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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크리에이터 ‘정브르’ 이정현

한국의 파브르를 꿈꿉니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곤충하모니 #CGV<정브르의동물일기> #긴꼬리투구새우_부화 #도마뱀_귀여워귀여워

서로 통성명할 시간도 없었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곤충하모니의 문을 열자마자 강아지 두 마리가 꼬리 치며 격하게 반기는 통에 그들과 먼저 인사하기 바빴다. 정브르의 반려동물인 고나와 브둥이였다. 정브르와의 인사는 내부를 둘러보며 두서없이 이뤄졌다. 곤충하모니는 정브르가 운영하는 곤충숍으로 애정을 갖고 돌보는 개구리, 물고기, 거북, 새우 등과 100여 종의 파충류가 있다.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곳이다.

정브르는 다양한 생물을 콘텐츠로 다루는 크리에이터다. 본명 이정현과 프랑스 곤충학자 파브르의 이름을 합쳐 지은 명칭답게 그의 유튜브 채널 〈정브르〉에는 도마뱀, 두꺼비, 전갈, 거미, 거북 등 곤충·파충류를 비롯해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각종 동물이 등장한다. 구독자 수는 3월 중순 현재 92만 명. 곤충·파충류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 팬이 상당수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해 정브르가 사파리월드 사육사로 변신한 영화 〈정브르의 동물일기〉를 지난 2월 개봉하기도 했다.

마침 어린이 손님 두 명이 들어왔다. 대전에서 찾아왔다는 두 친구는 정브르를 보자마자 외쳤다.

“세생! 세상은 넓고 생명은 많다!”

〈정브르〉 채널에 등장하는 구호였다. 정브르와 기념사진을 찍은 어린이 손님은 그제야 유튜브로 보던 생명체들로 향했다. 이후에도 등장하는 손님 대다수는 어린이들이었다. 연신 감탄을 터트리기도 하고, 외우기도 힘들었을 도마뱀의 긴 이름을 읊어댔다. 마치 정브르가 곤충과 운명적인 조우를 하던 어린 날과 같았다.

“아직도 머릿속에 그 순간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공원에서 곤충 채집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형이 처음 보는 곤충을 잡았더라고요. 잠자리, 매미, 사마귀, 메뚜기만 보다가 신세계였죠. 각종 책을 찾아보고 나중에야 넓적사슴벌레였단 걸 알았어요. 그때부터 곤충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01_영롱한 초록 비늘이 돋보이는 그린부쉬스네이크.
02_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주행성 도마뱀, 자이언트데이게코.
03_목 주위의 가시 같은 비닐이 마치 턱수염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은 비어디드래곤(제로).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한 곤충하모니

어린 시절부터 곤충에 대한 유별난 관심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동네 야산에서 각종 생물을 찾으러 다니는 게 하루 일과였다.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을 할 때면 1등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청년이 돼서도 곤충 사랑은 식지 않았다. 곤충을 돌보며 찍은 영상을 저장 목적으로 유튜브에 하나둘 올렸고, 구독자도 늘어갔다. 곤충에만 머물렀던 관심도 파충류로 확장됐다. 대학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해 공기업 취업 준비를 하던 그는 아예 진로를 틀어 평소 좋아하던 생명체를 다루기로 했다. 큰아버지가 그의 뜻을 응원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그렇게 성남 외딴 비닐하우스에서 곤충하모니를 시작했다.

정브르는 곤충하모니 운영과 유튜브를 병행했다. 국내에 곤충과 파충류 콘텐츠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그의 영상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올리는 것마다 관심을 모았다. 특히 긴꼬리투구새우(트리옵스) 영상은 큰 인기를 얻었다. 3억 년 동안 살아남아 화석생물이라고도 불리는 트리옵스는 건조한 알 상태에서 수십 년을 유지하다가도 부화할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지녔다. 트리옵스를 물에 넣고 2~3일간 부화 과정을 지켜본 영상은 248만 뷰를 기록했다.

〈정브르〉는 잘 알지 못하던 생명체에 대한 구독자의 호기심을 충족해줬으나, 곱지 않은 반응도 있었다. 대형 거미과에 속하는 타란툴라 영상이 대표적이다. 그가 입양해 온 타란툴라가 알을 배고 있었는데 잘 관리하면 70~80%가 부화하지만, 약한 개체는 도태될 터였다. 그는 알을 잘라 관리했고 이 과정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알을 자르자 ‘어미한테 맡겨야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비난이 있었어요. 그런데 타란툴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알 거예요.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부화율이 높다는 사실을. 또 알이 부화하기까지 한 달가량 어미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만 돌보려 해요. 어미를 위해서도, 새끼를 위해서도 이 방법이 나아요.”


04_ 뱀목거북 중 고급 희귀종에 속하는 파커뱀목거북.
05_ 강하고 빠른 집게발 펀치를 자랑하는 맨티스쉬림프.
06_ 비어디드래곤(레드).
동물 입양, 오픈마켓서 하지 마세요

곤충·파충류의 매력에 빠져 입양을 고민하는 초보자에게 정브르가 권하는 녀석은 ‘비어디드래곤’이다. 먹성이 좋고 잔병치레가 적어 돌보기 쉬운 편에 속한다. 도마뱀은 먹이를 완전히 소화하는 데 2~3일 정도가 걸리므로 하루에 한 번만 줘도 좋다. 반면 매력적인 붉은 눈매를 가진 ‘레드아이아머드스킨크’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종종 외모에 반해 입양하는 경우가 있는데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세밀히 챙기지 않으면 돌연 죽어버릴 수도 있다. 아울러 정브르가 당부하는 점이 있다. 오픈마켓에서 파충류 입양을 자제할 것. 파충류를 택배로 배송받는 건 결코 생명을 아끼는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한 달 전인가, 한 학생이 죽은 도마뱀 사진을 보내왔어요. 오픈마켓에서 입양해 택배로 받았는데 살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착잡했죠. 파충류는 절대 그러면 안 돼요. 사람과 같이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지만 충격을 최소화해야죠.”

정브르에게 곤충과 파충류는 삶에 활력을 주는 생명체다. 이들의 낯선 외모 때문에 병균을 옮기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정브르는 “중간 숙주가 될 수는 있으나 곤충이나 파충류에 의해 병균이 옮는 경우는 적다”고 말했다. 의외로 깔끔하고 면역력도 좋은 편. 물론 강아지나 고양이만큼 교감을 나누기는 어렵지만 그마저도 생각하기 나름 아니냐고 되묻는다.

“저는 얘들에게도 말을 걸어요. ‘요즘 좀 컸네?’ ‘똥도 예쁘게 잘 쌌네’ 하고요. 그럴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고요.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반려동물로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처음 곤충하모니에 들어왔을 때보다 긴장이 풀린 나를 발견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곤충과 파충류의 외모에 ‘징그럽다’는 생각으로 막연한 경계심을 품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외모가 익살스럽고 흥미롭게 보였다. 생명이 가진 힘인 듯했다.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세상, 정브르가 꿈꾸는 첫걸음이다.

  •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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