 구성하려고 애썼죠.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다 보니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면 시너지가 발휘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가·패션디자이너·작가·의사·CEO·교수·변호사·방송인 등 각 분야의 콘텐츠를 융합하면 제3의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이분들을 한자리에 모시기 위해 공간을 찾았어요. ‘숨 막히는 서울을 벗어나자’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살릴 수 있는 곳을 찾자’는 의도로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 눈에 들어왔죠.”

2017년 조향 대표는 한국융복합콘텐츠컴퍼니를 그곳에 열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의기투합했다. 그의 열정과 사명감에 반해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세상에 없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국제문화예술비엔날레기획이었다.

“IOC 실사단이 왔을 때, 평창군민들이 자신들이 가진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머리까지 단장하고 4km 인간띠를 만들어 환영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감동받은 기억이 있어요. 국가의 큰 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저도 뭔가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죠. 그래서 한국미술협회와 야마하골프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것이 조각·패션·그림·캘리그라피를 융합한 ‘레인보우스토리 국제문화예술비엔날레’였어요.”

2017년 9월 23일, 레인보우스토리 국제문화예술비엔날레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종’ 제막식에 이어 이목을 화가와 강병인 캘리그라피 작가의 올림픽 성공 기원 퍼포먼스, 나경자 한국화가와 문송란 서양화가의 전시회, 한만순 디자이너의 패션쇼, 조각가 최금화·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원의 펠레그리네티 마시모 교수·일본 도쿄 가쿠게이대학 아사노 히로유키 교수의 조각전시회와 심포지엄이 어우러졌다.

“세계적인 두 작가를 유치하기 위해 최금화 작가가 공을 많이 들였고, 개막식에 100여 명의 전문가가 봉평으로 와서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했죠.”


조향 대표(맨 오른쪽)가 한왕기 평창군수, 평창군 산림과 직원들, 일제강점기 시절 송진 채취 작업에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생존 주민들과 함께 ‘산림자원 스토리텔링 및 자원화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현장에 모여 송진 채취목의 역사를 고증하고 있다.
평화 치유의 숲 조성 프로젝트 풀가동

외지 인사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한 행사 소식이 평창군 측에 전해지면서 조향 대표는 자연스럽게 한왕기 평창군수와도 인연이 닿았다. 이후 한국융복합콘텐츠컴퍼니는 평창군과 ‘평창 한류문화융합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다양한 일을 진행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송진 채취목 단지 알리기 사업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소나무에서 채취한 송진을 공산품 제조와 군수물자 원료로 사용했는데, 이곳 주민들은 평창읍 내 남산과 장암산 일대의 소나무 송진 채취 작업에 강제 동원됐다.

“1000여 그루에 달하는 소나무에 송진 채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상처를 안고도 꿋꿋하게 서 있는 거송을 보면 생명력 강한 우리 민족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1000개의 스토리를 지닌 평화 치유의 숲 조성 작업을 하는 중이에요.”

이 사업은 평창군 특화 콘텐츠로 주목받아 많은 언론에 소개됐다. 이 밖에도 조향 대표는 앰버서더그룹과 평창군이 관광상품 공동개발업무 협약을 맺는 사업도 주선했다. 또 평창의 관광자원을 한류문화 콘텐츠와 연계하는, 새로운 한류문화 산업의 글로컬화(Global+Local,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평창군뿐만 아니라 한국정책재단, 미래환경협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등 여러 단체의 기획위원장이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조향 대표는 지난해 매거진 《오가닉라이프》의 미래전략 대표로도 위촉됐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특화 콘텐츠를 늘 구상해요. 요즘은 전혀 다른 분야 간의 콜라보가 다채롭게 이뤄지잖아요. 변화무쌍한 세상을 주시하면서 예민한 촉수를 곤두세우면 새로운 콘텐츠가 보입니다.”

조향 대표는 지난해 12월 문화관광 콘텐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평창군으로부터 표창패를 받았고, 한국경제문화연구원이 주최하는 한국경제문화대상도 수상했다. 여성지 《Queen》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선정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 리더 3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류 4.0시대를 맞아 각 지역 고유의 문화 콘텐츠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평창군의 관광자원을 한류문화와 연계해 새롭고 독특한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창의,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감성, 예술, 기술로 융합해 한류문화 산업이 번성하도록 힘써야죠.”

동계올림픽을 통해 널리 알려진 평창을 세계인이 찾아오는 젊은 도시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게 조향 대표의 소망이다.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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